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글로벌 인하기대, 유가 급락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지난달 미국 민간 기업들의 고용이 둔화되고 제조업은 2022년 초 이래 인력을 최저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추가 증거에 연준 인하 베팅이 이어지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1%로 6bp 하락해 9월래 저점을 재차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프랑수와 빌르루아 드갈로 위원은 대형 서프라이즈가 없다면 ECB는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예정이며 내년 언젠가 인하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3회 연속 기준금리를 5%로 동결하고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펀더멘털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에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마저 공급 과잉과 경기둔화 우려에 급락하며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고,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2021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뉴욕증시가 약세로 마감한 가운데 씨티그룹은 780억-790억 달러의 연간 매출 목표가 달성가능해 보인다는 Mark Mason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에 주가가 장중 5% 넘게 급등했다. 구글은 오픈AI의 챗GPT에 맞설 ‘제미나이’라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 한편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중국 은행 8곳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시장 비관론에 WTI 배럴당 70불 하회

국제유가가 미국의 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5개월여래 최저치로 후퇴했다. 미국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4.4% 급락해 배럴 당 69.11달러로 6월말 이래 저점을 경신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4% 하락해 75달러 아래로 밀렸다. WTI의 경우 9월말 기록했던 연고점 대비 25% 넘게 빠졌다. 글로벌 공급이 늘고 있다는 신호에 국제유가는 최근 몇주 사이에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12월 1일 마감 주간 동안 하루 600만 배럴에 육박하며 신기록이 예상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그 동맹국들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근 감산을 발표했지만, 트레이더들은 이번 합의에 마지못해 손을 든 산유국들이 약속대로 공급을 제한할지에 회의적이다.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지난주 463만 배럴 감소했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조차 유가 급락세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약세를 반영해 내년 1월 아시아 인도분 경질유 가격을 올 2월래 최대폭인 배럴당 50센트 인하했다.

미국 11월 ADP 민간고용 둔화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가 스탠포드 디지털 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ADP 취업자 수는 10만3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 13만명을 하회했다. 10월치는 11만3000명에서 10만6000명으로 하향조정됐다. 교육과 헬스케어, 무역, 운송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반면, 팬데믹 이후 고용 창출의 주요 동인이었던 레저 및 숙박업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가 줄었다.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Nela Richardson은 레저와 숙박업 분야의 고용이 펜데믹 종식에 따른 호황을 지나 이제 정상적 추세로 돌아왔다며, 이는 내년 고용과 임금 상승세가 보다 완만해질 전망임을 시사한다고 보도자료에서 진단했다. 이후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같은 추세는 2024년 경제 연착륙에 부합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ADP 자료에 따르면 11월 재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중앙값 기준 전년비 5.6% 상승했고, 이직자의 경우 8.3% 올랐다. 두 수치 모두 2021년래 최저 수준이다. 3분기 단위노동비용지수는 전분기 대비 1.2% 하락했다. 금요일 발표될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8만7000명 증가가 예상되며, 민간부문 고용은 16만명 증가가 전망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 경제가 터닝포인트에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년 말이면 연준의 2%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의 30년 모기지 금리가 지난주 7.17%로 20bp 하락해 리파이낸싱 수요를 촉발했다.

중동 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 UAE·사우디와 유대 관계 강화 모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걸프 지역을 방문해 유대 관계 강화에 나섰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우리는 정치, 경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안정적이고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 지역의 상황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교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은 UAE 아부다비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양국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경제 관계 확대를 요청했고, 나흐얀은 “여러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및 우크라이나 상황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푸틴은 목요일 모스크바에서 하마스 무장세력을 지지하고 있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이 약 2년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을 세계 무대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각종 제재조치를 취했지만 푸틴은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OPEC+ 동맹체제를 발판으로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Carnegie Russia Eurasia Center의 Alexander Baunov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 역시 이번 푸틴의 방문으로 글로벌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국의 외교문제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월요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OPEC+가 최근 합의한 감산이 필요시 내년 1분기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면서, 러시아와의 신뢰를 강조했다.

BOE, 헤지펀드의 미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드 경고

영란은행(BOE)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헤지펀드들의 미국채 선물 매도에 대해 보다 강력히 경고했다. CFTC 자료를 토대로 미국채 선물 순매도 포지션이 7월 약 6500억 달러에서 최근 8000억 달러로 급증했다며, 이는 2020년 3월 ‘현금 쏠림 수요(dash for cash)’ 위기 이전보다 그 규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채 현물을 사들이고 선물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해 현선물의 괴리에서 수익률을 취하는 소위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크게 늘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헤지펀드들은 대개 레포(환매조건부채권)를 이용해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변동성이 낮은 환경에서 유리하지만, 시장이 갑자기 요동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거나 심지어 금융 시스템의 원활한 기능을 방해할 수도 있다.

BOE는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선물 포지션에 필요한 증거금이 증가할 수 있고 또는 헤지펀드가 레포 시장에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자칫 리스크나 손실 한도가 무너질 경우 펀드들이 빠르게 기존 포지션을 정리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보고서에서 설명했다. 또한 미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드에 가담한 헤지펀드들이 영국 채권시장에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까지 파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이먼 ‘나라면 암호화폐 폐쇄하겠다’…비트코인 5만불?

오랫동안 디지털 화폐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에게 만일 그만한 권력이 있다면 암호화폐 산업을 아예 폐쇄시키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연례 월가 감독 청문회에 참석해 “내가 정부라면 이를 닫아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암호화폐에 대해 “폰지 사기”나 “속임수”라고 주장했었다. 엘리자베스 워렌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이 은행비밀보호법(Bank Secrecy Act)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다. 바로 암호화폐다”라며 비판을 가했다.

이같은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랠리를 지속해 한때 4만4000달러를 상향 돌파했고, 7거래일 연속 올라 올 1월래 최장기 상승을 향하고 있다. 연준 금리 인하 베팅과 미국 최초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 기대 속에 9월 중순래 거의 80% 오른 셈이다. 옵션 트레이더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마침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이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로 갈 것이라는 베팅에 몰리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