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1985년래 최저
코로나19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파운드가 한때 1.15달러마저 무너지며 198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존슨 총리의 대응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미진하다고 보고 투자자들이 영국 자산을 버리는 데다가 달러 강세 역시 파운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달러 안전자산 비드와 글로벌 자산 투매, 파운드 롱포지션 청산 등이 겹치며 파운드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수준을 하향 돌파하며 강달러를 되돌리기 위한 플라자 합의가 이루어졌던 1985년 이래 최저치로 밀렸다. 영국 정부의 구제책 발표후 길트 10년물 금리는 한때 25bp 가량 뛰어 2개여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FTSE 100 지수는 장중 5% 넘게 급락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파운드가 6월까지 중앙값 기준 1.3달러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가는 분위기다. 옵션 시장의 경우 트레이더들은 파운드 전망에 대해 중립 견해에서 12월 총선 이후 최약세로 바뀌었다.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와 더불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양책에 떠는 채권시장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대규모 재정부양책을 발표하자 시장에 광범위하고 극단적인 리프라이싱이 진행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탈리아 국채10년물 금리는 최대 64bp 급등한 뒤 ECB 매입설에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분트 30년물 금리는 0% 위로 올라섰고,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전일 1982년래 최대폭 급등한데 이어 현지시간 수요일에도 상승을 이어가 1.2%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유로존 은행들이 수요일 ECB-연준 스왑 라인을 통해 1120억 달러를 확보한 덕분에 자금조달시장에서 달러 프리미엄은 다소 진정되었다. 단스케은행은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며, 미국채 등 모두가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분트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7거래일 연속 올라 2015년 ‘긴축발작’을 상기시킬 정도다. Rabobank는 “리스크 회피 환경에서 분트채와 같은 안전자산이 수혜를 받는 제로섬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유로존 전체에 대해 상당한 재정 악화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닷컴버블이나 유로존 위기 등 과거 위기의 경우 지금과 달리 분트채는 랠리를 펼쳤다고 지적하며,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준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의 범위를 훨씬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구제금융펀드
유로존 관료들이 코로나19의 충격을 억제하기 위해 역내 구제금융펀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ECB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채권 매입 권한의 발동을 향한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채시장 혼란 속에 EU 당국은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유로존 국가에 다수의 크레딧라인을 개설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조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공공 재정 압박이 심각한 국가의 부담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4100억 유로(4500억 달러)의 ESM 자금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ECB가 유로존 안정성이 위험에 빠질 경우 무제한 국채 매입프로그램(OMT)을 통해 막대한 규모로 국채를 사들일 수 있다. Mizuho International은 “유로존내 부유한 국가들이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국내여론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유로존 공동 채권 발행을 도입할 수 있는 가작 적절한 방법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독일 국채 금리간 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멈춘 점을 지적하며 “이 프로그램이 실행될 경우 모든 유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국채위기 당시 처음 도입되었던 ESM은 2018년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졸업하면서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대개 ESM 대출은 조건이 따라오지만, 한 관료는 이번의 경우 재정 건전성을 요구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국가가 한꺼번에 크레딧라인을 개설할 경우 구제금융에 흔히 뒤따르는 꼬리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심상치 않은 국제유가
국제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WTI의 경우 한때 26% 급락해 배럴당 20달러까지 밀리며 200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15% 가까이 빠져 2003년래 처음으로 배럴당 25달러가 무너졌다. 사우디가 러시아와의 가격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산유량을 “향후 수개월간” 사상최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에도 공급 증가가 예상되자 유가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달초 OPEC+ 감산 합의 불발 후 유가는 약 45% 후퇴했다. Rystad Energy는 “원유시장에서 원자폭탄이 터진 셈”이라며, 유가가 매일 낙하하고 있어 비용 균형점에 도달해 생산이 줄어들 떄까지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는 에너지 산업에서 다윈의 적자생존 방식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셰일업체와 브라질 해양유전 등 비용이 높은 생산자들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 아람코에게 “향후 몇달간 하루 1230만 배럴 수준으로 계속해서 원유를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그 고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지시간 수요일 처음으로 더 높은 유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나 사우디가 방향을 바꿀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UBS는 사우디가 높은 압박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산유국에 충분한 고통을 주어 결국 후에 새로운 생산 합의를 이끌어내길 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ILO ‘2500만명 일자리 잃을수도’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가 금융위기 때보다 글로벌 고용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바이러스로 전 세계에서 25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08-2009년 당시 실업자는 2200만명 이었다. 경제적 피해가 제한될 경우 실업자는 530만 정도에 그칠 수 있다며, 각국 정부에 “대규모의 정책 공조”를 촉구했다. ILO는 근로 소득이 올해 말까지 최대 3.4조 달러 줄면서 재화와 서비스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자가 크게 늘고 근로 시간과 임금이 줄면서 저소득층의 수가 상당히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이와 노인, 여성, 이민자 등 취약계층에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Guy Ryder 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보건 위기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노동시장 및 경제 위기”라며, “2008년 당시 세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힘을 합쳤고 그 결과 최악을 피할 수 있었다. 우리는 현재 그같은 리더십과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