오늘의 5가지 이슈: 美헬리콥터머니, 연준 위기책

(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1.2조 달러에 이르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코로나19 위협에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2주 내에 미국인들에게 최소 1000달러씩 현금을 직접 뿌리는 등 ‘헬리콥터 머니’를 논의 중이다. 세금 납부 기한도 90일간 유예된다. 연준은 신용 경색 조짐에 금융위기 대응수단인 기업어음(CP) 매입과 프라이머리딜러 신용대출제도(PDCF)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전일 12% 급락으로 블랙먼데이를 재현했던 S&P 500 지수는 6% 급등했고, 미국채 시장 역시 요동치며 30년물 금리가 40bp 넘게 치솟았다. 10년물은 36bp 가량 올라 1%대로 돌아왔다.
전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사례가 19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적어도 30일간 빗장을 걸어 잠그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합의했다. 미국 소매판매가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에 이미 전월비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심각한 소비위축이 우려된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경제 충격이 심각할 수 있으며, 정부 개입이 없다면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한데 이어 중국이 뉴욕타임즈 등 일부 미국 언론사의 기자를 사실상 추방하기로 하는 등 미-중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국에선 총 11.7조원의 추경이 간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재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은 외화유동성공급 확대를 통한 스왑시장 수급불균형 완화를 위해 19일부터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상황과 외환스왑시장 동향, 해외자금 조달 여건 등은 일 단위로 점검 중이며, 향후 스왑시장 수급 상황 변화에 대응해 필요시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의 유동성 위기 카드
연준이 코로나19로 “상당한 압박”에 놓인 CP 시장을 되살려 미국 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시간 화요일 성명서에서 연준은 비상권한을 동원해 기업어음 직접매입기구(CPFF)를 미 재무장관의 승인을 받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외환안정기금에서 100억 달러의 신용 보호를 제공한다. 연준은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A1/P1 등급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며, 기간은 1년간 지속된다. 프라이싱은 3개월 OIS에 200bp를 더한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Cornerstone Macro은 “이 백스톱을 통해 기관들이 계속해서 CP로 단기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며, 다만 200bp 프리미엄은 “특별히 관대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TD증권 역시 해당 스프레드가 2008년 당시보다 커서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 당시엔 3개월 OIS+100bp로, 연준이 아마도 이번엔 비금융권만 이 장치를 이용하고 은행들은 재할인창구로 오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연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추측에 크로스 통화 베이시스 스왑은 수년래 저점에서 반등했다. 뉴욕장 마감후 연준은 3월 20일부터 PDCF를 통해 시장 기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익일과 기간부 펀딩으로 만기는 최대 90일까지며, PDCF는 최소 6개월간 운영되고 필요시 연장될 수도 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연준과 정부가 바이러스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모든 것이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경매방식으로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기간입찰대출(TAF)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월가 규제 완화…美증시 거래시간 축소?
연준을 포함한 월가 규제 당국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은행 자본을 풀 수 있도록 레버리지 한도와 회계 규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손쉬운 옵션 중 하나는 은행에게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손실까지 고려해 충당금을 쌓도록 한 ‘현행기대신용손실’(CECL) 회계기준의 적용을 연기하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CECL의 단계적 도입 기간 연장 등 은행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3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규제당국은 또한 월가의 주요 제약요소인 레버리지 한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조금만 바꾸더라도 JP모간과 골드만 삭스 등 대형 은행에게는 자본 계획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을 계속 열어둘 계획이라며, 다만 거래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고 므누신 재무장관이 밝혔다. 그는 뉴욕증권거래소 및 은행들과 논의를 했으며, 증시를 닫아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英 ‘전시정부’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전쟁을 선포하고 대규모 경제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재정난에 빠진 기업들을 위해 3300억 파운드(3980억 달러) 상당의 정부 보증 대출을 약속하고, 200억 파운드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영란은행을 통해 대기업 CP 유동성도 지원하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전시 정부처럼 경제를 살리는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달러 대비 2% 넘게 급락했던 파운드가 낙폭을 일부 줄였다. 영국은 국민들에게 향후 30일간 불필요한 해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의 수석 과학 고문은 코로나19로 2만명이 사망하더라도 “좋은 결과”일 수 있다며 최악을 경고했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위협이 세계대전에 비견할 정도라며, 지금은 부채 증가를 걱정할 때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랑스는 국유화 등 국가가 필요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해 자국의 경제 자산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3000억 유로 상당의 은행 대출 보증을 약속했다. 독일은 자국 기업을 위해 추가 5500억 유로의 대출 지원안을 마련했고, 스페인은 약 1000억 유로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다. 독일총리는 이탈리아가 제안한 EU 공동채권발행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충격에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올해말을 목표로한 완전한 EU 탈퇴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드만·MS ‘글로벌 경기침체 온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도 코로나19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는 월가의 주장에 합류했다. 이제 논쟁은 침체의 기간과 깊이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기 침체마저 심각할 수 있다고 인정한 뒤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 경제가 불황을 피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버리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중국 경제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자 그나마 남아있던 낙관론마저 사라지는 분위기다. 모간스탠리는 이제 세계적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골드만은 글로벌 성장률이 1.25%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S&P Global은 1%-1.5%로 내다봤다. 이같은 부진은 IMF가 집계한 2009년 -0.8%보다 고통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2001년과 1990년대초 경기하강보다 심각할 수 있다. 모간스탠리와 골드만 모두 올 하반기 반등을 예상했지만, 더 심각한 고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5.2%에서 1.4%로 낮추고, 1분기 성장률은 -11%로 예상했다. 신채권왕 군드라흐는 올해 경기침체 확률이 90%라고 진단했다.

끝없는 달러 수요
만족을 모르는 달러 수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BBDXY)가 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달러가 대부분의 G-10 통화 대비 급등하면서 다른 통화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호주달러는 뉴질랜드달러와 1:1 패리티에 가까워지고 있고, 캐나다달러는 4년래 저점으로, 파운드는 9월래 저점으로 밀렸다. 오직 엔화와 스위스프랑만 이달 들어 달러보다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이달 두번이나 기준금리를 긴급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위기가 달러에 새로운 모멘텀을 불어넣고 있다. 달러 수요 급증에 유로 대비 달러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프리미엄이 2011년 이래 가장 높아졌다. 스코샤은행은 “유동성 긴장이 지속되는 동안 달러는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유동성, 변동성, 신용 이슈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펀딩과 대출, 크레딧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난 혼란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