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M 균열, 아르헨티나 발작

달러가 부활하며 일부 취약국이 흔들리자 신흥시장(EM) 랠리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사상최저로 떨어졌고 터키 리라 역시 10월래 저점으로 밀렸다. MSCI EM통화지수는 연초 수준으로 후퇴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 충격에 세계 경제의 조기 회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다시 의심에 휩싸였고, 글로벌 무역량은 1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줄었다. 오늘밤 미국 1분기 GDP 성적이 견조하게 나올 경우 EM 통화 약세 압력은 가중될 위험이 있다.
실적 발표에 희비가 엇갈리며 미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견조한 실적을 내놓으며 나스닥 100 지수의 신기록 경신을 이끈 반면, 캐터필러에 이어 쓰리엠마저 중국 부진을 이유로 실적 경고를 내놓으면서 산업재가 하락했다. 미국 3월 내구재 주문이 견조하게 나오고 특히 항공기 제외 자본재 신규 수주가 1.3% 증가해 8개월래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미국채 금리는 전구간에 걸쳐 1-2bp 가량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협상 일환으로 미국 의약품에 대한 중국측 요구에 양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가 미국의 차후태도에 달려 있다며 모든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4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1.6로 전월비 1.8p 상승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아르헨티나 시장 발작

아르헨티나 시장이 발작 증상을 보이고 있다. 마크리 대통령이 올해 재선에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잠재적 디폴트 가능성이 60%를 넘어섰고, 정부가 발행한 단기 달러채권 금리가 거의 20%에 육박하며 보기 드문 부실 영역에 진입했다. 달러-아르헨티나 페소 환율은 46.5로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IMF 지원에도 불구하고 마크리의 정권 장악력이 날이 갈수록 약해지자 투자자들은 국가 재정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마크리가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지 3년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는 다시 침체에 빠졌고 물가는 50% 넘게 치솟았다. JP모간은 시장 매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금리 상승과 페소화 약세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 순환 고리”와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합쳐져 아르헨티나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잃은 터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면서 필요시 추가 통화 긴축을 단행하겠다는 약속을 포기하자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적 선회로 해석했고, 터키 리라는 10월래 최약세로 급락했다. BBH는 터키의 통화정책이 경로를 벗어났다며 “그같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제정신이라면 비둘기파적으로 기울 수는 없다. 터키 중앙은행은 사실상 정통성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Bannockburn Global Forex는 경제가 정책 부실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리라화 약세 때문에 터키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올려야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변동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자 외환건전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터키 통화를 매도했다. 리라는 이달 들어 달러 대비 6% 넘게 빠지며 전세계에서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강세에 EM 강세론자들 후퇴

EM 강세론자들이 신중한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달러 급등으로 위험자산에 우호적이었던 상황이 위협받는 분위기다. 이번주 블룸버그 추적 24개 EM 통화 모두 달러 대비 하락했다. 모간스탠리와 크레디아그리콜 등은 EM 자산에 대해 제시했던 기존의 낙관적 견해에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랠리가 힘을 받으면서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유가 상승 마저 겹치며 원유 수입국의 전망에 우려를 더했다. Merian Global Investors는 “최근 위험자산을 약간 줄였다”며, 특히 남아공과 브라질, 터키를 더욱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달러 약세에 대한 확신을 갖고 EM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으나 그 후 투자의견을 재검토하고 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보다 긍정적인 성장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EM 랠리는 강달러와 유가에 멈췄다”며 “미국과 유럽의 지표가 달러 랠리를 지속시킬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의 부활…‘숏 비용이 크다’

달러의 예상치 못한 강세에 반대로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은 값비싼 비용을 치뤄야 한다. 달러 약세를 주장하는 근거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중단한데 비해 중국의 성장 안정화 및 무역 긴장 완화 전망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달러는 미국 경제가 세계 다른 나라보다 좋다는 신호에 목요일 연고점을 경신했다. 시장 메커니즘 역시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 선물환 가격을 결정하는 단기 금리가 유럽과 일본에 비해 미국이 훨씬 높아, 3개월 달러 리보 금리는 2.58%로 유로 대비 거의 300bp나 높다. 이같은 격차가 지난 2년간 거의 두배로 늘면서 펀드매니저들의 달러 숏 비용이 증가했다. Columbia Threadneedle는 달러가 역사적으로 볼때 비싸지만 헤지와 숏비용 때문에 달러 매도 유혹을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수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부양책을 검토하면서 미국과 유럽 금리 격차는 쉽게 줄지 않고 있다. 유로-달러 3개월 선물환 포인트는 꾸준히 올라 작년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채권 거물들, 유럽 주변부 채권 사냥

총 2.3조 달러 규모의 채권시장 거물들이 유로존-컨버전스 트레이드에 베팅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슬로베니아에 이르기까지 유럽 주변부 채권시장이 벤치마크인 분트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PGIM Fixed Income과 Amundi는 경제 모멘텀과 ECB 지원에 해당 스프레드가 더 축소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리스크 랠리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중국 경기회복 신호, 연준 금리 인상 중단, 전 세계적으로 약 10조 달러에 이르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등에서 힘을 얻고 있다. ECB 백스톱 약속을 생각하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리스 국채마저 리스크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지난주 유럽 지역의 채권 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국 채권의 경우 속도가 느렸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Amundi는 고위험 채권이 벤치마크와의 격차를 더 좁힐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