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과 싸우지말라, 유가 급등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매파 발언 여파에 미국채 2년물 금리가 2007년 11월래 최고치인 3.48%까지 치솟았다가 매도세가 진정되며 오름폭을 일부 되돌렸다. 달러(BBDXY) 역시 0.6% 넘게 상승해 7월 기록했던 역사적 고점에 접근한 뒤 다소 후퇴했다. 트레이더들은 1년후 연준 기준금리 기대를 일주일만에 3.68%에서 3.82%로 높였다. 뉴욕증시는 금요일 급락을 딛고 반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약세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FOMC가 75bp 인상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50bp로 속도 조절에 나설지 판단하기 위해 조만간 발표될 미국 8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전일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이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데 대해 백악관은 연준 변호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연준이 하는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역사적이며 삶을 바꾸는 경제 성장세를 희생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라고 현지시간 월요일 강조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과 싸우지 말라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은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투자자들에게 전달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가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월요일 블룸버그 Odd Lots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고 사실 기뻤다”면서,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우리의 결심이 얼마나 진지한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의 간결하고 직설적인 매파 연설에 S&P 500 지수는 지난 금요일 3.4% 급락했다. 카시카리는 미 증시가 6월 저점에서 8월 중순까지 대략 17% 랠리를 펼친 점에 대해 반갑지 않았다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와 이에 대한 시장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생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상승 또는 채권 스프레드 축소 등 금융 여건의 완화는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는 또한 1970년대처럼 섣불리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가 급등

리비아 정치 불안에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에 유가가 급등했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선물가격은 한때 4.6% 넘게 올라 배럴당 97달러선을 상회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협상이 9월까지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해 이란산 원유가 곧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기대를 꺾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전력 요금 폭등에 긴급 개입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Oanda 시장 애널리스트 Ed Moya는 “한가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트레이드는 오일시장의 타이트한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라며, OPEC+ 감산 가능성에 리비아 내전 위험까지 더해져 유가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 석유기업 쉘의 벤 반 뷰르덴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쉽게 극복될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라며,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겨울을 넘겨야할 수도 있다고 월요일 노르웨이 컨퍼런스에서 경고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에너지 부족 사태에 대응하려면 석유와 천연가스가 더 필요하다며,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실적 우려

일부 월가 대형 은행들은 금리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 기업들의 이윤을 더욱 압박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어닝 시즌이 우려만큼 나쁘지 않았지만 모간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하향조정 되어야만 주가가 진정한 저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BofA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번주 발표될 8월 고용지표가 강하게 나올 경우 75bp 인상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기업들이 금리 상승에 취약하지만 특히 테크업체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향후 이익 추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불안하다. 게다가 자금조달 비용마저 높아져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 약세론자인 모간스탠리의 Michael J. Wilson은 월요일자 보고서에서 최근 주가 하락에도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적정가치 위에 있다며, 금요일 파월발 시장 충격은 “성장 기대에 대한 기나긴 조정 국면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 실적 기대가 최소 5%에서 심지어 15%-20%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최근 미국 증시 랠리가 경제 리스크나 통화정책 긴축, 기업 이익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을 고수했다. 월요일 보고서에서 그는 기업 실적 약화가 미국 주가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연준보다 기업 실적 리스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ECB 비둘기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주 정책 회의에서 75bp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매파적 ECB 위원들의 의견에 우려를 제기한 셈이다. 25명의 ECB 위원 중 가장 비둘기파적인 레인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몇번 움직이는 것보다 여러 차례로 쪼개어 같은 폭으로 인상하는 방법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금리와의 격차를 좁히는데 있어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꾸준한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ECB 웹사이트에 올린 바르셀로나 패널 연설에서 강조했다. 이처럼 여러 단계로 나누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중간에 상황이 바뀌었을 때 경로 조정이 보다 손쉽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 전망 악화로 적절한 통화정책 경로를 그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매파 연준에 대응한 투자전략

JP모간자산운용의 David Kelly는 매파적 연준에 놀란 투자자들에게 단기 방향성을 찾기보다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금요일 파월의 잭슨홀 발언 이후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가 한 발은 침체 쪽에, 다른 하나는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선 밸류에이션을 보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가치주와 상대적으로 PE가 낮은 주식을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고, 대형 테크주와 비트코인을 치우라고 조언했다. 비트코인은 월요일 한때 2만 달러를 하회했고 밈주식 ETF는 8월 중순래 거의 20% 빠졌다. Kelly는 추가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내년 말이면 경제가 보다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했다는 죄책감에 미국 경제의 체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