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성장패닉, 금리역전, 뮬러 면죄부

독일 제조업 PMI 추락을 불씨로 글로벌 성장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금요일 뉴욕 증시는 패닉에 가까운 매도를 경험했다. S&P 500 지수가 1.9% 급락해 연준발 랠리를 하루만에 끝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물과 역전되며 경기침체 신호등을 켰다. 성장 우려는 유가에도 충격을 주어 WTI는 한때 2.8%나 빠졌다.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와 엔화에 매수가 몰렸고, 터키리라는 깜짝 통화정책 긴축에도 5% 넘게 추락했다. 글로벌 채권랠리가 오늘도 이어져 호주 10년물 금리 역시 사상최저로 하락했다.
연준의 비둘기파적 선회가 증시의 강세장을 연장시켜줄 것이란 낙관론이 흔들리고, 대신 채권은 이미 성장과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너무 가라앉았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주 고위급 협상이 베이징에서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가까이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새로운 대북제재조치를 더하지 않겠다며 북한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뮬러특검이 트럼프-러시아 결탁 증거를 찾지 못하고 미 법무장관마저 사법방해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밝히면서 트럼프는 정치적 부담을 덜은듯 하다. 이번주 연준과 ECB 인사들의 발언이 줄지어 있어 경기우려를 진정시킬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글로벌 채권 랠리 강타…미국채 10년물 금리 2.4%

전 세계 투자자들이 어두워지는 성장 전망과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금요일 각국 국채 금리가 저점을 경신했다. 먼저 뉴질랜드 채권이 불을 당기며, 10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를 하회했고, 일본채권 시장 역시 10년물 금리가 -0.08%로 2년래 저점으로 내려섰다. 이어서 유럽 주요국 제조업 PMI 지표가 추락하며 침체 우려를 더하자 분트 10년물 금리가 2016년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3월 PMI 역시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416%까지 밀리며 3개월물 금리와 역전되기도 했다. Asset Management One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가 아마도 모두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결국 연준 이사에 측근 임명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밀어부친 연준에 날을 세웠던 트럼프는 결국 자신의 선거캠프 고문이었던 스티븐 무어를 연준이사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연준에 맞서 경기를 띄우기 위해 아마도 자신의 측근을 내세운 듯 보인다. 파월과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 속에 무어는 파월 의장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성장 매파(growth hawk)”라고 묘사하며, 미국은 앞으로도 5~6년간 3~4%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준의 작년 12월 금리 인상은 “매우 상당한 실수”였다고 비판하고, “안정적이고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카시카리연은총재는 경기 둔화를 판단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평평한 일드커브는 연준 금리가 중립에 가까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터키 서프라이즈 통화 긴축에도 리라 급락

터키 중앙은행이 깜짝 통화정책 긴축을 단행하고 외환보유고의 축소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리라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터키 중앙은행이 갑자기 “금융시장 전개상황을 고려해” 7일물 레포 입찰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출기관들은 금리가 더 높은 창구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달러-터리키라 환율은 금요일 한때 6.2%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외환보유고가 3월 첫 2주 동안 285억 달러로 63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중앙은행이 3월 31일 선거를 앞두고 외환보유고로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다는 추측이 일면서 리라화는 약세를 확대했다. 중앙은행 관계자는 3월 첫 2주간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이유는 외채상환과 에너지 수입대금 지급 등 일상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P 모간은 달러-리라 환율을 5.90을 목표로 매수를 추천했다. 터키 당국은 리라 폭락을 조장했다며 JP모간 등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다.

메이 총리 사퇴 압력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 혼란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각 각료들이 메이 총리를 축출하고 브렉시트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임시 총리를 내세우려 한다는 보도가 잇달았다. 선데이타임즈에 따르면 적어도 6명의 장관이 의견을 모아 리딩턴 부총리를 대타로 내세우고, 월요일 메이에게 퇴진을 요구할 계획이다. 메이가 거부할 경우 집단 사퇴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리딩턴은 일요일 메이를 대신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해먼드 재무장관을 비롯한 영국 내각 각료들은 메이 총리를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해먼드는 총리 교체가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총리를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도움이 된다면 2차 국민투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내각내 분열을 시사하기도 했다. 메이는 일요일 정부 각료와 보수당 지도부를 만나 브렉시트 대책을 논의했다. 약 100만명의 영국 시민들이 토요일 런던 시내에서 브렉시트를 반대하며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브렉시트를 취소하라는 온라인 청원 역시 500만명에 이른다.

멈춘 증시 랠리…연준의 매직 끝?

투자자들은 파월 연준의장의 마술봉이 주식시장에서 계속 기적을 가져올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놀라울 정도로 비둘기파적 기조는 무역 긴장과 기업 실적 우려에 묻혀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지표 부진과 트럼프의 대중 관세 유지 결정에 S&P 500 지수는 지난 1주일동안 0.8% 하락했고, Stoxx Europe 600 지수는 올해 들어 최악의 한 주를 보내야 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10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증시 랠리에 대해 파월에게 감사해야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연준의 능력 밖이며, 증시 랠리가 더 이어지려면 기업 이익 전망이 가능한 빨리 상향조정되어야 한다고 JP모간 자산운용은 지적했다. 지난 8월 이후 애널리스트들의 글로벌 이익 성장률 전망은 상향보다는 하향이 더 많았다. 밸류에이션 역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예상 주가수익률 기준시 S&P 500 지수와 MSCI 세계 지수는 이제 작년 시장랠리의 정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12월의 경우 2013년래 최저로 바닥을 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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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