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채권금리 피크? 7월도 75bp 인상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긴축 기대를 낮춤에 따라 미국채 3년물 금리가 한때 3%를 하회하며 22bp 가량 급락하는 등 채권시장 랠리가 이어졌다. 시장은 이제 최종금리를 3.5% 아래로 내다보는 분위기로, 일각에선 2023년 인하 가능성까지 헤지하고 나섰다. S&P 글로벌 미국 종합 PMI가 6월 51.2로 하락해 인플레이션이 수요를 억누르고 기업 활동이 주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뉴욕증시는 반등을 재개해 S&P 500 지수가 1% 가량 상승으로 마감한 반면 외환시장에선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져 달러가 대부분의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엔화 역시 이틀째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Joachim Nagel 정책위원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있어서 중앙은행들이 “너무 적게, 또 너무 늦게” 대응해서는 안된다며, “통화정책이 추세에 뒤처질 경우 보다 강력한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eter Kazimir ECB 정책위원은 ECB가 향후 1년 안에 금리를 200bp 넘게 올릴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7월 25bp에 이어 9월 50bp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상회하는 등 급등한 이유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에 따른 통화긴축 가속화 및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대외여건 변화”라며 “국내 펀더멘탈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다만 외환시장에서 일방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방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7월도 75bp 인상

미셸 보우만 연준이사는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한 후 몇번 더 50bp씩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후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연준의장은 현지시간 목요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의 경기침체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 약속은 “무조건적”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데다 인플레이션이 목표로부터 매우 멀리 있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고용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토요일 월러 연준이사는 7월 75bp 인상에 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와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역시 다음달 75bp 인상 논의가 합리적임을 시사했다. 한편 연준의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합격점을 받았다.

HSBC ‘채권 금리 피크일수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이미 미국 금리 사이클의 정점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HSBC Holdings의 글로벌 채권 리서치 헤드인 스티븐 메이저가 진단했다. 채권 강세론자로 유명한 메이저는 목요일 블룸버그 TV에서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만일 피크에 도달했다는 인상을 줄 경우 금융여건이 느슨해져 긴축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앞으로도 두달 정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시장을 원하는 곳으로 이끈 듯 보인다며, “시장은 이미 이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만은 파월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때문에 채권시장이 연준을 오판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통제를 벗어났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2%로 확실히 향할 때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라며, 내년 연방기금금리가 5% 이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개미군단의 항복

일부 마지막 강세론자들이 마침내 약세장에 무릎을 꿇고 거의 2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JP모간 체이스가 거래소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팬데믹발 시장 붕괴 이래 항상 저가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주엔 2020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번 대탈출은 올해 15조 달러의 매도세를 대부분 버텼던 개미군단에게 주목할만한 변화로, 이들이 선호했던 주식과 암호화폐의 투자손실이 불어나자 마침내 심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 Peng Cheng은 진단했다. 그는 “수요가 약해지는 추세”가 나타났다며, “개인투자자들이 항복했다고 말해도 무방하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아 디폴트 주목

러시아 재무부는 2027년과 2047년 만기인 역외채권에 대해 2억3500만 달러 상당의 이자를 루블화로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NSD)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간 22일에 외화 표시 국채 상환을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번 두 건의 채권은 루블화 결제를 인정하는 조건이 담겨있지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서방세계가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막으면서 러시아가 채택한 우회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아직 확실치 않다. 이미 5월말 약 1억 달러의 채권 쿠폰이자 지급이 국제 제재로 묶여 있어 유예기간이 끝나는 이번 일요일 밤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는 사실상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6월 24일엔 2028년 만기 채권의 이자 1억5900만 달러 가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일, 가스 공급 위기

독일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위협함에 따라 에너지 시장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상기시켰다. 로버트 하벡 경제장관은 현지시간 목요일 독일의 가스 리스크 수준을 두번째로 높은 ‘경보’로 올린 후 에너지 공급업체는 물론 소비자와 기업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고 있지만 이번 격상으로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가계와 기업에 전가하도록 허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 하벡은 에너지 업체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시장 전체가 언젠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며, “에너지 시스템의 리만 효과”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세계가 제재를 가하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으로의 에너지 공급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독일의 경우 겨울을 위한 비축분이 위협받고 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