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빠른 테이퍼링, ‘일시적’ 문구 퇴출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이 가파른 물가상승세에 대해 뒤늦게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버리고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테이퍼링 가속화를 시사했다. 그의 발언에 뉴욕 증시는 낙폭을 확대했고, 미국채 일드커브는 플래트닝을 연출했다. 미국채 2년-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87bp로 13bp 넘게 하락해 올 1월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5년-30년 스프레드는 장중 59bp로 작년 3월래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머니마켓은 내년 말까지 58bp 가량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했고 리프트오프 시기는 7월로 봤다.

미국채 시장은 얼마 전만해도 내년 3차례까지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했으나 오미크론 신종 변이 출현 소식에 금리 인상 베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이 테이퍼링 가속화를 얘기하면서 투자자들은 또다시 허를 찔렸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FOMC 회의, 연말 유동성 흐름 등으로 12월 미국채 시장은 변동성이 계속 높아질 수 있다. Quadratic Capital Management는 연준이 계속해서 자산 매입을 축소하고 유동성을 거둬들일 생각이라며, 이는 시장 변동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LongTail Alpha는 채권 매도와 옵션 변동성 매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일 저가매수에 반등했던 뉴욕증시는 오미크론 확산과 백신 효과 논란이 일고 파월의 매파적 발언마저 투심을 짓누르면서 3대 주가지수 모두 1.5% 넘게 급락했다. 미국 11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의 경우 109.5로 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해 인플레이션 급등과 바이러스 감염 확산세로 인해 미국인들의 경기 심리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 하락을 예고하면서 달러-터키 리라 환율은 한때 8.8% 급등해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테이퍼링 조기마감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적인 현상으로 판명됨에 따라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축소(테이퍼링)를 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월은 현지시간 화요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11월 회의에서 발표했던 자산 매입 테이퍼링을 어쩌면 몇개월 일찍 마무리짓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4일-15일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이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11월초에 나온 당초 계획에 따르면 연준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점진적으로 축소되어 2022년 중반쯤 종료된다.

파월은 또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아마도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로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일시적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나는 이제 그 단어를 은퇴시키고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at Toomey 공화당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연준의 안이한 인플레이션 인식을 비판하면서 “모든 것이 일시적이다. 인생도 지나가는 것(transitory)”이라고 비꼬았다.

유가 급락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에 저항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제유가(WTI)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한때 7.9% 가까이 폭락했다. 브렌트유 역시 한때 4.4% 가량 하락해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내려왔다. 모더나 최고경영자인 스테판 방셀은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기존 코로나 백신의 효과가 훨씬 약할 수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백신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Tyche Capital Advisors의 Tariq Zahir는 “만약 기존 백신이 새로운 변이에 효과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다시 팬데믹으로 돌아가는 셈”이라며, 리오프닝 트레이드와 여행, 정상으로의 복귀 등이 늦어지면서 유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UBS Group의 Giovanni Staunovo는 “오미크론이 석유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몇 주 동안 불안한 유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11월 들어 거의 20% 급락해 팬데믹이 글로벌 석유 수요를 본격적으로 강타하기 시작한 2020년 3월래 최악의 월간 성적을 향하고 있다. OPEC+는 이번주 회의를 열어 월간 증산 일정을 중단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BOE 신중론

영란은행(BOE) 정책위원인 Catherine Mann은 오미크론 변이가 영국내 수요와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BOE는 행동에 나설지 결정하기 전에 다른 데이타와 더불어 새로운 변이에 대해 추가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회의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금리 동결에 손을 들었던 그는 코로나19 신종 변이 전망은 물론 기업들의 가격 정책, 공급망 이슈 등 다양한 변수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종 변이가 서비스 지출의 회복을 지연시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하며, 특히 오미크론과 관련해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따라서 금리 인상 시점이나 인상 폭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시장은 BOE의 12월 금리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왔으나 오미크론의 출현에 그 가능성을 50% 정도로 낮췄다.

JP모간 낙관

JP모간은 오미크론 변이가 글로벌 증시의 랠리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월가의 신중한 낙관론에 동참했다. 오미크론의 출현과 같은 “산발성 후퇴”는 자연·백신 면역 확대와 크게 낮아진 사망률, 새로운 치료제 등 좀더 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정상화가 2022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최근의 바이러스 공포에 동요하기보다 오히려 S&P 500 지수가 내년 말까지 5050포인트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현재보다 약 9% 높은 수준이다. 공급 충격이 진정되면서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예상보다 좋아지고, 중국과 신흥시장이 개선되고, 또한 소비지출 행태가 정상화됨에 따라 증시 추가 랠리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증시 강세 전망에 있어서 코로나19보다는 매파적 중앙은행이 주요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미국 예산 고갈

미 의회예산국(CBO)은 재정부의 현금이 연말이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지출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미 재무부는 12월 15일 1180억 달러를 연방정부 기금인 고속도로신탁기금(Highway Trust Fund)에 이전할 계획이다. CBO는 연방정부 부채한도가 조정되지 않고 해당 자금 집행이 예정되로 진행될 경우 특별조치를 통한 연방정부의 차입 능력이 곧 고갈될 수 있으며, 그 결과 재무부는 12월 말이 되기 전에 현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라며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