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잠잠해지는 듯 싶더니 중동지역에서 전운이 감돌며 겨우 되살아난 위험 선호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증시는 재차 후퇴했고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미국채 플래트닝 기조 역시 계속되었다. 관심을 끌었던 FOMC 3월 회의 의사록의 경우 무역전쟁 가능성이 하방리스크로 지적되긴 했지만 아직까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래 고점으로 올라서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다.
한국은행은 오늘 이주열 총재 연임후 첫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1.5%로 동결을 예상하면서 경제전망 수정치와 소수의견 개진 가능성, 이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 등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일보는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음 주 쯤 장소와 시기 등 기본적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6개월에서 1년 내에 북핵 완전 폐기 완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바뀐 전쟁터…중동 긴장 고조에 유가·골드 랠리, 러시아 불안
미-중 무역 격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동 위기에 워싱턴 정치 혼란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이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미사일 공습을 경고하고, 예멘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중동지역 무역 충돌 우려에 국제유가(WTI 기준)가 3거래일 연속 크게 오르며 2014년래 고점을 경신했다. 금값 역시 1% 가량 올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주초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장중 1% 넘게 밀리는 등 미 증시 주요 지수가 약세 마감했다. 미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장중 반빅 이상 밀리기도 했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러시아 국채 제재안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루블화는 반등했지만, 러시아 5년물 CDS 프리미엄(뉴욕 CMA 집계 기준)은 4거래일 연속 오르며 작년 8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안다의 아태지역 트레이딩 헤드 Stephen Innes는 투자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화적 수사법에 지나치게 안심한 듯 보인다며 시장이 “매우 변덕스럽고”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전쟁 이슈는 곧 사라질 문제가 아니며, 시리아를 둘러싼 강대국 갈등과 뮬러 특검의 미 대선 스캔들 조사, 북-미 정상회담 등 메가톤급 재료가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공습 초읽기…작년 공습 당시 시장 충격 빠르게 진정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해 미국이 마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러시아 거부로 무산되면서 서방 세계의 독자응징 가능성이 높아져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러시아에게 “멋지고 새로운 스마트한 미사일이 시리아로 날아갈 것이니 러시아는 준비하라”며 트위터로 경고장을 날린 후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나 군사옵션 검토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바로 반격에 나서며 ‘트위터 외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한 러시아 국회의원은 고위급 군 장성들이 미 합참의장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공습이 당장 임박하진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고,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작년 4월 7일에도 트럼프는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 대응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으나 충격은 곧바로 대부분 흡수되었다. 비슷한 대형 참사가 재현되자 이번에는 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등이 적극 나서면서 미국의 대규모 군사 대응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FOMC 의사록, 금리경로 가파를 수도…무역전쟁 우려는 아직 수면 아래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 관료들은 성장 전망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강해지면서 약간 빠른 정책 긴축 속도로 기운 것으로 의사록에 나왔다. 또, 무역전쟁 가능성을 하방 리스크로 진단하면서도 아직까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무역’이란 단어는 의사록에서 겨우 4번 나왔으며 ‘관세’는 2번에 그쳤다.
몇 명의 위원들은 더욱 강한 경제 전망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전망하면서 “향후 몇 년간 연방기금금리의 적절한 경로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 약간 가파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3월 20일-21일 FOMC 회의 의사록에 밝혔다. 의사록은 세제 감면과 정부 지출이 경제를 진작하는 동시에 낮은 실업률과 자체 추산 장기 제한속도를 상회하는 성장 속에서 연준 위원들이 이와 정책을 부합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위원들은 금융 불균형과 “과열”을 우려하는 동시에 노동참여인구 증가에 따른 혜택을 인정했다. 연준 위원들은 세제 및 연방 예산 확대 영향으로 향후 몇 년간 생산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반면 과열된 경제가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 또는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 인플레 압력 증가…6월 금리인상 확률 80%, 불 플래트닝
3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휴대전화 서비스 비용 인하에 따른 영향을 벗어나 마침내 상승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3월 근원 CPI는 전년동월대비 2.1% 상승해 1년래 최대폭 상승하며 예상에 부합한 것으로 수요일 미 노동부 자료에 나왔다. 2월에는 1.8% 상승했다. 모든 요소를 포함한 3월 CPI는 휘발유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월대비 0.1% 감소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는 2.4% 올라 1년래 최대폭 상승했다.
연간 근원 CPI 상승의 약 절반 가량은 휴대전화 서비스 부문의 작년 이례적인 약세 영향이 사라진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요인으로 인해 억눌렸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견해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번 결과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2% 목표에 점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연준의 기대를 뒷받침한다. 미 연방기금 선물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6월 금리인상 확률을 80% 가량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채 시장은 ‘불 플래트닝’을 나타내 5년-30년 금리 스프레드가 37.2bp까지 축소되며 2007년래 최소치를 경신했다. 21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은 낙찰금리 2.795%, 응찰률 2.46배를 기록했다. 간접 매수자 비중은 53.2%로 2016년 11월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ECB 출구전략 준비에 유로화 랠리..IMF 총재 ‘글로벌 교역시스템 붕괴 위기’
유로화가 4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여러 관료들은 9월로 예정된 양적완화 종료를 위해 시장을 서서히 준비시키려 하고 있다. 정책위원회의 공식 가이던스는 6월이나 7월 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ANZ는 11일자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정책 당국자들은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발작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어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편,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가 전세계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는 보호무역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홍콩 연설에서 강조했다. 다음주 워싱턴에서 IMF 연례 회의를 앞둔 가운데, 라가르드는 전세계 경제가 투자 증가, 무역 반등 및 우호적인 금융 환경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고 이 모든 요인들이 기업 및 가계의 지출 확대를 고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4월 17일 전세계 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지난 1월 IMF는 올해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3.9%로 전망한 바 있다.
라가르드는 특히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위협이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전세계 전망은 밝지만 어두운 구름이 어렴풋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라가드르 총재는 세계 무역 체제의 부상으로 극빈층이 줄었고 생활비용이 낮아졌으며 수백만개의 고소득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과 책임 공유의 시스템이 이제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집단적인 정책 실패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