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매파돌변 연준, 파월풋 굿바이?

(블룸버그) — 연준이 수십년래 가장 뜨거워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하고 시장 예상보다 과감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머니마켓은 서둘러 내년 말까지 3차례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고, 달러(BBDXY)는 한때 0.4% 가량 상승했으나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반락했다. 뉴욕증시는 연준이 성장 엔진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기대감에 힘입어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전을 시도해 나스닥 100 지수가 2.4% 급등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가 매파로 급선회했다며, 이제 대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오미크론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 책무에 집중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2018년과 달리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더 높이 올릴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큰 소리로 전달했다는 평가다. BMO Capital Markets는 리프트오프(첫 금리인상) 시기로 내년 3월도 가능하지만 6월이 좀더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크레딧아그리콜은 연준의 매파적 피봇에 달러가 강세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Nordea Research는 추가적인 일드커브 플래트닝과 유로-달러 하락을 예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미 연준과 체결했던 한시적 통화스왑이 예정대로 계약 만기일인 올해말 종료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매파돌변 연준

FOMC는 성명서에서 수년래 가장 매파적인 정책 피봇을 예고하며 미국채와 MBS 매입 축소 규모를 월 300억 달러로 기존보다 두 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 마무리 시점이 당초 내년 중반에서 내년 초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팬데믹 우려에도 테이퍼링 속도를 높임으로써 필요시 연준이 좀더 일찍 금리 인상을 단행해 물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중앙값 기준 내년과 2023년에 각각 3차례씩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9월 점도표의 경우 내년 금리 인상의 필요성조차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점을 감안할 때 일대 전환이 아닐 수 없다. 2024년 2차례의 추가 인상 전망을 더할 경우 2024년말 연방기금금리는 2.1%에 이르게 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진단에 있어서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팬데믹과 경제 리오프닝과 관련된 수급 불균형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올해 5.3%, 내년 2.6%을, 근원 PCE의 경우 올해 4.4%, 내년 2.7%로 추정했다.

파월 고공줄타기 

파월 연준의장은 테이퍼링의 경우 내년 3월 중반까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했다.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에 금리를 올리진 않겠지만 금리 인상이 오래 지연되진 않을 것이라며, 최대 고용에 도달하기 전에 긴축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뒤처지지 않았다며, 필요시 금리를 올릴 수 있도록 자리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낮은 미국채 장기물 금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채권시장이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기대치를 재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Grant Thornton의 Diane Swonk는 “FOMC 내에서 인내심 대신 다소 패닉이 나타났다”며, “연준이 수십년래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을 급히 뒤쫓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고공 줄타기”라고 표현했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군드라흐는 파월이 오늘 최고의 기자회견을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파월풋 굿바이?

주식시장은 사상최고치 부근이지만 사람들은 밸류에이션이나 기업 실적, 코로나 재유행 등이 아닌 연준 정책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일부 설문조사에서는 연준의 매파 돌변이 시장의 최대 두려움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다. 중앙은행은 그동안 주식 강세론자들의 변치 않는 동지로 여겨져왔다. 2020년 시장이 붕괴하자 통화당국이 구원투수로 나섰고 2019년에도 시장의 방향을 바꾸었다. 중앙은행이 십년 넘게 거의 모든 시장 변동성을 적극 무마해온 덕분에 S&P 500 지수는 배당금 포함 9배가 올랐다. 이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연준의 관심이 갑자기 물가 관리로 쏠리면서 시장이 파월 연준의장의 관심을 끌기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모간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인 Mike Wilson은 크레딧 시장이나 경제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S&P 500지수가 20% 이상 무너져야 ‘연준풋’이 발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9월의 경우 S&P 500이 10% 조정에 직면하자 연준이 기준금리를 적어도 3년간 제로 부근에 유지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거의 40년래 가장 뜨거워진 가운데 파월 연준의장은 비둘기파적 움직임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성적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전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증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모습이다. Wilson은 파월과 연준이 파티에서 펀치볼을 치우려 애썼던 2018년 말과 달리 백악관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연준풋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행사가격은 이제 크게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진퇴양난 BOE

영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예상치보다 높은 5.1%(전년비)로 20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란은행(BOE)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개월 일찍 5%를 넘어선 셈이다.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후 머니마켓은 이번주 BOE의 금리 인상 기대를 5bp에서 8bp로 높였고, 파운드는 한때 달러 대비 0.4% 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고용시장마저 개선을 보이고 있어 오미크론 변이 위협만 없다면 BOE는 현지시간 목요일 별 고민 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사례가 수요일 7만8610건으로 기존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가 방역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BOE가 내년 2월에나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David Miles 전 BOE 정책위원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가 3%를 넘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美 파생상품 규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아키고스 캐피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헤지펀드와 패밀리 오피스들이 은밀하게 상장기업 지분을 크게 늘리지 못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SEC는 빌 황의 아키고스 붕괴로 노출된 주요 규제 사각지대를 다루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현지시간 수요일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조용히 막대한 규모로 늘릴 수 있는 주식 기반의 스왑 거래가 규제 대상이다. 이같은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기업의 경우 공시 의무와 규제가 강화된다. 최소 3억 달러 또는 기초자산 주식의 5%를 넘는 포지션의 경우 새로운 SEC 보고 의무를 따라야 한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신원과 기초자산 및 스왑 거래 포지션, 관련 대출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 채권과 신용부도스왑(CDS)이 포함된 대규모 포지션 역시 보고를 해야 한다. SEC는 또한 2020년 3월 팬데믹발 시장 혼란시 나타났던 대규모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머니마켓 뮤추얼펀드(MMF)에도 새로운 규정을 제안할 예정이다. 대량 환매사태에 대비해 MMF는 유동성 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필요시 환매를 일시 정지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