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 경기 낙관, 유럽 가스 위기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지난 이틀간 패닉을 겪은 영국 금융시장에서 저가 매수가 살아나며 파운드가 한때 1.4% 가량 반등하고 길트채 2년물 금리는 장중 37bp 하락하는 등 안도랠리가 펼쳐지는 듯 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투매에 다시 휩쓸리면서 길트채 30년물 금리가 47bp 넘게 급등해 2002년래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취임 이래 영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최소 5000억 달러가 빠져나간 셈이다. 뉴욕 증시 역시 장초 반등을 시도했으나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러시아의 위협으로 유럽 에너지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S&P 500 지수는 장중 2020년 11월래 저점을 경신했다. 벌써 6거래일째 하락으로 2020년 2월래 최장기 약세행진이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금융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금융안정 리스크가 될만한 유동성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또한 미국 경제가 다른 많은 나라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어 달러가 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며, 금융 여건의 긴축이라는 이같은 상황 전개는 인플레이션을 대응하는데 나타나는 현상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S&P CoreLogic Case-Shiller 지수에 따르면 미국 20개 대도시 집값이 7월에 0.44% 떨어져 10년만에 첫 하락을 기록했다. 한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왓츠앱 등 비인가 메시지 앱을 통한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은데 대해 골드만과 BofA를 포함한 월가 대형은행들과 총 과징금 20억 달러에 합의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경기 낙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미국 경제가 침체 리스크에 직면해 있지만 금융시장에서 일드커브 역전이 시사하는 것만큼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불러드는 중앙은행이 추구하는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뜨거운 물가 압력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며, “이것은 심각한 문제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주 3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하고 점도표 중앙값 기준 연방기금금리를 올해 말까지 4.4%, 내년 4.6%로 전망했다. 불러드는 금리가 이제야 막 “제약적 영역”에 들어섰다며, “4.5% 범위”까지 가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고삐를 확실히 잡으려면 “금리가 일정 기간 더 높은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연준은 달러 강세에 따른 파장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11월 초 FOMC 회의에서 추가 7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도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적절하다며,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한 행사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상당한 긴축이 대기 중이다. 우리는 물가 안정 회복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차를 감안할 때 과도하게 움직일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비둘기파인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는 CNBC 유럽 인터뷰에서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를 내년 3월 피크까지 끌어올린 뒤 쉬어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어쩌면 금리 인상을 현재 컨센서스보다 적은 폭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의 해저관 3곳이 손상된데 이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마저 법적 분쟁으로 멈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유럽내 천연가스 가격이 거의 20% 급등했다. 트레이더들은 유럽이 이번 겨울은 물론 그 이후까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독일 당국은 물론 덴마크와 스웨덴 역시 노드스트림 가스관 손상에 대해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 라인마저 공급이 중단될 경우 TurkStream 파이프라인만 남아 터키 및 아직 러시아와 비즈니스 관계를 끊지 않은 소수의 유럽 국가만 가즈프롬으로부터 가스를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유럽 경제를 이미 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유로존 GDP는 1% 감소가 예상되며 경기 하강이 4분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번 겨울 혹한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유럽연합(EU) 27개국이 희소한 연료의 효율적 배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5%까지 악화될 수 있다. 한편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로부터 충분한 천연가스 대체 공급을 확보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독일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예비 전력원인 원전 2곳을 내년 4월까지 가동 연장할 방침이다. EU는 EU회원국 국민의 러시아 국영기업 고위직 취업을 금지하자는 독일의 제안을 고려 중이라고 소식통이 밝혔다.

BOE 패닉 대응 없다

휴 필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정부의 감세안과 이에 따른 시장 반응을 고려할 때 “상당한(significant)”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영향을 평가할 가장 좋은 시기는 BOE의 정례회의라고 주장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 금요일 경제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 부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등 1972년래 최대 감세안을 발표한 뒤 이틀에 걸쳐 영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파운드가 폭락해 달러 대비 최약세를 경신했다. 이에 파운드를 구하기 위해 긴급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필은 통화정책을 심사숙고하고 적은 빈도로 접근하는 방식이 더 낫다며, BOE는 정책회의 전까지 영국 경제 체제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한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BOE가 연준 등 다른 중앙은행에 뒤처져 있다는 비난에 대해 이는 통화정책 긴축을 위한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며, 시장이 때론 불편해하더라도 중앙은행은 각자의 관할 구역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콰텡 재무장관은 수요일 BofA,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은행 임원들을 만나 정부의 성장 플랜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 감세안이 과도하다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전히 불안한 파운드

영국 헤지펀드계 거물인 Crispin Odey는 영국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인데다 BOE가 갑자기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 파운드가 아직도 상당히 취약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의 대표 펀드인 Odey European Inc 헤지펀드는 올해 주로 영국채 약세에 레버리지 베팅을 취해 9월 중순까지 140%의 급등했다. RBC Capital Markets의 통화전략 책임자인 Elsa Lignos는 BOE가 진퇴양난에 놓였다며,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을 경우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지나치게 많이 올리면 BOE가 패닉에 빠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NG Groep NV의 Chris Turner는 정책 대응 지연은 파운드를 취약하게 만들어 조만간 사상최저치인 1.0350달러를 재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M&G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Eric Lonergan은 길트채에 대해 적지만 롱포지션을 취할 의향이 있으며 나중에 익스포저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영국 금리 경로에 대한 진중한 평가라기 보다는 패닉에 가깝다”며, “길트채는 지금 수준에서 꽤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워낙 심해 투자자 신뢰가 되돌아오고 있다고 보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Monex Europe의 Simon Harvey는 지적했다.

미국채 매수 vs 매도

거물급 투자자 중 적어도 한 명은 수십 년래 최악의 글로벌 채권시장 혼란으로 매수 기회가 생겼다고 믿는 것 같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프리 군드라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이 최근 들어 오랜만에 미국채를 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약 235bp 올라 기록이 시작된 1962년 이래 최대 연간 상승폭을 향하고 있다. 뉴욕 시간 화요일 오전 3.79%로 13bp 넘게 밀리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3.99%까지 오르며 4%선에 바짝 다가섰다.

군드라흐의 판단은 어쩌면 과감할 수도 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이 재정 악화 우려마저 부추기면서 국채를 팔아야할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스트레티지스트들은 지금 채권 금리가 투자자들을 유혹할 정도로 높긴 하지만 추가적인 채권 투매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TD Securities의 Prashant Newnaha는 “전술적으로 미국채 매수 여지가 있지만 전략적으로 봤을 때 연준의 기준금리가 4.75-5%까지 간다는 전망 하에 채권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