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글로벌 침체, 파월 톤다운?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자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면서 달러(BBDXY)가 5거래일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8월 S&P Global 종합 PMI는 45로 2020년 5월래 최저 수준을 나타내며 두달 연속 위축 신호를 보냈고, 신규주택매매는 7월 12.6% 급감해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후퇴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07%까지 상승했고, 뉴욕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도이치은행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Alan Ruskin은 유로를 둘러싼 악재와 글로벌 성장 약화 등을 감안할 때 달러 강세 기조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CIBC의 FX 전략 책임자인 Bipan Rai는 미국 경제가 시장 예상보다 천천히 식고 있어 중기적으로 달러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환율 우려 발언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이어 추경호 부총리는 23일 시장 참가자 및 관계기관과 만나 시장 심리의 일방향 쏠림 우려를 지적하고, 역외 투기적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경제 활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치솟는 물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를 침체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S&P Global이 발표한 19개국 유로존 종합 PMI는 8월 49.2로 추가 하락해 확장과 위축을 나누는 기준선인 50을 두달 연속 하회했다. 기록적인 에너지 및 식량 인플레이션에 수요가 위축되고 보다 많은 부문이 어두운 전망에 굴복하는 모습이다. 제조업이 경제활동 위축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봉쇄 해제에 반등했던 관광 등 서비스 분야마저 거의 멈춰섰다. S&P Global 이코노미스트 Andrew Harker는 유로존 경제가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향하고 있다며, 기본 소재와 자동차, 부동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생산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종합 PMI는 50.9로 겨우 턱걸이했고 제조업 PMI는 46으로 크게 후퇴했다. 일본지분은행 종합 PMI 역시 50을 하회했고, 호주 서비스 PMI는 7개월래 처음으로 위축을 기록했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소비자와 기업 심리가 억눌린 상태다.

잭슨홀 파월 발언 수위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이번주 잭슨홀 연설에서 폴 볼커식 강경노선을 제시할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지만,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Jan Hatzius는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제지표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연준이 이미 두 차례 75bp 인상을 단행한 만큼 9월에는 50bp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파월이 구체적인 인상폭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과도한 긴축의 리스크를 인정할 수 있어 기존보다 약간 느리게 움직이는게 타당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파월이 1970년대 연준의장을 지낸 아서 번스처럼 비둘기파적 통화정책으로 갑자기 변모할 일은 없다며,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Hatzius는 경기 연착륙에 낙관적 견해를 유지하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앞으로 1년, 2년 후면 인플레이션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기금금리는 3.5%나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까지 오른 뒤 거기서 머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7월 100bp 지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중 두 곳의 이사들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00bp 인상하는 방안에 찬성했다고 연준이 현지시간 화요일 공개한 회의 의사록에서 밝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9.1%로 4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7월 14일 세인트루이스 연은과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이사회가 소위 ‘울트라스텝’에 투표한 것이다. 당시 다른 지역 연은 9곳의 이사들은 75bp를, 캔자스시티 연은 이사들은 50bp 인상에 손을 들었다. 이후 FOMC는 7월 27일 정책회의에서 75b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2.25%-2.5%로 높였다.

ECB 속도조절?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다음 정책 단계를 구상할 때 유로 지역의 경제 위축 위험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밀라노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경제가 상당히 둔화되거나 침체에 빠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정책의 조정은 “엄격하게 데이터에 의존해 유로존 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팬데믹과 원자재 충격, 우크라이나 전쟁, 그로 인한 무역 영향 및 불활실성 때문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CB는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고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파네타는 특히 상품 가격의 다이내믹스를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여러 원자재 상품 가격이 최근 하락 중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천연가스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7배 가량 뛰었다.

파운드 추가 고통

JPMorgan Private Bank의 글로벌 FX 전략 책임자인 Sam Zief는 올 겨울 가스 공급 위기로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2년여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파운드가 달러 대비 올해 들어 이미 12% 하락했지만, 이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와 경기 부진 우려를 반영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스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파운드-달러 환율이 현재 1.18부근에서 1.14까지도 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1.14는 2020년 3월 기록했던 35년래 저점 수준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0.95를 내다봤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