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CB 피봇, ‘페북’ 전성기 끝?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유럽중앙은행의 경로 변경 신호에 유로화가 달러 대비 1% 넘게 급등해 1월 중순래 고점을 기록했다. 파운드 역시 영란은행이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심지어 50bp 인상 소수의견마저 4명이나 나오면서 달러 대비 한때 0.4% 가량 강세를 보였다.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0bp 넘게 올랐고, 길트채 2년물의 경우 14bp 넘게 치솟아 2011년 5월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1.17%선을 상회하기도 했다. 미국채 시장도 덩달아 매도세에 시달리는 등 글로벌 긴축 기조가 다시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모습이다.

뉴욕증시는 페이스북 정체 우려에 메타 플랫폼스가 26% 넘게 폭락하면서 5거래일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 100 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더욱 키우며 4.2%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후 아마존은 시장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프라임멤버십을 연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해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한때 18% 가량 급등했다. 스냅과 핀터레스트도 실적 호조에 안도랠리를 펼쳐 나스닥 100 지수가 폭락장을 벗어나 금요일 반등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비 3.6%로 시장 예상치 3.4%를 상회했다. 전일 공개된 한국은행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금리 인상에 동의한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며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일부 위원은 올해 CPI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당폭 상회해 2% 후반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피봇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정책위원들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급등에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인정했다. 또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이상 배제하지 않아 연준 등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을 따라 긴축 피봇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다만 ECB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견해를 변경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보다 확실히 판단하려면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우리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3가지 요건이 완전히 충족되는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3월 회의와 6월 회의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ECB 정책위원들은 3월 정책 경로를 재검토할 수도 있으며,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분별력 있는 판단일 수 있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전년비 5.1%로 치솟은 가운데 ECB는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팬데믹발 부양책을 서서히 거둬들이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6월 10bp 인상과 연내 40bp까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21bp 가량 올랐다.

‘킹달러’ 위협

도이치은행의 글로벌 FX 리서치 헤드 George Saravelos는 ECB 피봇이 ‘킹달러’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유로화에 대해 약세 의견을 버리고 롱포지션을 추천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피봇 신호를 보냈다”며, “유로화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바꿀 기다리던 피봇 시그널”이라고 투자자노트에서 밝혔다. 그는 이번 라가르드 발언이 연준의 지난 6월 및 1월 피봇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도이치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달러를 지지한다며 올해 하반기 전에 유로 상승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유로는 ECB가 통화정책 긴축에 있어서 미국 및 영국에 뒤처질 것이란 기대로 약세를 보여 작년 약 7% 하락했다.

BOE 연속 인상

영란은행(BOE)이 30년 만에 가장 빠른 물가 상승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로 25bp 올렸다. 9명의 정책위원 중 4명이나 50bp 인상을 주장하면서 1997년 중앙은행 독립 이래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정책 결정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높은 수입 인플레이션이 국내 경제에 들어와 고(高) 인플레이션이 보다 장기화 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BOE는 인플레이션이 4월쯤 7.25%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BOE는 또한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사들인 길트채에 대해 만기가 돌아올 경우 더이상 재투자를 하지 않고, 2023년 말까지 200억 파운드 규모의 회사채 보유분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더들은 긴축 베팅을 앞당겨 정책금리가 5월이면 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는 모습이다. Fidelity International은 “BOE가 성장 모멘텀 둔화와 에너지 시장 불안 속에 인플레이션과의 정면 대응을 시작한 첫 주요 중앙은행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E가 2004년래 처음으로 두번 연속 금리를 올리고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서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인플레이션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시급성과 매파적 소수의견, 추가 인상 시그널 등을 고려할 때 3월과 5월에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8월에도 추가 인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기적 시계에서 비둘기파적 전망을 내놓아 연말 기준금리 1.5%를 내다보는 시장의 기대가 여전히 과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페북’ 전성기 끝?

메타플랫폼스 주가가 장중 27%나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지난 분기에 페이스북 사용자 기반이 정체되고, 이번 분기 매출 전망마저 월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메타 주식의 전성기가 이미 지나간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메타버스(가상현실)’을 주도하겠다며 야심차게 사명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플랫폼스로 바꿨지만, MZ 세대가 영상 공유앱 틱톡 및 구글의 유튜브를 선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월가에서 메타의 대표적 강세론자로 알려진 JP모간 애널리스트 Doug Anmuth마저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Anmuth는 현지시간 2월 3일자 보고서에서 “메타가 광고 성장에서 상당한 둔화를 보인 반면 메타버스로의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하며 수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앞으로 몇달 동안 추가 하락 압력을 받거나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보여 관망 의견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그는 2012년 페이스북의 기업공개 이래 해당 주식에 대해 매수 권고를 유지해왔다. BMO Capital Markets와 Loop Capital Markets, Raymond James도 메타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WTI 90불 돌파

북해산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014년래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텍사스주에 불어닥친 한파에 페르미안 분지 일부 유전이 멈춰선데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OPEC+ 산유국들이 약속한 만큼 원유 공급을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가가 주간 기준 7주 연속 랠리를 향하면서 이제 100달러 시대는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