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물가공포퇴장, SNB·英깜짝피봇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팬데믹 이래 전 세계를 떨게 했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이제 막을 내리면서 스위스 중앙은행(SNB)을 필두로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모습이다. SNB는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주요국 중 처음으로 25bp 인하를 단행해 시장을 놀라게 했고, 영란은행(BOE)에선 추가 금리 인상 주장이 무대에서 치워졌다. 멕시코도 2021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내렸다. 전일 연준은 최근의 뜨거운 물가 지표에도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고수하면서 매파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주택과 고용, 제조업 지표 등이 미국의 경기 연착륙 기대를 높인 가운데 뉴욕증시는 랠리를 이어가 S&P 500 지수의 경우 올들어 20번째 신고점을 경신했다.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열광적 지지층과 설문조사상 경합주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선거자금의 경우 민주당의 바이든에게 3배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트럼프는 뉴욕 민사 사기 사건에서 4억5400만 달러의 항소심 공탁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가 보유한 뉴욕주 웨체스터 자산이 압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미국 은행들의 인수합병과 관련된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글로벌 인플레 공포 막내려

날뛰는 소비자물가의 고삐를 이제 확실히 잡았다는 자신감에 전일 연준은 최근의 뜨거운 물가지표에도 올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고수했다. 영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됨에 따라 영란은행(BOE)의 매파들이 발톱을 감췄고,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어떤 움직임도 점진적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연준과 ECB, BOE 모두 올해 25bp씩 최소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6월까지 첫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작년 12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공격적이지만, 중앙은행들이 어쨌든 작년의 긴축 캠페인을 되돌릴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면서 시장은 적어도 인하 시작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J.P. Morgan Private Bank의 Matthew Landon은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가 얻은 결론은 전 세계적으로 정책 금리의 방향이 아래쪽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제 관건은 금리가 얼마나 내려갈지에 있다며, 많은 이들이 믿고 있듯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면 최종 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는 위에서 자리를 잡게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70%를 향하고 있는 터키는 중요한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현지시간 목요일 기준금리를 45%에서 50%로 깜짝 인상했다.

BOE, 8:1로 금리 동결…매파 인상 포기, 소수의견 1명은 인하 주장

영란은행(BOE) 정책위원회가 8:1로 기준금리를 16년래 최고 수준인 5.25%로 동결했다. 2021년 9월래 처음으로 어느 누구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 않아 연내 정책 완화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주장해 시장을 놀라게 했던 가장 매파적인 캐서린 만과 조나단 해스켈 위원마저 동결에 합세했고, 스와티 딩그라는 2회 연속 25bp 인하를 주장했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BOE가 올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하고, 연내 인하 기대를 75bp에서 80bp 정도로 높였다. 첫 금리 인하 시기는 8월이 대세지만 6월이 될 확률도 3분의 2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파운드는 달러 대비 한때 1% 넘게 하락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아직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지점에 있지 않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BOE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할지를 계속 검토 중이라는 기존 문구를 유지하면서도, 설사 금리를 내린다 해도 정책은 여전히 제약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성명서에 추가했다. HSBC자산운용의 Hussain Mehdi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양호한 진전을 보임에 따라 BOE의 메시지가 상당히 덜 매파적으로 바뀌었다”며, “BOE 매파들이 오늘 회의에서 다수의 동결 결정을 따른 점이 이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E가 금리 인하를 향한 “빅 스텝”을 내딛었다며, 정책위원회내 표결이 이전에 비해 비둘기파 쪽으로 전환되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5월은 첫 금리 인하로 너무 이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며, 6월 인하를 점쳤다.

스위스, 깜짝 25bp 금리 인하…스위스프랑 급락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깜짝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1.5%로 25bp 내렸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다음 회의인 6월 인하를 예상했었다. 이에 스위스프랑은 장중 유로화 대비 1% 넘게 빠져 작년 7월래 저점을 기록했고, 달러 대비로는 1.4% 가량 밀려 4개월래 저점을 경신했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지난 2년 반에 걸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통화정책 완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SNB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2026년까지 1.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Raiffeisen Switzerland의 Alexander Koch는 SNB가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견조한 경제를 감안할 때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과도하게 공격적인 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SNB가 이번 주기에서 다시 한번 발빠르게 움직였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향후 3개월에 걸쳐 첫 금리 인하를 시도할 수 있어 자칫 자국 통화 강세가 촉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이번에 서둘러 인하 결정을 내린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Nomura International의 George Moran은 “SNB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환율 개입보다 금리를 선호해왔다”며, 물가 전망을 낮춘 점은 “인플레이션 모멘텀에 대한 근본적은 재평가”를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이 이번에 동결을 예상했지만 바클레이즈와 씨티그룹 등 소수는 인하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미국 연착륙 기대 

현지시간 21일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연착륙 기대를 뒷받침했다. 2월 기존주택 매매는 전월비 9.5% 급증해 연율 438만건으로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값 기준 395만건을 예상했었다. 이번 수치는 높은 모기지 금리로 거래가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Lawrence Yu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들이 고금리를 받아들이고 더이상 이사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매물을 내놓기 시작함에 따라 재고가 2월로서는 2020년래 최대치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시장 수요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주택 수요는 인구와 고용 증가로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실제 매수 타이밍은 모기지 금리와 재고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S&P 글로벌 미국 제조업 PMI가 3월 52.5로 2022년 6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넘어 팽창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3월 16일 마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전주 대비 2000명 줄어든 21만 명으로, 역사적 저점 수준 근처에 머물면서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회복탄력적임을 보여줬다.

EU 디지털법 첫 조사 대상은 애플과 구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의 첫 조사 대상으로 조만간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겨냥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앱스토어 개발자에 대한 애플과 구글의 새로운 수수료 정책 및 이용 약관이 DMA 규정에 맞는지를 검토하게 된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밝혔다. 해당 법안 위반시 EU는 대상 기업이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수차례 위반시 패널티는 20%까지 올라간다. 공식 조사 개시 후 규제당국은 12개월 내에 최종 결정을 마무리 짓게 된다.

광고 없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월간 구독료를 부과하겠다는 메타플랫폼즈의 제안 역시 향후 EU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한편 미 법무부는 애플이 경쟁업체들에게 아이폰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며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현지시간 목요일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과 알파벳 주가는 장중 한때 각각 4.4%, 1.2% 하락했다. 한편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레딧은 상장 첫날 48% 급등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