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각자도생 환율방어, 채권금리↑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의 시그널은 매우 분명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경기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매파적이었다. Principal Global Investors의 Seema Shah는 “파월 연준의장이 일정기간 성장이 추세를 하회할 것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중앙은행이 ‘침체(recession)’를 얘기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지금부터 더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전일 매파 FOMC의 파장이 이어지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18bp 넘게 급등해 3.71%선을 돌파하며 2011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2년물 역시 4.15%를 넘어 2007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BBDXY)는 한때 0.6% 올라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실업자 1명 당 2개의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상당한 임금 상승 압력 없이 강한 노동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증시는 반등을 시도했지만 S&P 500 지수의 경우 결국 0.8% 하락해 6월 중순래 최저 수준에서 마감했다. 전체 자산의 45% 가량을 현금으로 보유 중인 Muhlenkamp Fund의 Jeff Muhlenkamp는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며, 시장이 더 무너져 주가가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폭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로이터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부분동원령’을 내리자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에 합의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킹달러’에 국가마다 각자도생

연준의 매파적 긴축과 견조한 미국 경제, 투자자들의 안전선호 등에 달러가 여러 통화 대비 수십년래 최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안정을 위한 국제적 공조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인도에서 칠레에 이르기까지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에 손을 대고 있고, 일본마저 시장에 직접 개입했다. 현재 외환시장의 문제는 여러모로 1980년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해결책은 전혀 다르다. 당시 지속적인 강달러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경제 강대국들이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른데다 수십년을 추구해온 글로벌 경제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외환시장 공동개입이라는 해법이 나올 조짐은 거의 없다.

유로에서 원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통화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미 견디기 힘든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부채질하고 많은 국가가 정책 대응 수단을 뒤지고 있다. 중국은 연일 기준환율을 시장 예상보다 위안화 강세로 고시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는 기준금리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목요일 필요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Vanda Research는 플라자합의 시즌2가 성공하려면 미 행정부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미 재무부가 달러 약세를 위해 개입할 확률은 “거의 0%”라고 진단했다. 헤지펀드 K2 Asset Management는 “현재는 각자도생 시나리오로, 세계가 1980년대보다 훨씬 분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를 위한 글로벌 정책 공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역환율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abobank는 “플라자합의 같은 해법은 적어도 연준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꺾었다고 확신할 때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강달러는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부산물로, 달러 약세 노력은 연준의 금리 인상 및 양적긴축 정책에 반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1998년래 첫 실개입

일본이 1998년래 처음으로 자국 통화를 떠받치기 위해 실개입에 나섰다. 연준의 3차례 연속 75bp 금리 인상에도 일본은행(BOJ)이 목요일 기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145선을 쉽게 뚫고 146 부근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칸다 마사토 재무관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과감한 행동”을 취했다고 말했고, 그 결과 달러-엔 환율은 최대 2.6% 빠지며 140엔까지 밀렸다. Ichiyoshi Securities의 Nobuyasu Atago는 이번 개입이 일본 단독 행동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미국에 통지는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정말로 엔화 약세라는 추세를 바꾸고 싶다면 정부는 BOJ와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실개입에 대해 미 재무부는 참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유럽중앙은행 역시 외환시장 개입에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최근 높아진 엔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일본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명시적 승인엔 못미쳤다.

BOE 2연속 50bp 금리 인상

영란은행(BOE)이 2차례 연속 50bp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어갔다. 정책위원 9명 중 5명이 50bp를 찬성했고, 3명은 75bp 인상을 주장했다. 나머지 1명은 25bp로 소수의견을 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50bp 인상을 예상했지만 시장에서는 보다 공격적 긴축이 나올 확률을 60% 정도로 내다봤었다. 이번이 7번째 인상으로, BOE는 지난 12월 이래 매 정책회의마다 금리를 올려왔다. 정책위원회는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필요한만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해 아직 긴축이 끝나려면 멀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3명의 위원이 75bp 인상을 제기해 연내 ‘자이언트스텝’도 기대해볼 수 있다.

BOE는 13%가 넘을 것으로 보았던 인플레이션 피크 전망치를 11% 아래로 낮췄다. 또한 리즈 트러스 총리의 에너지 지원안 덕분에 깊은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길트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22bp 가까이 급등해 3.527%로 2011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트레이더들은 금리가 내년 5%에 근접할 것이란 베팅을 고수했다. 파운드는 달러 대비 0.8% 넘게 올랐다가 상승폭을 줄이는 모습이다. BOE 정책위원을 지낸 Danny Blanchflower는 감세와 막대한 재정 지출을 내세운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이 “완전 엉망진창”이라며, 투자자들에게 파운드를 매도하라고 조원했다. 골드만삭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75bp 인상 후 2월 50bp, 3월 25bp 올려 최종 금리를 4.5%로 내다봤다.

글로벌 긴축 행진

이번 주 대대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진은 아직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몽골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이번주 들어 많은 중앙은행들이 정책 금리를 올리며 1980년대 이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그들의 최대 걱정거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스웨덴의 릭스방크가 이번주 초 100bp 인상으로 시장을 놀래켰고, 뒤이어 연준이 3차례 연속 75bp 인상과 매파적 점도표를 공개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50bp 움직였고, 베트남도 2020년 이래 처음으로 긴축에 나섰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75bp 인상을 강행해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반면 보편적 통화정책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터키는 금리를 인하했고, 브라질과 노르웨이는 긴축 마라톤에서 잠시 쉬어갈 생각임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Maybank Investment Banking Group의 Chua Hak Bin은 “중앙은행 긴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며, “인플레이션이 원자재 상품 가격 진정에 어쩌면 피크를 지났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임금 비용 압력이 약해지지 않아 보다 지속적이고 경직적인 근원 및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Maurice Obstfeld는 중앙은행들이 2021년 인플레이션 동인을 오판했듯이 지금은 경제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시 부는 월가 감원 ‘칼바람’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말했을 때 일부 매니저들은 당시 코로나19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직원들이 회사를 관둘까봐 나름 묘수를 생각해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다이먼이 회사 복도를 걸으며 호출할 가능성이 있는 고위 임원들과 매니저들의 경우 사무실에 나오도록 하고, 많은 일반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경제가 둔화되고 금융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월가내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고용주 위주의 시장으로 직원들이 근무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점점 많은 월가 회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팬데믹으로 멈췄던 정기적 인력 조정을 재개해 하위 성과자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물론 1987년이나 2008년 이후에 나타났던 대규모 해고 폭풍은 아니겠지만, 수년간 이례적인 일자리 보장과 두툼한 보너스를 즐겨온 월가 종사자들에게 이같은 감원 칼바람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한편 미국 모기지금리가 6.29%로 2008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 구매 수요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집값이 피크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서부 해안 지역의 경우 기록적 급락을 경험 중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