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CB도 태세전환, 유로뭇매

연초 파월 ‘피봇’을 시작으로 호주와 캐나다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성장 우려를 인정했다. ECB는 시장 예상보다 일찍 TLTRO III를 발표하고 연내 금리 인상은 없다며 확실한 비둘기로 태세 전환을 했지만 경제 전망을 크게 하향조정한데 비해 부양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뭇매를 맞았다. 유로가 원빅 넘게 밀려 1.12달러 선마저 깨지며 2017년 6월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유로존 국채가 강세를 펼치며 분트 10년물 금리가 2016년래 최저로 후퇴했다.
ECB의 암울한 전망에 놀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뉴욕 증시 역시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S&P 500 지수가 한때 1% 이상 급락해 200일 이평선인 2750선을 하회, 4거래일 연속 밀리며 올해 들어 최장기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채 역시 4-6bp 가량 하락했고, 달러지수(BBDXY)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작년말 수준을 회복했다.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빅딜’을 원한다고 말했으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대화를 하는데 열려다고 전했다. 38노스는 북한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 가동 상태로 돌아간 듯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미 국무부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오늘 발표될 중국 무역지표와 미국 고용보고서가 성장 우려를 달래줄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드라기 풋’은 없었다

ECB은 만장일치로 부진한 경기에 대응해 올해 9월부터 은행권에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III)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기준금리도 사상최저 수준에 동결하고 적어도 연말까지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가이던스보다 수개월 금리 인상 시기가 연기된 것이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기존보다 0.6%p나 하향 조정했고, 인플레이션 전망 역시 1.6%에서 1.2%로 낮추었다. 그는 “지정학적 요인과 관련된 불확실성의 지속, 보호주의 위협, 신흥시장 취약성 등이 경제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유로존 성장 전망을 둘러싼 리스크가 여전히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다. 대개 통화정책을 완화할 경우 리스크에 관한 문구를 ‘균형’으로 조정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고 인정했다. 일부 ECB 인사들은 이번 성장률 수정치조차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성장률 전망치 대폭 조정에 비해 ECB가 내놓은 부양책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유로 붕괴? ‘오히려 매수 타이밍’

통화 스트래티지스트들은 ECB가 비둘기파적 발표가 시장을 놀라게 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미즈호는 유로가 크게 밀리면 저가매수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ING는 시장이 이미 비둘기파적 ECB를 예상한데다 금리 가이던스가 단지 2019년 말로 연장되었을 뿐이라며, 유로화가 붕괴하기보다는 1.1200달러로 “질서정연”하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연준과 ECB 사이의 차별화가 나타날 경우 1.10달러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rkera는 일회성 비둘기파적 조정 이후 유로가 더 내려갈 필요는 없다며, 유로 가치가 이미 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Nordea Markets는 오히려 ECB 발표에 유로를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바클레이즈는 ECB 금리 인상 시기 전망을 내년 1분기로 늦추었다. ABN Amro는 인플레이션이 심지어 2021년에도 ECB 목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레이너드 ‘소프트한 금리 경로’

브레이너드 연준이사는 대내외 경제 전망이 약화되면서 이전 예상보다 “보다 소프트한” 금리 경로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생산 및 고용의 기본 전망에 대한 완만한 하향 조정은 우리의 전통적 정책수단인 연방기금금리의 경로에 있어서 완만한 하향 조정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세를 일부 상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위험 관리의 기본 원칙은 하방 리스크 확대시 정책 경로의 완만한 하향 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준 인사들은 지난 12월 25bp 금리 인상 이후 올해 긴축을 계속 이어갈지 아직 결심하지 못했음을 시사해왔다. 당시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2차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자 결국 보다 신중한 기조로 돌아섰다. 연준은 3월 20일 FOMC 회의에서 점도표를 업데이트한다.

EU, 브렉시트 돌파구 시도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협상의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 영국에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으나, 영국이 처음 요구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른바 아일랜드 백스톱을 좀더 수용가능한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EU측 제안은 이미 기존 합의안에서 다루었던 검토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백스톱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의 진척 상황을 추적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1월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터스크 상임의장이 메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시했던 양보보다 더 한발 나아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EU는 영국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운드는 반등을 시도했으나 결국 6거래일 연속 하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 사모펀드·헤지펀드 규정 강화

중국 정부가 금융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12.7조 위안 규모의 사모펀드 산업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 제안된 중국증권투자기금업협회(AMAC) 규정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탈 펀드는 최소한 1000만 위안을 모집해야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소규모 자금으로 설립하는 펀드 난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모펀드 및 자산배분 펀드(펀드의 펀드) 역시 각각 3000만 위안과 5000만 위안을 기준으로 한다. 해당 규정은 여전히 논의 중이며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일 프로젝트 투자 한도를 펀드 자산의 20%로 제한하고, 운용사와 직원들의 공동 투자 역시 상한이 정해진다. 규정 강화는 이미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펀드들에게 부담을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