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동결 의심, 거침없는 달러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유가 상승과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 흐름을 매파적으로 뒤바꿔놓는 모습이다. 시장은 금리 인하 베팅을 되감았고, 9월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연준의 정책 결정조차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번주 발표될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매파적 연준위원들의 스탠스를 뒷받침할 수 있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인도 G-20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길에 가진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에 큰 피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낙관했다.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는 중국발 악재에 휘청했던 애플의 반등에 힘입어 4거래일만에 상승 마감했다. JP모간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중국 리스크로 애플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애플 목표가를 기존 235달러에서 2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거침없는 달러 랠리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가 주간 기준 8주 연속 오르며 해당 지수 집계가 시작된 2005년래 최장기 랠리를 펼쳤다. ICE 달러지수(DXY) 역시 주간기준 8주 연속 상승했고, 두 지수 모두 작년 12월래 처음으로 50주 이평선 위에서 머물고 있다. BBDXY는 기술분석상 과매수 수준이지만 달러 강세는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도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따라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기준금리가 보다 오래 보다 높게 유지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중국 외환당국 입장에서 좋은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판단 속에 역사적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연준 동결 의심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데 베팅을 다시 높이고 있다. 고용 등 주요 지표가 강세를 보이고 에너지 가격마저 오르는 가운데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마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9월은 쉬어간 뒤 기껏해야 11월 FOMC에서 마지막으로 25bp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기대마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스왑 시장은 CPI 서프라이즈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8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전월비 0.6%로 2022년 6월 피크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비로는 3.6%으로 7월 3.2%에서 다소 오른 것으로 예상됐다.

UBS Global Wealth Management의 채권 전략 책임자인 Leslie Falconio는 연준이 9월은 물론 11월에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후자의 경우 확률이 50%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BofA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미국채 10년물에 대해 전술적 매수 권고를 거둬들이고 미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에 10년물 금리가 4.75%까지 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와 금융지표 분석상 연준의 통화정책이 아직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처럼 되살아날 경우 금리가 훨씬 높아질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멀어진 경기침체 전망

경기침체를 거의 확신했던 월가가 이제는 미국 경제가 계속 너무 달궈져있다는 신호에 다시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주식시장부터 하이일드 크레딧에 이르기까지 금융자산에 반영된 경기 하강 확률은 2022년 4월래 최저치로 후퇴했다고 JP모간이 지적했다. Street Global Markets의 Marija Veitmane는 “현재의 견조한 경제지표가 인플레이션 버블을 계속 키울까 우려된다”며, “이는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것을 막아 결국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BMO Wealth의 Yung-Yu Ma는 “우리는 현재 ‘악재가 호재’인 상태로 시장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상당히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Richard Bernstein Advisors은 “보다 강한 성장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는 당연한 현상으로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CB 갈림길

ECB 위원들은 이번 목요일 정책회의에서 10번째 연속 금리 인상을 강행할지 아니면 일단 일년 넘게 이어온 전례없는 긴축 행진을 잠시 쉬고 매파적 메시지만 보낼지 갈림길에 서 있는 듯 보인다. Klaas Knot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수요일 인터뷰에서 시장이 금리 인상 전망을 “어쩌면”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가 이번 9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단기 수신금리를 4.0%으로 끌어올린 뒤 멈춰설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5%를 상회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과연 추가 긴축 없이 물가안정 목표를 향해 진정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로존 경제가 둔화되고 그동안의 통화정책 긴축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겠지만,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다시 한번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하며 금리를 높게 유지할 방침임을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성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빠진 가운데 주요 20개국(G-20) 지도자들이 인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지지 등을 포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내용이 빠지면서 우크라이나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자랑스러울 게 없다”며, 노력한 여러 동맹국들에게 감사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란 분명한 문구가 들어가길 원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 모디총리는 공동커뮤니케 조차 불투명했던 이번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미국 및 유럽과 더불어 국제 무대에서 중국에 보다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전략을 찾아냈다는 평가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