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 뉴노멀 50bp, 침체 공포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5월 FOMC에서 우려했던 매파적 서프라이즈는 나오지 않았다. 연준이 50bp 인상과 양적긴축을 결정했지만 파월 연준의장이 75bp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현지시간 수요일 미국채 단기물 금리가 크게 후퇴하고 테크주가 안도 랠리를 펼쳤다. 트레이더들은 6월 긴축 기대를 낮추기도 했지만, 파월이 연속 50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연준의 정상화 속도가 25bp에서 50bp로 굳어졌다는 점에서 공격적 긴축 기조는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목요일 영국과 유럽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덮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해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고 나스닥 100 지수는 2020년 9월래 최대폭인 5.1% 추락했다. BNP파리바는 전일 FOMC 직후의 뉴욕증시 상승이 “약세장 랠리의 전형”이었다고 진단했고, BMO Capital Markets는 간밤 시장의 대혼란은 파월의 연착륙 약속을 믿지 못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리스크를 두려워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달러지수(DXY)는 장중 1.3% 점프해 2002년 12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이번주 호주를 필두로 인도, 영국, 폴란드 등도 줄줄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만큼 한국은행의 긴축시계도 빨라질지 주목된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하면서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부양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수도 있다. 투자 및 수출 촉진, 테크 플랫폼 기업 지원 등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중국 관영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상화된 금융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뉴노멀 50bp 

연준이 물가 급등세를 통제하기 위해 시장 예상대로 200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막대한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4일 오후 만장일치로 연방기금금리를 50bp 인상했다. 또한 6월부터 보유한 미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런오프’ 방식으로 줄여갈 계획이다. 월 축소 한도는 초기 475억 달러에서 3개월에 걸쳐 950억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FOMC는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주의하고 있다”며, 중국 코로나 관련 봉쇄 조치가 공급망 차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관련 이벤트까지 합쳐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며 기자회견 포문을 연 파월 연준의장은 다음 두차례 FOMC 회의에서도 50bp 인상을 의제로 논의하는 방안에 대해 연준위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75bp 인상 가능성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트레이더들이 6월 인상 기대를 낮추기도 했다. 그는 경제 연착륙을 자신하면서, 필요하다면 정책을 2%-3% 사이로 추정되는 중립금리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가져가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영국 경기침체 경고

영란은행(BOE)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로 25bp 인상하면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스태그플레이션 또는 경기침체 리스크를 경고했다. 길트채 2년물 금리는 한때 25bp 급락했고, 파운드는 달러 대비 2.4% 밀리며 2020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정책위원 9명 중 3명은 50bp 인상을 주장했고, 대다수는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BOE는 영국 경제가 두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겠지만 아웃풋이 올해 마지막 분기에 1% 가까이 무너지고 내년 GDP는 0.2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10월 10%를 상회하고 임금 상승률이 올해 5.7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E가 또다시 ‘비둘기파적 인상’을 단행했다며, 인플레이션 급등과 경기침체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함에 따라 금리를 더 많이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유럽도 침체 우려…ECB 6월 인상 논의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유로존 경제가 거의 멈춰섰다고 진단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타격에 대해 ECB 인사로서는 가장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이탈리아 La Stampa에 유로 지역의 경제가 “사실상 침체되고 있다”며, “이는 ECB가 직면한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통화긴축이 이미 약화되고 있는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ECB 매파들이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파네타는 2분기 GDP 지표를 확인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과 관련해 “2-3개월 먼저 하거나 나중에 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면서, 다만 현 상황에서 마이너스 금리와 순자산매입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2분기 수치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스테그플레이션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올해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다. Danske Bank의 Piet Christiansen는 여러 ECB 위원들이 긴축을 서두르자는 입장이라며, 파네타의 발언은 “외로운 늑대”일 뿐 소수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가장 매파적 인사인 로버트 홀츠만 정책위원은 6월 ECB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논의하겠다며 어쩌면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채 10년물 3.2%?…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17bp 뛰어 3.1%선을 넘어서며 2018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Eagle Asset Management의 James Camp는 연준의 긴축 속도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역부족이라며, 10년물 금리가 3.23%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물 금리는 현재 9월까지 50bp씩 추가 3차례 인상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6일 나올 미국 4월 고용보고서와 다음주 예정된 물가지표(CPI) 및 미 재무부 분기 리펀딩 입찰 물량 등도 채권 투자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atAlliance Securities는 미국채 일드커브가 스티프닝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연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메시지라며, “FOMC 회의 때마다 진짜 시장은 정책 결정이 발표된지 약 18시간 후에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UBS Group의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지수는 수요일 3.5% 급등했다. 웰스파고의 Chris Harvey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올해 하반기 지배적 화두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경직적(sticky)이고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OPEC+ 증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고려하면서 글로벌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OPEC+는 기존의 점진적 증산 일정을 고수했다. OPEC+는 6월 산유량을 하루 43만2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많은 석유 소비국들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에게 러시아 원유 보이콧에 따른 공급 부족을 채워주고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고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달라고 촉구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몇몇 산유국이 생산 제약에 시달리면서 심지어 4월엔 사실상 증산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전략적 비축유를 다시 확충하기 위해 이번 가을부터 원유를 사들이기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WTI)는 공급 우려에 한때 3.3% 급등해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