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퍼블릭 불안 재점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1분기 예금이 시장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재점화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장중 한때 50% 넘게 밀려 7.92달러로 신저점을 경신했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전일 장마감 후 내놓은 실적 발표에서 1분기말 예금이 1045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41% 줄어들어 “전례없는” 유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 몰락에 따른 지역은행 위기설에 월가 대형은행 11곳이 힘을 합쳐 퍼스트 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수혈했지만, 애널리스트 예상 평균치 1367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다만 4월 들어 21일까지 예금은 1.7% 감소에 그쳐 고객들의 패닉이 상당히 진정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2분기에 인력을 약 20%-25% 줄이고, 자본 포지션을 강화함과 동시에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예금 유출로 퍼스트 리퍼블릭이 다른 지역은행들에 비해 상황이 악화되었다며, 자본조달 비용 부담으로 대출을 통한 이익 창출 능력이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edbush Securities의 David Chiaverini는 “퍼스트 리퍼블릭은 개별적 상황으로 상당한 스트레스에 놓여 있다”며, 향후 2년간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퍼스트 리퍼블릭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5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증권 및 모기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산매각 성공시 자산-부채 미스매치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미국 대형 은행을 포함해 잠재적 인수자는 이를 시장가보다 높게 사들이는 대신 워런트나 우선주를 받는 방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한도 우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에 부채한도 상향을 촉구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백악관 간의 힘겨루기로 미국 경제가 지난 2년간 이룩한 진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지난주 미국 부채한도를 1.5조 달러 증액하고 연방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하원이 이번주에 표결에 나설 예정이지만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바이든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이미 지난 1월에 법정한도인 31.4조 달러에 도달했고, 이후 미 재무부는 디폴트를 막기 위한 특별조치를 시행해 6월까지 시간을 벌어놓았다. 옐런은 아마도 이번주 안에 의회에 새로운 부채한도 증액 규모 가이던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업데이트된 세수 자료를 토대로 부채한도 도달 시점(X-date) 추정치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세수 부진을 지적하며 6월 15일 이전에 부채한도가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부채한도 우려가 금융 및 신용 여건의 추가 긴축을 초래함에 따라 연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 전망 악화
미국 컨퍼런스보드 소비자 기대지수가 4월 101.3으로 시장 예상치 104를 하회하며 작년 7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현 상황에 대한 평가는 개선되었지만 소비자들이 경제 전망에 대해 보다 비관적으로 돌아선 영향이다. 6개월 전망에 대한 기대는 작년 7월 이후 최저치인 68.1로 하락했다. 컨퍼런스보드의 선임경제이사 Ataman Ozyildirim는 “소비자들이 비즈니스 여건과 노동시장 전망 모두에 대해 보다 비관적이 되었다”며, 특히 소비자들의 기대지수가 조만간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수준 아래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는 올라가고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는 낮아졌지만, 6개월 후 전망은 악화되었다. 겨우 12.5%만이 향후 고용 증가를 예상해 거의 7년래 가장 낮은 비중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4월 소비자신뢰 하락이 보다 타이트해진 신용 공급에 대한 초기 반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긴급 달러 공급 정상화
미국 은행의 실패에 따른 금융시장의 긴장이 가라앉으면서 연준의 긴급 달러 유동성 공급 수요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연준은 영란은행,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과 현지시간 화요일 공동 성명을 내고 “미달러 펀딩 여건의 개선과 최근 미달러 유동성 공급 오퍼레이션의 낮은 수요를 감안해 7일 만기 오퍼레이션의 주기를 일일 단위에서 일주일 단위에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5월 1일부터 발효된다. 다만 시장여건에 따라 필요시 이를 재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발 금융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연준은 3월 19일 당시 5개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과 함께 달러 상시 통화스왑의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조 조치를 발표하고 매일 달러 공급 입찰을 시행해왔다. 기존 방식으로의 복귀는 그만큼 글로벌 금융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정상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관련 내부 검토 결과를 금요일 발표할 예정이다.
美주택시장 바닥론
지난 1년간 극심한 위축을 겪었던 미국 주택 시장이 연준의 긴축 마무리 기대에 모기지 금리가 피크를 지났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일면서 바닥 탈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Ellen Zentner는 주택시장 반등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도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활동지표를 보면 주택 건설과 매수세 모두 바닥에서 반등 중”이라며, “비즈니스 주기가 상당부분 주택시장 경기와 맞물려 있다는 전통적인 시점에서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는 또다른 증거”라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관건은 노동시장이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왠만큼 돈을 번다면 집을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기지 금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실제로 신규 주택 매매는 3월 9.6% 급증해 1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20대 도시의 S&P 코어로직 CS 주택 가격 지수는 작년 고점 대비 거의 5% 아래 수준으로,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이 진정될 경우 그만큼 매수가 활발해질 수 있다. JP모간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Michael Feroli는 여전히 올 4분기에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일 주택시장이 보다 회복탄력성을 보일 경우 경착륙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