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유로↓, OPEC+감산, 中환율방어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뉴욕 증시가 미국 노동절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유럽 증시와 유로는 다시 휘청였다. 러시아 가즈프롬이 노드스트림 가스관 가동 재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유럽 에너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해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에 시달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더하는 모습이다. 유로는 달러 대비 한때 0.8% 가까이 빠져 0.98까지 밀리며 2002년 12월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천연가스 폭등에 대응해 유럽연합은 새로운 가스 벤치마크와 가격 상한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 당초 계획을 바꿔 올 겨울 원전 2곳을 예비전력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겨울 예상되는 에너지 난을 이겨내는데 프랑스와 협력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돌발 행동에 가스 비축량을 11월 초까지 95%로 높이려 했던 독일의 목표는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호주중앙은행은 화요일 목표금리를 1.85%에서 2.35%로 50bp 인상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사전 설문에서 30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27명이 답했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근거로 25bp 인상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중앙은행(ECB)내에서 매파적 위원들이 힘을 얻으면서 이번주 75bp 인상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OPEC+ 깜짝감산

OPEC+가 10월 산유량을 하루 10만 배럴 감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해당 소식에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장중 최대 4.1% 급등했다. OPEC+는 현지시간 월요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최종 성명서에서 시장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시 언제라도 장관 회의를 소집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정례 회의는 10월 5일로 예정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 노력을 요청하면서 9월에 10만 배럴 증산이 결정되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으로 인한 최근 유가 하락세에 결국 8월 수준으로 되돌린 셈이다. 이번 감산 조치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싸우며 겨울 에너지 공급 위기마저 대비해야 하는 석유 수입국들에게 또다른 부담을 안겨줄 전망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1년여래 첫 OPEC+ 감산 결정에 대해 OPEC+가 글로벌 원유 시장에 대해 진지한 입장을 갖고 있으며 선제적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월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중국 위안화 방어

위안화가 2년래 최약세를 보이자 중국 당국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올해 들어 두번째 외화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에 나섰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금융기관의 외화지준율을 9월 15일부터 기존 8%에서 6%로 낮춘다고 월요일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 외화 공급을 증가시켜 위안화 매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Liu Guoqiang PBOC 부총재는 발표에 앞서 당국이 위안화를 안정적 수준에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 악화에 대한 우려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PBOC의 속도 조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러-역내위안화 환율은 6.94까지 치솟았다. 골드만삭스 등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실시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달러당 7위안까지 내다보고 있다.

Pinpoint Asset Management의 Zhiwei Zhang은 “PBOC가 위안화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냈다”며, “이번 조치는 PBOC가 달러 대비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Mizuho Bank의 Ken Cheung은 이번 조치가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항셍 중국기업지수가 월요일 한때 2.3% 급락하는 등 중국 자산으로부터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진 가운데 중국 당국은 3분기에 경기 부양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BOE도 75bp?

캐서린 만 영란은행(BOE) 정책위원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서, 이르면 다음 주에 추가적인 공격적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현지시간 월요일 연설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명백히 상승을 향하고 있어 정책당국이 안심할 수 없다며, “보다 강력하게 행동”해야만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보다 깊고 장기적인 위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75bp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중기적 기대 인플레이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빠르고 강력한 통화 긴축이 점진적 접근방식보다 낫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BOE는 8월 4일 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올해 후반에 13%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은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BOE가 현재 1.75%인 기준금리를 내년 5월까지 4.5%로 인상할 것으로 베팅 중이다. 한편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영국 보수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보리스 존슨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로 결정됐다.

러시아 경제 우려

러시아 경제가 미국 및 유럽의 제재 충격에 보다 깊고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내부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보고서에 따르면 3가지 시나리오 중 2개의 경우 경기 수축이 내년에 가속화됨에 따라 2020년대 말이나 그 이후에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보고서는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러시아의 경제 고립에 따른 충격을 분석한 내용으로, 8월 30일 정부 고위급 비공개 회의에 제출되었다. 대 러시아 제재조치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유럽이 그동안 의존해온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의 모든 운송이 막히고 기술 및 금융 제재마저 강화돼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올해 -3%를 넘지 않고 내년엔 더 나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내부 보고서에선 내년 GDP가 2021년 대비 -8.3% 악화되거나 “스트레스” 시나리오의 경우 2024년 GDP가 2021년 대비 -1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인플레이션 80%

터키의 8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비 80.2%로 1998년래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경제 성장과 저금리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리라화와 물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7%나 빠져 신흥시장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보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출과 고용을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터키는 물가를 조정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세계에서 가장 낮지만 터키 중앙은행은 성장 모멘텀의 상실을 우려하며 지난달 기준금리를 13%로 100bp 인하한 바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앙은행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 있다며 10월에 피크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