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세계중앙은행 연준, 관세유예

(블룸버그) — 연준이 글로벌 최종대부자로 세계중앙은행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 등 여러 국가와 통화 스왑 라인을 가동한데 이어 레포 거래를 통해 미국채를 담보로 해외 중앙은행에 달러 유동성을 제공하는 백스톱(안전장치)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금융시장마저 요동치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 유동성 문제를 적극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바클레이즈는 외국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투매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고, 웰스파고는 중국처럼 연준과 통화 스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EM에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NatWest는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일시적 개입만으로도 시장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2조 달러 규모의 경제구제안에 서명한데 이어 4차 부양책으로 2조 달러의 인프라 지출 법안을 제안했다. 또 90일간 일부 관세 납부를 유예해 주는 방안에 찬성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입품이나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트럼프의 보복관세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듯 보인다. 뉴욕증시는 간밤 하락 마감했고,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23% 급락해 1987년래 최악의 분기를 보냈다. 달러는 분기말을 맞아 수요가 늘며 강세 재개를 시도했으나 연준의 긴급 유동성 조치에 주춤했다. 군드라흐는 4월에 다시 패닉에 휩싸여 S&P 500 지수가 3월 저점 아래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간자산운용은 코로나19 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정책만으로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주식을 사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미국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방침을 한달 연장했지만 최대 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2주가 매우 힘든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존스홉킨스에 따르면 미국내 사망자수는 3800여명이며, 확진사례는 18만명을 넘어섰다. 뉴욕은 확진자가 7만6000명으로 중국 후베이성을 넘어서 세계 최대 진원지가 되었다. 전세계 확진사례는 85만명을 돌파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은 선별적 지준율 인하와 더불어 지방 정부의 인프라 채권 발행 확대를 촉구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3월 수출실적은 조업일수 증가, 반도체 수출 선방 등으로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경제 및 교역 상황에 비해 아직 급격한 충격이 본격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사전설문조사에서 한국 3월 수출은 전년비 1.6% 증가가 예상됐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글로벌 최종대부자

연준이 금융 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들을 위한 임시 레포 대출기구(FIMA repo facility)를 도입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중앙은행은 보유 중인 미국채를 담보로 잠시 달러를 빌려 자국 금융기관들에게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결정은 FOMC의 승인을 받았으며, 레포 기간은 오버나잇이지만 필요시 롤오버가 가능하다. 금리는 IOER(초과지급준비금리)+25bp로 운영된다. 연준은 “이 제도는 공개시장에서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대신 임시적인 대체 달러 공급원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채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현지시간 화요일 성명서에서 밝혔다. 4월 6일부터 시작되는 이 제도는 연준이 달러 자금조달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새로운 정책수단을 제공한다.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미국채를 비유동적 시장에 팔아야 하는 필요성이 줄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중요한 자산인 미국채의 거래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다. 스트래티지스들은 이번 조치로 중국 등 현금이 급한 국가들이 미국채 투매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며, 연준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달러와 단기물 스프레드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2조 달러 인프라 지출

트럼프는 미의회에 일자리 창출 방편으로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지출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이제 수십년간 기다려왔던 인프라법안을 처리할 때”라고 현지시간 화요일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매우 크고 과감한 2조 달러 규모가 되어야 한다. 오직 일자리와 우리 조국의 한때 위대했던 인프라를 재건하는데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60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오랫동안 주창해왔던 도로와 교량,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으로 대량실업이라는 난국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운동 당시 1조 달러 인프라 지출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2018년에는 1.5조 달러의 신규투자를 의회에 요청한 바 있다. 백악관과 미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구제법안을 지난주 승인한데 이어 4차 부양책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주 인프라법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화요일 MSNBC 인터뷰에서 브로드밴드와 물 관련 프로젝트를 코로나19 대응 관련 인프라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골드만 ‘미국 2분기 성장률 -34%’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가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함에 따라 미국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4%로 이전 추정치 -24%에서 하향조정했다. 9%로 내다봤던 실업률은 올해 중반까지 15%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Jan Hatzius 등 이코노미스트들은 3분기엔 성장률이 19%로 크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 GDP 위축의 약 절반 정도가 연말이면 채워질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수입과 지출에 충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연준과 정부의 공격적 대응이 이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편 미국 3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는 120으로 2017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예상치 110은 넘어섰지만 설문 마감일이 3월 19일로 감원 폭풍이 막 시작되기 직전이라 향후 추가 악화가 예상된다. 수입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을 보여주는 하부 기대지수는 88.2로 2016년 10월래 최저치였다.

V-자 경기반등 희망 버려라

코로나19가 세계경제를 침체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들은 V-자 형태의 경기회복 기대를 점차 버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팬데믹이 확산되며 광범위한 경제 충격이 보다 분명해지면서 올 하반기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본 시나리오마저 불분명하다. 경제의 운명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문 영역을 벗어난 코로나19의 경로에 달려 있어 예측 자체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는 “코로나19가 2분기 말에 사라질지 전혀 확실치 않다”며 “여름까지 지속될 경우 모든 충격은 증폭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 정체” 현상이 벌어져 가계와 기업이 돈을 못내 디폴트가 이어지는 사태를 우려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4분의 1이 이미 그날벌어 그날쓰기 바쁜 상황이며, 미국인 40%는 400달러 이상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돈을 빌려야 한다. 씨티그룹은 “근무 정상화보다 여가생활 정상화가 시간이 더 걸린다”며, 경제가 서비스업에 집중된 국가의 경우 올 하반기에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Moody’s Analytics는 V-자나 U-자 형태보다는 ‘나이키 로고’ 모양의 경제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세계경제가 올 상반기 연율 2.3% 위축된 후 하반기에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과 유로존은 코로나 위기전 아웃풋 수준을 내년 3분기 전까지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트럼프-푸틴, 유가붕괴 막을까?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월요일 전화통화로 유가 급락에 대해 논의하면서 러시아 내에서 사우디와의 값비싼 유가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조심스러운 희망이 일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최대 9% 가량 올라 4거래일만에 반등을 시도했다. 트럼프가 먼저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유가 하락을 환영해왔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볼때 긍정적 신호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양국 정상은 현재 유가 수준이 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했다. 트럼프가 유가 붕괴를 막기 위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푸틴은 비록 일부 양보를 한다 하더라도 좀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RIAC의 Andrey Kortunov는 지적했다. 푸틴은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 그 자체를 “외교적 승리”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러시아의 셈법이 바뀔 수도 있다며, “유가가 몇개월 안에 회복할 것이란 희망이 날아가 버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3월초 사우디 주도의 OPEC+ 추가 감산 제안을 거부한뒤 사우디는 산유량을 늘렸고 코로나19로 많은 국가가 셧다운되면서 수요마저 붕괴되자 유가는 곤두박질 쳤다. 사우디는 4월에도 원유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일 공급량을 2월 970만 배럴에서 목표치인 사상최대 1230만 배럴로 늘리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