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공포의 대결, 1200원 초읽기

미국과 중국이 다시 관세전쟁 포문을 열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인상하며 중국에 양보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보복관세를 선택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여전히 합의를 원한다며 시진핑과 다음달 G-20 정상회담에서 만날 생각이라고 밝히면서도, 예고대로 약 3000억 달러 상당의 추가 관세 대상 품목 리스트를 공개했다. EU역시 미국의 자동차 관세 강행 가능성에 대비해 보복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증시에서 1조 달러 이상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뉴욕 증시는 크리스마스 악몽을 되살렸다. S&P 500 지수는 한때 2.8% 하락해 12월래 최대폭 하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7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보잉, 캐터필러, 애플 등이 급락했다. 안전자산 수요에 달러당 109엔선이 위협받기도 했고, 연내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베팅이 확산되며 미국채 2년물 금리는 2.18%선을 내주기도 했다.
달러-역외위안 환율은 1% 가까이 상승해 6.9위안을 넘어 작년말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이제 7위안선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 연속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한국 외환당국의 스탠스가 모호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1200원선이 초읽기에 들어선 듯 보인다. IMF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단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을 약 2.6%로 전망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보복 선택한 중국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을 피하자는 트럼프의 요청을 무시하고 6월 1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된다 – (그럴 경우) 더 악화될 뿐이다!”라는 경고를 트위터로 날린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은 보복조치를 공개했다. 총 2493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가 새로 적용되며, 다른 제품들은 5%~20%의 관세가 부과된다. LNG, 소형항공기, 컴퓨터, 직물, 육류, 밀, 와인 등 약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이 보복 대상이다. 트럼프는 월요일 중국이 광범위한 개혁을 약속한 합의를 깼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LNG의 경우 중국이 지난 9월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대중 수출이 거의 말라버린 상태라 관세를 더 올린다 해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 연내 금리인하 확신

미-중 무역분쟁과 경제에 대한 우려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올해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더욱 확신하고 있다. 연방기금 선물에 따르면 연준 기준금리는 2019년 말까지 2.075%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효연방기금금리보다 25bp 이상 아래로, 트레이더들이 사실상 25bp 인하를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월 1일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연준의 전망에 위협을 가하는 여러 역류 중 하나로 평가하면서도, 당시 위험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채 3개월-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3월 역전된데 이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로젠그렌 연은총재는 관세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될 경우 무역 패턴이 무너져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카플란 연은총재는 미-중 무역 분쟁이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EU도 보복 준비

미 행정부가 5월 18일까지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임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복관세 품목을 최종 선별하고 있다. 말스트롬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이미 가능한 품목의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세가 공식화되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지만, 우리는 그 리스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작년 7월 정치적 합의를 통해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기시켰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유럽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보다 약 10배에 이르기 때문에 관세 부과시 미국과 EU간 무역 긴장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EU의 보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약세에 유럽 수출마저 암울

미-중 무역 분쟁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유로가 위안화 대비 거의 1년래 최대폭 강세를 펼치며 이미 휘청이는 유럽 수출업체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유로-위안화환율이 7거래일 연속 급등해 2018년 7월초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며 유럽의 대중수출 전망을 흐리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십자포화에 유로존만 갇힌 것은 아니지만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지표가 이제 막 유로존의 급속한 경기 냉각이 끝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독일 제조업과 브렉시트 등을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독일의 3대 교역국이다. Rabobank는 “위안화 가치가 상당폭 떨어진다면 환율을 통해, 유럽을 포함해 전세계 수출업체들을 통해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위안화 약세 가능성은 유럽에 위협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터키 리라 급락…기업들 달러 사재기

터키 기업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면서 리라가 신흥시장 약세를 이끌었다. 터키 재무부가 중앙은행의 준비금에 손을 댈 계획이라는 보도에 리라는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시간 월요일 오전 터키 기업들이 약 3억 달러의 달러를 사들였다. 외화부채가 3150억 달러에 이르는 터키 기업들은 금요일 리라가 반등하자 달러를 쓸어담을 기회라고 보았다. 달러-리라 환율은 심리적 주요 저항선인 6.0리라 선을 넘어섰다. 터키 정부가 중앙은행 준비금에서 약 400억 리라를 차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터키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정부가 통화당국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투자자들이 겁에 질렸다. 2월 현재 터키의 비금융권 기업들의 외화부채는 외화자산을 1970억 달러 초과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