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인상·러 디폴트 이중위협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이번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2018년래 연준의 첫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라는 거대한 이중 위협에 시달릴 전망이다. 물가 안정에 비상이 걸린 연준이 일본이나 유럽 중앙은행보다 훨씬 빨리 긴축에 나설 것이란 기대에 지난 금요일 엔화는 달러 대비 1% 가량 밀리며 201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화 역시 매도세에 시달렸다. 뉴욕증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휴전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소식에 금요일 오후 낙폭을 확대해 S&P 500 지수가 주간 기준 2.9% 하락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 원유와 미국채 시장 역시 또다시 격변의 한 주를 보냈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3월 59.7로 2011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하고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4%로 198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소비자들마저 불안에 떨게 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폴란드 국경 근처 우크라이나 군사시설까지 미사일로 폭격하는 등 푸틴의 전쟁이 NATO와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멈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란 핵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란 원유 수출 재개로 유가의 급등세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난주 갑자기 중단되어 유가 불안을 다시 부추길 위혐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의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최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조치로 일요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전략 시설’을 정밀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또한 이라크가 중재한 사우디와의 외교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도 일방적으로 중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중동 지역까지 파장을 미칠지 우려된다. 한반도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과 관련해 “당장 월요일에 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러시아 디폴트 우려

러시아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약 1억1700만 달러의 쿠폰 이자 지급 만기가 3월 16일 돌아온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일요일 국영TV 인터뷰에서 러시아 외환보유고 6400억 달러 중 절반 정도인 약 3000억 달러가 이미 자산동결 조치로 접근이 막혔다며, 서방세계가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경우 러시아의 위안화 자산마저 위협을 받겠지만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한 해외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계획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러시아의 국가 디폴트는 더이상 현실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니라며, 다만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될 확률은 낮다고 현지시간 일요일 CBS에서 진단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저 수준 직전인 C까지 강등하고, 채권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미-중 대화

미국과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처음으로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요일 로마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방안과 양국간 현안을 논의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게 미국과 유럽, 아시아 동맹국들이 참여한 대러시아 제재조치를 따르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중국이 제재 회피를 시도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설리반은 그 가능성에 대해 중국측에 확실히 경고했다. 설리반은 일요일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전에 러시아가 뭔가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국에게도 거짓말을 해 중국측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또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지 미국이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중국에게 직접 개인적으로 미국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채 금리 급등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일주일 사이에 27bp나 급등하면서 종가기준 1.75%로 2019년 9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채 가치는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6% 하락해 지난 1년간 이자 지급분을 날려버렸다. 한 미국채 지수는 올해 들어 3.8% 하락해 1973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연간 성적을 향하고 있다. 2월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안전자산 선호가 일며 잠시 미국채 금리가 후퇴했지만,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이 40년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연준은 이번주 25bp를 시작으로 올해 적어도 25bp씩 여섯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모간스탠리투자운용의 Jim Caron은 “많은 이들이 인플레이션 피크를 1분기로 예상했지만 최근 유가 움직임에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어, 이같은 맥락에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추가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금요일 러시아와의 정상적 무역 관계를 끝내자며 미의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최혜국 대우라는 무역 지위를 철회해 미국과의 교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수입 관세를 높여 러시아 경제에 “또다른 치명타”를 안겨주겠다는 의도다. 바이든은 유럽연합및 G-7의 공조도 기대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초당적 지지를 받아 관련 법안을 하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러시아는 쿠바나 북한과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된다. 바이든은 또한 러시아산 주류와 수산물, 럭셔리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한지 2주만에 20년이 넘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 기간 중 최악의 경기하강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고강도 국제 제재조치에 손발이 묶인 러시아 경제는 GDP가 이미 2% 가량 축소된 것으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추정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모스크바 주식 거래 중지를 3월 18일까지 연장했다.

글로벌 식량 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교역이 마비되고 향후 수확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미 기록적인 글로벌 식품 가격이 22% 가량 더 오를 수 있어 세계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될 전망이라고 유엔이 경고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전쟁이 세계 식량 체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음 시즌 이후까지 지속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식량의 1/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달 말 전쟁이 발발한 이래 교역 흐름이 마비된 상태다. 생산 비용마저 급증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2022년-2023년 시즌에 급격한 흑해의 곡물·해바라기 수출 감소분을 대신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FAO는 지적했다. 그 결과 글로벌 식품 및 사료 가격은 22%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고유가가 이어진다면 “상당한” 공급갭이 지속될 전망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