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가지 이슈: 연준 긴축 제동? 美-中 금리역전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와 시장 혼란 속에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확산되었다.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글로벌 성장 둔화를 언급한데 이어 하커 연은총재가 12월 금리 인상에 신중한 견해를 밝히면서 시장은 이제 내년은 물론 당장 다음달마저 긴축 경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해 3.06%로 9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6월래 최장기인 4주 연속 랠리를 펼쳤던 달러(BBDXY)는 지난주 0.5% 가량 하락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금요일 미-중간 무역 분쟁 해결에 낙관하고 있다며 대중관세 추가 부과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미증시는 대체로 상승했다. 그러나 펜스 미 부통령은 무역전쟁을 급하게 끝낼 이유가 없다며, 중국이 변하지 않는한 미국 역시 경로를 바꾸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파트너 국가들을 부채의 늪에 빠뜨린다며 맹공격해 신냉전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관세 정책이 “실패할 운명”이라며 자신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방어했다. 양국 지도자간 신경전에 APEC은 최초로 공동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비둘기 연준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이 연준 정책 결정시 글로벌 성장 전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연준이 비둘기파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기대를 부추겼다. 그는 연준이 중립금리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일부 증거”가 있다면서, 내년 물가압력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연준 관료들의 글로벌 성장 강조는 연준의 긴축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흔들 수 있다.
여기에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가 기름을 부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완만한 인플레이션 전망을 감안할 때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12월 금리인상이 올바른 움직임인지 확신이 없다.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이 신중한지 판단하려면 향후 몇주간 지표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빠르게 넘고 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따라서 상황을 좀더 지켜볼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는 기준금리를 중립수준의 약 50bp 위까지 3-4차례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2.5%까지 오른다 해도 신경쓰지 않겠다며,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형성되겠지만 고삐가 풀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따라서 연준은 통화정책 고려시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 3%도 위태?

채권 강세론자들은 지정학적 혼란과 글로벌 성장 우려에 마침내 연준이 정책 긴축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탈리아 예산 논쟁과 영국 브렉시트 내홍에 이르기까지 유럽내 긴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 미국채의 안전자산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연준 고위 관료들조차 대외 성장 둔화 리스크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내년 금리 인상 전망을 낮추고 있다. 이번주 추수감사절이 끼어 있는데다 중요한 경제지표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금요일 3.06%로 지난달 7년래 고점 수준인 3.26%에서 크게 내려왔다. 트레이더들은 이제 내년 연준 긴축 폭을 약 35bp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이달 초 50bp 이상에서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연준 자체 전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Intellectus Partners는 “금리가 오를 여지가 많지 않다”며, 10년물 금리가 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레이더들은 예산안 수정을 거부한 이탈리아에 대해 유럽연합이 제재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21일을 주목하고 있다.

메이 내각 정비…브렉시트 의회 통과 가능성은?

내각 줄사퇴 충격에 메이 영국 총리는 발빠르게 대처했다. 라브 브렉시트 장관 후임을 지명하고, 브렉시트 협상권한을 총리실에 일임했다. 아직까지 메이에 대한 불신임안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메이는 “내가 알기엔” 충분한 표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데이타임즈는 7명의 대표적 보수당 의원들이 메이 축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화요일 불신임안 투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불신임안 요청에 따라 당내 경선을 결정하는 1922위원회의 Brady 위원장은 BBC 인터뷰에서 아직 최소 인원수인 48명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메이가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보수당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투표권을 보유한 하원의원 모두가 투표한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320명의 찬성이 필요하며, 이중 236표 정도는 메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84표는 메이 총리의 정치적 지도력과 협상능력에 달려 있다.
헤지펀드 Crispin Odey는 영국이 합의에 실패한 채 EU를 탈퇴할 경우 파운드 가치가 20%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불신임안 투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파운드-달러 환율 1개월 리스크리버설이 2016년 6월래 최저로 추락했다. 파운드는 브렉시트 합의안 내각 승인 이후 영국 정부가 혼란에 빠지면서 지난주 1% 넘게 하락했다.

중국 미국채 보유액, 4개월 연속↓…미-중 1년물 금리 역전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압력에 위안화 안정화 조치에 나서면서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이 9월 1.15조 달러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보유한 미국채를 대량 내다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같은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 외환보유고는 9월 약 220억 달러 줄어들어 2017년 7월래 최저치를 기록해, PBOC가 시장에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1년만기 중국 국채 금리가 유사만기 미국채보다 10bp 이상 낮아졌다. 최소한 2008년 6월 이후 이달 초까지만해도 1년물 중국 국채 금리는 미국채 금리를 상회해왔다. PBOC가 둔화하는 중국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면서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빨리 하락하자 내외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내외금리 역전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위안화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려 위안화를 추가 압박할 위험이 있다. 위안화는 미-중간 무역 긴장 우려 속에 올해 이미 6.3% 급락했다.

HSBC ‘달러 더 오른다’ vs 모간스탠리 ‘달러 피크’

달러가 올해 예상외 강세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투자 전략이 뒤집힌 이후 월가 은행들은 내년 달러의 향방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달러 급등 시기가 끝났다며, 이제는 달러를 매도할 때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달러가 더 오르기엔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고, 이에 반해 내년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아시아 신흥시장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HSBC는 미국 경제가 계속 강하게 성장하고 연준 금리인상으로 유럽과의 금리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면서 유로 대비 달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끊임없이 미국 경기 침체를 찾고 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가 리스크오프로 가고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해도 달러와 엔화는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는 내년 말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1.1달러에 도달해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