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연준 인하주저, 미-중 격돌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1월에 이어 2월에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자 JP모간 트레이딩 데스크는 재화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남에 따라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월비 0.4% 상승이 예상되는 등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연준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옐런 미 재무장관은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됨에 따라 올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낙관하면서도, 시장 금리가 코로나19 이전처럼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JP모간은 “모멘텀 되감기 리스크”로 증시가 5% 가량 뒤늦게 밀릴 수 있지만, 매그니피센트7의 맹활약과 튼튼한 미국 경제를 감안할 때 미 증시에 대한 강세 견해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전일 신고가를 경신했던 S&P 500 지수의 경우 0.2% 하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에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전해지면서 US스틸 주가가 장중 한때 15% 가까이 급락했고, 테슬라는 웰스파고가 “성장이 없는 성장주”라며 매도에 상응하는 투자의견을 제시하면서 주가가 4% 넘게 빠졌다. 한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사실상 양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의 부채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우려했다. 미 조지아주 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와 측근들의 일부 혐의를 기각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바이든, 中조선사 보조금도 주목…美하원, 틱톡 금지법안 통과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와의 재대결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의 조선업체 보조금을 조사해 달라는 노조들의 청원을 들여다보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진 뒤 중국선박공업(China CSSC Holdings) 주가가 상하이 증시에서 최대 3.3% 하락했다. 바이든은 워싱턴 DC 현지시간 12일 X(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항상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맞설 것이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미국의 근로자와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법에 따라 해당 청원을 꼼꼼히 검토하겠다”며, 조선과 해양 사업, 물류 분야에서 중국의 “행위, 정책 및 관행”을 인용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핵심 광물 분야 등에서 “의존성과 취약성”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미철강노조, 미노동총연맹(AFL-CIO) 해상무역지부, 국제기계항공노조(IAM), 국제보일러메이커노조(IBB), 국제전기노조(IBEW) 등 5개 노조가 상업용 조선산업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며 청원서를 제출했다. 한편 미 하원은 중국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동영상 공유앱인 틱톡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내에서 이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찬성 352표대 반대 65표로 현지시간 13일 통과시켰다. 약 1억7000만 명의 미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틱톡은 중국으로 이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다만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반대 입장이라 상원에서의 승인 여부는 불확실하다.

ECB, 통화정책 개편 발표…은행 최저지준율 1% 유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시행 프레임워크 개편을 발표하고, 은행의 최저지준율을 1%로 유지하는 동시에 향후 조정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3종류의 정책금리 중 가장 낮은 금리를 단기차입비용을 움직이는 핵심 수단으로 정하는 제도도 공식화했다. 현재 일반은행이 여유자금을 ECB나 각국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적용되는 단기 수신 금리가 4.0%로 가장 낮다. 일반은행이 ECB로부터 1주일 단위로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주요 재융자 금리는 4.50%, 하룻밤 단위로 긴급하게 빌릴 경우 적용되는 한계대출금리는 4.75% 수준이다. ECB는 9월 18일에 주요 재융자 금리를 35bp 내려 단기 수신 금리와의 격차를 현재 50bp에서 15bp로 좁히기로 했다.

기존 보유 채권은 계속해서 축소해 나가고, 대신 새로운 구조적 포트폴리오를 통해 유동성을 제공할 방침이다.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심지어 팬데믹 당시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마저 도입했던 ECB는 인플레이션 급등에 2022년 중반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며 통화정책 운용 방식의 개편을 고민해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성명서에서 이번 개편이 “최근 몇 년간 나타난 금융 시스템 및 통화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며, “새로운 프레임워크는 우리의 정책이 계속해서 효과적이고 강력하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시행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OJ, ETF 매입 폐기 검토 중…기시다 총리, 임금 인상 추세 환영

일본은행(BOJ) 관료들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가시권에 접어들 경우 2010년 도입했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제도를 폐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혔다. 일본 증시가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더이상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한하기 위해 ETF 매입을 지속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는 계속 시행하고 채권 금리 급등시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기시다 일본 총리는 올해 임금 상승률이 작년 수준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를 비용 절감 모델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긍정적 추세가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요타 자동차가 노동조합의 임금 및 보너스 인상 요구를 4년 연속 전액 수용하기로 한데다 여러 노조에서 작년보다 높은 임금 인상율을 요구하면서 BOJ는 다음주 정책회의에서 2007년래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소식통은 15일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가 공표하는 춘투의 제1회 답변 집계를 바탕으로 BOJ가 3월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 여부를 판단할 생각이라고 전한 바 있다.

채권 발행 봇물에 모두가 두려워하던 만기의 벽 무너져

불과 작년 여름만해도 투자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만기에 도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에 떨었고, 차입자들은 높은 재융자 비용에 따른 압박 가능성을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활기찬 시장 분위기에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이같은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회사채 지수에 따르면 정크 등급 채권의 리파이낸싱 내재 비용은 2022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낮아졌다. 투자등급 기업의 경우, 일련의 중앙은행 금리 인상이 막 시작되던 2022년 여름 이후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그 결과 회사채 발행이 급증해 소위 ‘만기의 벽(maturity wall)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분위기가 반전된 배경에는 올 여름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기본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크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회사채 신규 공급량은 작년보다 거의 30% 늘었으며, 근소한 차이로 10여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된다. BNP파리바 신용 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Viktor Hjort는 “‘리파이낸싱 페널티’는 여전히 높지만 작년보다는 상당히 낮아졌다.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리파이낸싱 금리가 더 이상 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정크등급 차환 발행시 추가 비용은 2022년 10월 463bp에서 현재 177bp 정도로 크게 줄었다. 투자등급 채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연준 리서치 ‘미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드, 추정보다 훨씬 적다’

규제 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미국채 베이시스 트레이드의 거래 규모가 사실상 일반적 추정치의 3분의 1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연준 리서치 결과가 나왔다. 조나단 글리코에스 등 연준 연구원들은 3월 8일자 보고서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이용해 올 1월 기준 최소 3170억 달러의 증권이 베이시스 트레이드와 관련이 있다고 추산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한 레버리지 펀드의 미국채 선물 숏 포지션으로 계산한 전통적인 방식에 따르면 그 금액은 99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연준 연구원들은 “이전에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규모에 대한 가시성이 제한적이었다”며,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최근 다시 등장했지만 그 추정 규모는 레버리지 펀드의 미국채 선물 포지션만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거래의 레버리지 특성상 “미국채 시장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접근법은 헤지펀드가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와 국채 현물 거래의 TRACE 자료에서 얻은 두 가지 지표를 토대로 한다. 이들 펀드의 신고서는 베이시스 트레이드 포지션을 가늠할 수 있는 순 레포 익스포저가 포함되어 있고, TRACE는 선물 연관 여부 등 거래 관련 자료를 보여준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의 현-선물 간 괴리에서 수익률을 얻는데, 미 규제당국은 레포를 이용해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미국채를 거래한 경우 2026년 중반까지 중앙 청산소에서 이루어지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