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금리인하 러시, 연준 경고

중국 후베이성에서 9일 하루에만 91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중국 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체 사망자수는 9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사망자가 이미 2002~2003년 당시 사스(SARS) 관련 사망자 수 774명을 추월했다. 연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경제 전망에 “새로운 리스크”로 등장했다고 경고했다. 중국 후베이성은 3주째 셧다운에 들어갔고, 애플 역시 중국내 매장의 영업 재개 시기를 15일 경으로 조정했다.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은 월요일 중국 선전 공장의 조업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아시아 일부 국가를 비롯해 러시아 등 10여 개국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이번주엔 멕시코의 완화가 예상된다. 중국인민은행(PBOC) 역시 바이러스 충격에 금융안정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PBOC는 당장 특별 재대출 자금 중 첫 회분을 10일 공급한다. 2월 27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의원회 역시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월호 경제동향 분석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경기부진이 완화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 1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상회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지속되며 뉴욕증시는 이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거래일 연속 올라 신기록을 경신했던 S&P 500 지수는 금요일 0.5% 가량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3.2% 상승했는데 이는 6월래 최대폭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재차 1.6%를 하회했고, 국제유가(WTI)는 1% 넘게 빠져 배럴당 50달러 부근까지 밀렸다.

OPEC+는 유가 하락 대책 논의를 위해 2월중 긴급회동을 갖기 보다는 당초 예정대로 3월에 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RIA가 아제르바이잔 에너지장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일부 미국 연기금의 투자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이용되거나 심지어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경고

연준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경제 전망에 있어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혼란을 경고했다. 연준은 의회에 제출한 반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규모를 감안할 때 중국의 상당한 고통은 위험선호 후퇴, 달러 강세, 교역 위축, 원자재 상품 가격 하락 등을 통해 미국과 글로벌 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며, “중국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영향은 경제 전망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미국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연준은 또한 저금리가 자산 밸류에이션을 높였다고 진단하고, 회사채 시장 리스크 역시 지적했다. 11일부터 이틀간 미 의회에서 발언하는 파월 연준의장이 어떤 경기진단과 정책 가이던스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JP모간은 미국 1분기 성장률을 1%로 낮췄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0.6%로 예상했다.

美 고용엔진

새해들어 미국 고용엔진에 불이 붙고 임금상승률이 반등하면서, 미국 경제에 모멘텀을 더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날개를 달아주는 모습이다. 1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는 22만5000명으로 예상치 16만5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작년 12월 수치는 14만 7000명으로 상향조정됐다.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률은 3.6%로 소폭 올랐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비 3.1% 상승했다. 트럼프는 지난주 연두교서에서 고용시장이 “호황”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보잉의 737 맥스기종 생산 중단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올해 중반쯤 이들 이슈들이 해결된다면 성장세가 회복될 수 있다. 고용 호조와 주가 신기록 행진 덕분에 미국인들의 가계 재정에 대한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지난주 초 나온 갤럽 설문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거의 6명이 1년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했고, 74%는 내년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년여래 최고치인 63.4%로 좋아졌다. 핵심생산인구(25세~54세) 비중은 2008년래 최대치였고, 고용률은 11년래 고점을 기록했다.

무역합의 이행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금요일 전화통화를 통해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신종코로나 발병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제품의 구매 목표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커들로에 따르면 시진핑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처음엔 주춤할 수 있지만 올해 말과 내년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1월 무역 통계가 금요일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담당하는 해관총서는 2월 지표와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월 수치는 3월 7일 발표 예정이며, 해당 변경 사항은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청 역시 춘제 연휴에 따른 변동성을 이유로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의 경제지표를 1월과 2월 합쳐서 발표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1월 수출이 전년비 4.2% 감소하고 수입은 5.8%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를 2월까지 연기했고, 이에 이번달 무역수치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 또 인하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계속 하회함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이 6차례 연속 통화 완화를 단행하고 다음달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부근으로 하락했다. 금요일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6%로 25bp 내렸다. 1년간 총 175bp를 인하한 셈이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34명 중 22명이 25bp 인하를 예측했었다. Nabiullina 총재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회의는 3월 20일로 예정되어 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높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향후 “추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abiullina는 아직 러시아 경제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앞서 최소 11개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을 가늠하면서 시간을 재고 있는 분위기다.

호주달러 추락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시장 불안이 위험자산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호주달러가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주달러는 지난 금요일 최대 1% 하락해 0.6662미달러로 2009년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 1월 고용지표 역시 영향을 미쳤다. AMP Capital Investors은 바이러스로 호주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호주달러-미달러 환율이 0.6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올해 호주중앙은행(RBA)이 최소 1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일부에선 2차례 인하도 예상하고 있다. AMP는 “GDP 충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RBA가 기준금리를 하한선인 0.25%로 2번 더 내릴 수 있다. 또 양적완화가 올 하반기에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RBA 금리 인하로 2년간 약세를 보인 호주달러는 올해 들어서도 미달러 대비 5% 넘게 빠졌다. 게다가 대형 산불 피해 역시 호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ANZ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호주 경제성장률이 0.2% 가량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가장 직접적 충격은 중국 관광객 급감이라며, 호주달러가 추가 약세를 보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크게 악화될 경우 재정적 지원이 적절할 것이다.”

—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