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매파 연준의사록, 시장 과잉반응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역대 최고의 연초 랠리를 펼쳤던 글로벌 채권시장이 이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종합 지수는 1월 3.3% 급등했지만 이달 들어 화요일까지 2.9% 하락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고집스런 인플레이션에 긴축 기조를 계속 고수함에 따라 통화정책 피봇에 베팅했던 채권 투자자들은 갈 곳을 잃은 분위기다. 세계 최대 경제가 거의 1년에 걸친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추가 신호에 미국채 금리가 전일 급등하자 간밤 일부 저가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연준 의사록이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확실히 하면서 2년물 금리는 반등을 시도했다. 뉴욕증시 역시 매파 연준 의사록에 밀렸다.

Westpac Banking은 “글로벌 채권이 경제 전망 재조정과 연준의 반응 함수 때문에 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fA는 미국채 2년물과 5년물 금리에 대한 연말 전망치를 각각 기존 2.75%와 3%에서 3%와 3.15%로 높였다. 한국은행은 오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5%대에서 수개월째 머물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비 기준 1월 5.1%로 작년 6월 기록적인 10%에서 매달 꾸준히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애플은 스마트와치 혈당 측정 기술 개발이 크게 진전되어 결국 정식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매파 연준 의사록

연준 위원들은 이달초 정책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했지만 거의 모든 위원들이 25bp로 속도를 줄이는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공개된 1월 31일-2월 1일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새로 들어오는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인 하락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줄 때까지 제약적 정책 스탠스가 필요하며, (인플레이션 진정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소수(a few)”의 위원들이 50bp 인상을 선호하거나 지지했을 수도 있다고 의사록은 밝혔다.

다수의 위원들은 “불충분한 제약적” 정책 스탠스가 최근의 물가 압력 둔화세를 멈출 수 있다고 지적해 작년 12월 점도표에서 전망했던 5.1%보다 금리를 더 높이 올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연준은 미국 경제가 둔화되거나 침체에 빠질 위험보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위험에 대해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회복력이 강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어 5.375%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

블룸버그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치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에 걸쳐 높였다. 2024년 중반 평균 전망치는 지난달 2.3%에서 2.4%로 상향조정됐다. 물가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경우 연준이 더 높은 최종금리를 추구하고 올해 내내 그 수준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최종금리 전망치 역시 지난달 5%에서 5.25%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번 설문은 1월 CPI 서프라이즈 수치가 나왔던 2월 14일에서 20일 사이에 실시되었다. Comeric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Bill Adams는 미국 경제가 올해 아마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상대적으로 짧고 얕은 위축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과잉 반응

유럽중앙은행(ECB) 최종금리 베팅에 있어서 시장이 최근 며칠간 오버슈팅한 듯 보인다고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이 진단했다. 현재 2.5%인 단기 수신금리가 이미 유로존 경제를 제약하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ECB는 지금부터 9월까지 매 정책회의마다 금리를 올릴 의무는 없다고 프랑스 경제전문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앞서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시장이 현재 가격에 반영한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끈질기게 지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시장은 ECB 최종금리 기대치를 처음으로 3.75%까지 높였다. 그러나 빌레로이는 지난 금요일 ECB가 3월 50bp 인상한다면 통화긴축의 “시급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 후 경제지표와 증거를 면밀히 분석해 다음 스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해 슈나벨과 온도차를 보였다.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에 있어 변동성이 과도하다”며, “다시 말해 목요일 이후 시장이 다소 과민반응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독일 IFO 기업 전망이 2월 88.5로 5개월 연속 개선됨에 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됐던 불황 시나리오는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 격화 조짐

미국 전투기가 ‘정찰용’으로 추정되는 중국 풍선을 격추하며 미-중간 갈등이 점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만 1년을 앞두고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하자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군축조약을 중단하고 중국 끌어안기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나의 친구”라 부르며 그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현지시간 수요일 모스크바에서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 러시아-중국간 협력은 “국제정세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왕이는 “현 국제정세가 실로 중대하고 복잡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산처럼 견고하고 국제적 위험의 시련을 견딜 수 있다”며, 양국간 “전략적” 관계가 그 어느 3자로부터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왕이의 러시아 방문은 중국이 서방세계의 압박에도 외교적 동반자인 러시아를 버릴 생각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편 대만 국방장관은 CommonWealth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쟁을 개시할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1-2주 안에 대만을 장악하는데 성공할 정도로 강하진 않다”며, 대만은 보급이 충분할 경우 중국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 7개국(G-7)은 대 러시아 제재조치의 이행을 조정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생각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에게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며 중국을 재차 압박했다.

中기업 정보 단속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들에게 4대 글로벌 회계법인과의 거래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들에 대한 미국측의 회계 감사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했지만 데이터 보안이 우려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듯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재무부를 비롯해 여러 정부 기관들이 지난달까지도 일부 국영기업들에게 소위 창구 지도를 통해 글로벌 4대 회계감사법인들과 계약이 만료될 경우 이를 중국이나 홍콩계 회계법인으로 대체하도록 종용했다. 역외 자회사들의 경우 미국계 회계법인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수년간 역내 회계법인의 성장을 위해 비슷한 요구를 해왔지만 최근 이를 재강조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정해진 시한은 없으며 역내 회계법인으로의 교체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다만 비교적 덜 유명한 역내 회계법인을 이용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로부터의 자본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