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U 타협안, 닷컴버블재현?

(블룸버그) — 뉴욕증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호재에도 불구하고 자택대피령 수혜종목인 아마존닷컴과 줌테크놀러지스를 비롯한 기술주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나스닥100 지수가 4월래 최대폭 급등해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랠리를 펼쳤다. 해당 지수는 100일 평균치와의 격차를 21%까지 벌리며 2000년 3월 닷컴버블 피크 이후 모멘텀이 가장 뜨거워졌다. S&P 500 역시 2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IBM은 팬데믹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30% 늘며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새로운 부양 패키지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차기 구제책은 학교 수업 재개와 일자리 창출, 백신 개발의 지원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밝혔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급여세 인하 등 세부 내용을 놓고 아직 내부 조율이 필요한 상태지만 므누신은 일단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화요일 오후 만날 계획이다. 한편 유럽연합(EU) 팬데믹 경제 회복 기금이 일부 강경론자들의 반대로 불발 위기에 놓이자 보조금 비중을 낮춘 타협안이 제시됐다. 호주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자리 보조금 프로그램과 확대된 실업급여를 9월말 이후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U 부양책 타협안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500억 유로 규모의 회복기금 타협안을 현지시간 월요일 제시했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보조금은 당초 5000억 유로에서 3900억 유로 축소됐고, 나머지 3600억 유로는 저리의 대출이 차지한다. 금요일부터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서 팬데믹 피해가 극심한 남부 유럽에 지원이 집중될 회복기금의 형식과 조건을 놓고 네덜란드 등 북부 유럽내 강경파가 반기를 들자 협상 자체가 결렬될 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메르켈 독일총리는 “간밤 장시간 논의 끝에 합의가 가능한 기본틀을 마련했다”며, 합의 기대를 높였다. 이번 합의는 EU의 결속력에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로존 공동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기 때문에 타결시 역내 금융 통합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깊어질 수 있다.

위험자산 경고

투자자들이 조만간 다가올 시장 리스크에 대해 지나치게 안심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보다 분명해진 기업 실적 전망, 유럽연합 회복기금, 미국 추가 재정부양책 가능성 등 일련의 호재가 지나면 위험자산에 유리했던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모간스탠리는 지적했다. 주식과 크레딧 시장이 계절적으로 탄력이 떨어지고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데다 경제지표의 서프라이즈 또한 줄어들 수 있다며, 8월과 9월 “위험지대”에 대비해 익스포저를 줄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 “향후 두달에 걸쳐 호재는 힘을 잃고 계절성이 악화되고 단기적 리스크가 부상할 것”이라며, 현금 보유를 늘리고 채권시장에서 CDS 인덱스 보호상품을 사라고 조언했다. RBC 역시 8월에 적어도 미국의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재정 부양책 규모가 예상보다 적은데다 미 의회가 새로운 코로나19 구제 패키지 합의에 실패하는 테일 리스크마저 고려하라고 당부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변동성 복귀를 걱정한다면 엔화와 스위스프랑 등 안전자산을 검토해보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씨티그룹은 금값이 향후 6~9개월 내에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3~5개월 안에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할 확률이 30% 정도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백신

영국계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대학교가 공동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초기 임상시험에서 중화항체와 면역 T세포 모두 증가하는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주가가 런던에서 한때 10% 넘게 급등했으나 연구원들이 해당 결과가 잠정적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자 오름폭을 대부분 내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르면 9월 영국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최대 12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고 이르면 10월 백신을 공급받기 시작할 전망이다. 중화항체 생성을 자극한다고 해서 백신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는 테스트에서 중요한 초기 단계로 여겨진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160개의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다. 한편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주가가 지난 12개월 동안 6배 넘게 오르자 JP모간이 팬데믹 지속과 코로나19 백신 경쟁 등 불확성을 지적하며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홍콩발 英-中 충돌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영국이 결국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효력을 중단하고 무기금수 조치를 취했다.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현지시간 월요일 의회에서 해당 조치가 “필요하고 상응하는 대응”이라며, “새로운 국가안보법 하에서 영국으로부터의 송환이 오용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하고 견고한 보호장치가 나올 때까지” 해당 조약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상징적 행동에 그칠 수 있지만 중국의 분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영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를 5세대 무선통신 네트워크에서 퇴출시키고 최대 300만명의 홍콩 시민에게 영국 시민권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월요일 영국 발표에 앞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의 중국 내정간섭을 강하게 비난하며 영국 정부에게 “잘못된 언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Andy Haldane 영란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의 V-자 반등을 여전히 기대한다며, 3월과 4월에 겪었던 생산 손실을 절반 가량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과 연준

연준의 지원이 무조건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퍼진다면 채권시장의 숨가쁜 랠리가 조만간 둔화될 수도 있다. 투자등급 채권은 3월 연준의 회사채 매입 계획 발표 이후 맹렬한 기세로 오르다가 사상최고 부근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 시장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10년래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 근처까지 다가간 후 스프레드가 대체로 횡보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하면서 미국채 금리는 역사적 저점 부근에 머물고 있다. 최근 정책 입안자들은 유동성이 안정되고 발행시장이 활기를 찾으면서 연준이 예상만큼 공격적으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채권을 사들일 필요가 없음을 시사해왔다. 연준이 맹목적으로 채권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추가 랠리가 막혔지만 동시에 경기 악화시 채권 매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베팅은 지지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Wells Fargo Investment Institute는 진단했다. “시장과 연준 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며, 연준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시장 질서와 유동성 유지’가 목표지만 시장은 이를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당장 매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Academy Securities는 사람들이 다소 분위기에 휩쓸려 포지션을 너무 많이 쌓고는 채권이 종종 지루하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며, 현재 채권 금리 수준에서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자등급과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이제 큰 폭의 가격 상승보다는 쿠폰 이자를 기대하는 편이 낫다”고 평가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