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6%에 베팅
옵션시장에서 연준 기준금리가 현재 컨센서스보다 거의 1%포인트 높은 6%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대규모 거래가 여러건 이루어졌다. 8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연준이 이제 긴축 행진의 끝에 다가서고 있다는게 그동안 시장의 신조였다. 심지어 금리가 경기침체를 유발할 정도로 높아져 결국 연준이 올해 안에 완화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주장마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주말 나온 1월 고용지표가 이같은 믿음을 뒤흔들었고, 연준 인사들이 연달아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자 이제 1-2번 추가 인상 이후 긴축이 중단될 것이란 기대는 더이상 기정사실이 아닌 분위기다.
한 트레이더는 현지시간 화요일에 연준이 올 9월까지 긴축을 계속할 경우 1억3500만 달러를 벌수 있는 대규모 옵션 포지션을 구축했다. 동일한 구조의 옵션 매수가 수요일에도 이어졌고, 유사한 성격의 베팅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CME 잠정 미결제약정 자료에 따르면 6% 벤치마크 금리를 목표로 하는 9월 만기 SOFR 옵션에 화요일 1800만 달러 규모의 베팅이 나왔다. 파월 연준의장이 고용시장 강세가 지속될 경우 최종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한 뒤 화요일 오후 블록 트레이드를 통해 그같은 베팅은 크게 늘었고 수요일에도 이어졌다. 현재 OIS는 최종금리를 7월 약 5.17%로 보고 있지만 연말엔 4.84%를 전망했다. 약 32bp 인하 기대를 가격에 반영 중이지만 지난 목요일 45bp에서 크게 낮아진 상태다.
연준 매파 메시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지난 12월 연준위원들이 제시한 점도표가 여전히 훌륭한 가이던스라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몇년간 제한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위원들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까지 벤치마크인 연방기금 금리 전망치를 중앙값 기준 5.1%로 제시했었다. 이는 올해 두 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 그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올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여전히 매우 합리적인 견해로 보인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진단했다. 향후 25bp 인상폭이 적절해 보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 속도는 앞으로 나올 지표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거나 금융여건이 느슨해 질경우 연준은 충분히 제약적 수준으로 금리를 더 높여야 할 수도 있다며, 금리가 아직 완전히 제약적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리사 쿡 연준이사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는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우리 목표로 끌어내릴 것이다. 따라서 아직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으며 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긴축 속도를 늦춤에 따라 그동안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미국 경제가 더 높은 금리에 적응하고 있지만 2%로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선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노력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더 가야 한다”며, “어쩌면 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임금 상승세를 억제하려면 금리가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일부 희망이 보이지만 그동안의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에 충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2% 인플레이션 달성을 위해선 정책금리를 5.4% 부근까지 인상해야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美인플레 이상신호?
지난 달 미국 중고차 가격이 크게 올라 구매자들의 불만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낮아질 것이란 기대마저 흔들릴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중고차 경매플랫폼인 만하임에 따르면 1월 중고차 평균 거래가격이 전월비 2.5% 상승해 작년 연간 15% 하락 중 일부를 되돌렸다. 만하임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2.8% 후퇴했다. 중고차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비중이 큰 품목 중 하나로 근원 CPI의 경우 4.5%를 차지한다. Inflation Insights의 Omair Sharif는 중고차 가격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율이 5bp 오른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중고차 가격의 상승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둔화는 재화가 주도했기 때문에 연준은 서비스 물가로 초점을 옮겨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임금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CPI상 중고차 가격이 지난 6개월간 하락했기 때문에 연준의 인플레 우려를 덜어주었다. 렌트카 회사인 Hertz Global Holdings의 최고경영자 Stephen Scherr는 지난 5주에 걸쳐 경매시장과 소매시장에서 중고차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전했다. 만하임에 따르면 중고차 소매판매는 1월 16% 늘었다. 가파르게 오르던 중고차 가격이 고점을 찍고 다소 안정되자 소비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 영향도 있다.
ECB 매파 ‘3월도 50bp’
대표적 매파인 Martins Kazaks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은 ECB가 경제를 “상당히” 제약하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3월 회의 이후에도 긴축이 이어져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인 Kazaks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상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유로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잠재우기 위해 금리 인상 후 최종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우리는 금리를 상당히 제한적인 영역으로 인상하고 상당 기간 이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하고, “금리 인상 폭이 축소될 것이란 기대는 당연하지만 아직 거기까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 50bp 인상을 지지한다면서, 이후 금리 인상을 잠시 쉬거나 멈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단절’ 경고
모간스탠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인 Lisa Shalett은 주식시장이 기업 실적 악화와 경제 전망 후퇴에도 랠리를 펼치면서 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거대한 단절”이 생겨났다고 경고했다. 경기민감주의 급등은 미래 성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보여주지만, 실물경제를 보면 오히려 소매 판매나 제조업 및 재계 대표들의 신뢰가 기업 실적과 함께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경기방어주 대비 경기민감주의 주가 비율이 지금만큼 선행 경제지표와 동떨어진 적은 없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미스매치가 연준의 긴축 지속에도 시장이 경제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주장도 있지만, Shalett는 최근 증시 랠리가 숏커버와 같은 단기적 기술적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고 있고 그 후를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난 솔직히 그들의 수정구슬이 얼마나 멀리 내다볼지 모르겠다. 역사는 이같은 거대한 단절에 친절하지 않았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TV에서 말했다. 또한 파월 연준의장이 최근 시장 랠리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다른 연준위원들이 보다 터프한 발언으로 주가 상승을 막으려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