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CB 바주카포, 홍콩시위

(블룸버그) —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안보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은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맞아 수천명이 집회 금지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쏟아나와 추모시위를 벌였다. 홍콩 입법회는 여야간 물리적 충돌 속에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을 4일 통과시켜 시위대의 분노를 키웠다. 홍콩의 자치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에 정치적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 관리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는 가운데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추모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뉴욕서 야간통행이 금지되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폭력과 약탈 행위는 점차 잦아드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에 유로는 반등에 성공해 달러 대비 1% 가까이 오르며 2011년래 최장기인 8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쳤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10bp 넘게 하락해 분트와의 스프레드를 174bp까지 줄였다. 뉴욕 증시는 최근 랠리가 다소 과도했다는 인식 속에 쉬어가는 모습으로, S&P 500 지수는 5거래일만에 약세로 돌아서 0.3% 하락 마감했다. 아메리칸항공이 7월 항공편을 이달 대비 74% 증편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사상최대폭인 41% 급등하는 기염을 통했다. OPEC+는 공급 제한 약속을 어겨운 이라크로부터 잠정적 합의를 이끌어내 이르면 이번주말 만나 현재의 감산 합의를 7월 말까지 한달 더 연장할 예정이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바주카포

ECB가 긴급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예상보다 크게 늘리며 코로나19발 “전례없는” 경기침체에 “바주카포”로 적극 대응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은행권과 일부 정치권의 반발 속에 정책금리를 더 내리진 않았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6000억 유로 추가하고, PEPP를 적어도 2021년 6월 말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지난주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5000억 유로의 증액을 예상했었다. ECB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대상 자산군과 국가 등의 측면에서 유연하게 운용하고 적어도 2022년 말까지 만기 자금을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3월에 발표한 기존 7500억 유로 규모의 PEPP 중 3분의 2 정도 여유가 남아 있지만 미리 앞서 증액을 결정한 이유는 채권투자자들에게 정책당국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유럽은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마침내 공격적인 지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독일은 앞서 1300억 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 부양 패키지를 발표했고, 유럽연합(EU)은 7500억 유로 규모의 공동 복구기금을 제안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GDP 성장률이 올해 -8.7%를 기록한 후 내년 5.2%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美실업수당

미국 전역에서 비즈니스가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5월 30일 마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188만명으로 3월 중순 코로나19 파장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을 하회했다. 블룸버그 설문 예상치는 183만명이었다. 반면 5월 23일 마감 주간 연속 수급 신청자수는 2149만명으로 이전치 2084만명에서 증가해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님을 시사했다. 미국 노동시장은 현재 상당히 분열된 실정이다. 초기 해고폭풍을 겨우 피했던 중소득층이 뒤늦게 타격을 받고 있는가 하면, 50개주에서 셧다운 규제가 각기 다른 속도로 풀리고 있어 많은 미국인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월말 피크였던 687만명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 주간 평균치의 약 9배에 달한다. 최악은 지난듯 보이지만 팬데믹에 따른 충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노동시장의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5월 비제조업 ISM 조사에서 고용 하부지수가 4월 기록했던 사상최저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요일 노동부는 5월 고용지표를 발표한다. 한편 미국의 무역적자는 4월 494억 달러로 확대됐다. 수출은 전월비 20.5% 감소해 비교가능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1992년 이래 최대폭 하락했다. 수입 역시 1992년 이래 최대폭인 13.7% 줄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총 교역규모는 3520억 달러로 2010년 5월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미-중 갈등 진화 노력

미국의 보복성 제재 위협에 중국은 곧바로 외국 항공사의 중국행 국제선 운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미교통부는 “수일내” 지침을 수정해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미국행 여객편 운항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진척상황에 매우 만족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밝혔다. “구조적 개혁에서 중국은 매우 훌륭한 일을 해냈으며, 최근 몇주에 걸쳐 상당한 구매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뉴욕이코노믹클럽이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서 말했다. 이번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1억8500만 달러 사들였다며, 중국이 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반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증권거래소의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정 강화를 촉구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상원은 홍콩 진압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지원하는 은행을 상대로 제재조치를 가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최대 1조 달러를 예상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달 안에 행동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다음 재정 패키지에 인프라 투자 등을 담고 싶어해 최종 규모는 1조 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

다음주로 다가온 FOMC

연준 위원들이 다음주 FOMC 회의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시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5월 29일~6월 3일 진행된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다음주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포워드 가이던스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4월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2023년 전까지 정책금리가 제로 부근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절반이 약간 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FOMC가 결국 일정 만기의 미국채 금리를 통제하는 소위 일드커브 컨트롤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대부분은 2년물이나 5년물을 타겟으로 9월쯤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적어도 새로운 단계의 접근방식에 대해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FOMC는 지난 12월래 처음으로 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한다. 3월엔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었다. 이번에 내놓을 전망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재정정책과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방정부가 경제 지원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중앙값 기준 추가 1.75조 달러의 연방 재정 부양책이 올해 적절할 것으로 추정했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을 최대 경제 위협으로 꼽았다.

월가 ‘가능할 때 자금 확보하라’

월가 은행들은 부채가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 상황이 훨씬 악화될 수 있다며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봉쇄조치가 서서히 풀리고 제조업이 반등하면서 최근 몇주간 낙관론이 우세해졌지만,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담당하는 주관사들은 암울한 전망을 경고하고 있다. 올 가을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 10%가 넘는 실업률의 지속, 디폴트 급증 등 걱정거리는 수두룩하다. 또 전 세계 기업들이 장기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응함에 따라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 실제로 우량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올해 기록적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크본드 발행 역시 5월에만 440억 달러로 월간 규모 기준 역사상 3위를 기록했다. 연준의 지원 덕분에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조차 최근 발행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크게 튈 경우 자본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정크등급의 발행사는 자본시장의 흐름에 가장 예민하다. 씨티그룹은 올 겨울 시련이 다시 찾아오고 내년 봄까지 버틸 체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지금이야말로 자본을 미리 조달하기 좋은 시기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러 기업의 임원들이 경제가 재개되면서 투자자들이 부진한 경제회복에 실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달 채권 발행을 서둘렀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