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 동결? 경제 연착륙 위협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주요 산유국 감산 연장에 배럴당 100달러를 노리던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우려로 속절없이 급강하 중이다. 9월말 95달러 돌파를 시도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7월래 처음으로 50일 이평선 아래로 밀리며 82달러대까지 내려왔다. 변동성 급등에 옵션시장도 요동쳤다. 뉴욕증시는 미국 9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소폭 하락했다. The Sevens Report의 Tom Essaye는 “고용보고서가 너무 뜨겁게 나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근접할 경우 S&P 500 지수가 쉽게 200일 이평선을 하회하게 되고 그러면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시간 11월 1일 FOMC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11월물 미결제약정이 30년 역사상 최대인 거의 60만 계약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 수는 인상 쪽에 베팅했지만, 스왑시장의 경우 25bp 인상 확률을 30% 정도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 한편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성장 전망은 여전히 고르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집트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출혈을 막으려면 또다시 통화절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동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고용과 물가가 계속 식거나 금융 여건이 타이트하게 유지된다면 연준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이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FOMC 금리 결정 투표권이 없는 그는 현지시간 목요일 뉴욕 경제클럽 연설문에서 “계속해서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을 향한다면 우리는 금리를 동결하고 정책 효과가 작동하도록 놔둘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함에 따라 통화정책이 점점 더 제약적이 된다는 사실”이라며, “따라서 금리 동결은 적극적인 정책 조치”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90일 동안 상당히 타이트해진 금융 여건이 그대로 갈 경우 연준이 추가 액션을 취할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채권 금리 급등은 연준의 1차례 인상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따라서 추가적인 긴축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최근 혼란에 대해서는 무질서하다기 보다 금융시장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별도 발언에서 미국채 금리 급등은 공급 부담과 견조한 경제지표를 반영한다며, 과거 시절의 보다 정상적 금리로 회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연착륙 위협

연준이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2007년래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사실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이면서 경제의 연착륙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달 사이에 50bp 가량 올라 4.7%를 넘어섰다. 이는 단기적으로 지난 3월 지역은행 붕괴와 유사한 금융 불안 위험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현저히 부풀려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Federated Hermes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R.J. Gallo는 “궁극적으로 피드백 효과가 경착륙 공포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영향을 제거한 실질금리 상승이 문제다. 10년 만기 물가채 금리는 지난 20년간 거의 보기 드물었던 2.4%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준 지도부는 아직까지 장기 금리 상승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지난주 연준이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분간” 높게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차드 클라리다 전 연준부의장은 현지시간 수요을 블룸버그  TV에서 연준 위원들이 여러 차례 발언 기회가 있었지만 채권 금리 상승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채권 금리 상승은 사실상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연준의 임무를 일부 대신 해 준다고 설명했다. JP모간 수석 이코노미스트 Bruce Kasman은 “단기적으로 우려할만한 파괴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MacroPolicy Perspectives의 Julia Coronado는 “연준이 엇갈린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이는 “채권 금리가 이미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게 계속해서 높이 올라가도 된다는 허락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채 10년물 6% 전망

JP모간투자운용의 윌리엄 아이겐은 연준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적어도 한번 더 금리를 올리고 18개월간 그곳에 머물 것으로 본다며, 채권투자자들에게 추가 고통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00년 이래 처음으로 6%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 강세론자들이 깨닫지 못한 사실은 “현재 경제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더 높은 금리를 잘 버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운용하는 88억 달러 규모의 JPMorgan Strategic Income Opportunities Fund의 상당 부분을 현금에 묶어두는 전략으로 역사상 최악의 채권 매도세를 버티고 있다. 8월말 기준 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는 63%가 현금성 상품으로 기업어음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만기가 짧은 변동 금리의 투자등급 채권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이윤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 채권시장이 올해 들어 2.7% 하락한데 비해 이 펀드는 4.1% 상승했다. 작년의 경우 Bloomberg US Aggregate 지수가 기록적인 13% 손실을 냈지만 아이겐은 0.5% 가량 수익률을 건졌다. 그의 강점은 현금에서 정크채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제약 없이 어디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채권펀드의 경우 대부분 벤치마크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강달러 베팅

최근 주식과 채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중심으로 일종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가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과 중국이 부진해 글로벌 경제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많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에 유지한다면 적어도 연말까지는 달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골드만삭스 스트래티지스트들은 6개월 안에 달러-엔 환율이 1990년래 최고치인 155엔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고, 유로화는 달러와 1:1 패리티에 근접하고 있다. 월가에선 헤지펀드들이 예상치 못한 달러 상승에 시달린 뒤 달러 롱 포지션을 6월래 최대 수준으로 높였다. 매파적 연준과 미국채 금리 상승에 달러는 7월 중순부터 다른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연출했다.

Rabobank의 Jane Foley는 고금리 장기화와 견조한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달러는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하나”라고 설명했다. Saxobank의 Charu Chanana는 미국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가 늘고 있지만 달러 랠리가 좀더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Lord Abbett의 Leah Traub는 2007년과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통화정책이 2024년 중반까지 달러를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BBH의 Win Thin은 “강한 지표와 금리 상승, 매파적 연준 발언 등 모두가 달러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암울한 글로벌 무역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부진한 회복 등을 이유로 올해 글로벌 상품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 4월 제시했던 1.7%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증가율 2.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작년의 경우 3% 성장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엔 전년비 -0.5%로 부진했다고 WTO는 밝혔다. 내년 성장률은 3.3%로 예상됐다. WTO는 “다수의 국가와 다양한 상품, 특히 철강, 사무 및 통신 장비, 섬유, 의류 등 제조업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무역이 둔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미달러 절상, 지정학적 긴장 등이 모두 원인”이라고 현지시간 목요일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2023년 무역 둔화 전망은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려할만 하다”며, “글로벌 경제의 분열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