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ECB 마지막 75bp? BOJ 긴장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뉴욕증시가 테크주 어닝쇼크에 이틀째 요동쳤다.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스가 전일 실망스런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주가가 25% 폭락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상현실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비용을 설명하며 투자자들에게 인내심을 호소했지만 이미 올해 들어 전일까지 주가가 60% 넘게 추락한 상황에서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마감 후 믿었던 아마존닷컴마저 4분기 부진한 판매를 전망해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1% 가량 급락했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는 채용 중지와 일부 상품 및 서비스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예고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 분기 전체 매출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아이폰과 서비스가 시장 기대에 못미쳤다. 인텔은 공격적 비용 절감 목표를 제시해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6% 넘게 올랐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9%를 하회하며 거의 2주래 저점으로 밀렸고, 2년물 금리는 장중 14bp 가까이 후퇴했다. ECB가 이번 ‘자이언트 스텝’ 긴축을 마지막으로 이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미국 3분기 GDP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분기 대비 4.1%로 시장 예상치 5.3%과 이전치 9.0%를 크게 밑돈 영향이다. 지난주 5%를 넘었던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이제 4.78% 아래로 내려왔다. 한편 수출통제를 감독하고 있는 엘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차관은 글로벌 동맹들과 단기간 내에 중국에 반도체 생산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데 합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 마지막 75bp?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대로 2연속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록적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성명서에서 “여러번의 회의”에 걸쳐 올리겠다는 기존 문구를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가이던스로 대체했다. 7월만해도 마이너스였던 단기수신금리를 1.5%까지 끌어올린 ECB는 “통화정책 완화를 거두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목표를 오랫동안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활동이 3분기 상당히 둔화된 듯 하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인정했다. 향후 금리 경로는 정책 회의때마다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머니마켓은 긴축 베팅을 최대 20bp 낮추고, 지난주 3.25% 위를 봤던 단기수신금리 피크 수준을 2.65%로 하향조정했다. 유로는 달러 대비 1% 넘게 밀렸다. ECB는 또한 팬데믹 당시 은행들에게 제공했던 2조 유로가 넘는 초저금리 목표물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의 조건도 강화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으며 3명의 위원이 50bp 인상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책위원들은 12월 다음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도이치은행 Lars Merklin은 “라가르드가 스테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인정했다”며, “이같은 환경에서 유로-달러는 추가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는 비둘기파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이제 더이상 인플레이션 스토리만은 아니다. 전일 캐나다 중앙은행과 더불어 점점 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피봇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BOJ 시장 긴장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때마다 일본 금융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곤 한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금요일 이틀간의 금정위 회의를 마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다 큰 관심은  BOJ가 글로벌 시장에 가할 충격에 쏠려 있다. 옵션시장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일본 정부의 환율 개입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의 1주일 리스크 리버설은 마이너스로 엔화 강세 기대를 보여준다. BOJ가 일드커브컨트롤(YCC) 정책을 이어갈 경우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 당국이 개입에 나설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혹은 엔화 강세를 이끌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정책 변경에 대한 베팅일 수도 있다.

SBI Liquidity Market의 Ryo Suzuki는 “트레이더들이 지난 9월 금정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다”며, 당시 구로다 총재의 기자 회견 중 엔화가 낙폭을 확대하자 일본 당국의 개입이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YCC 정책의 피봇 시 채권 금리와 엔화 가치가 상승할 리스크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TD Securities는 이번에 BOJ가 보다 공격적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며, YCC 정책의 변경은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끝나고 내년초 일본 임금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에나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美성장률 피크?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전기비 2.6% 증가해 시장 예상치 2.4%를 상회했다. 상반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나타난 반등으로, 인플레이션 조정 GDP는 2021년말 수준을 회복했다. 중간선거를 코 앞에 둔 바이든 미 대통령은 3분기 GDP 지표를 자랑하며 비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미국 경제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충격에 미국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담당하는 개인소비는 1.4% 증가로 2분기 2%에서 둔화됐고, 주택 투자의 경우 연율 약 26% 감소했다. 무역과 재고를 제외할 경우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판매는 0.5% 성장에 그쳤다.

BMO Capital Markets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Sal Guatieri는 최종수요 부진을 지적하며 “미국 경제가 겉모습과 달리 사실상 힘이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역시 3분기 경제성장률 반등이 모멘텀 신호를 제공하는 부문의 지속적 둔화를 가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준은 이를 금리인상 주기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라기 보다 통화정책 긴축 과정에서 의도했던 결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번 3분기 성장률을 피크로 보고, 누적된 금리인상 효과가 미국 경제를 잠재성장률 아래로 끌어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도널드 최고경영자 Chris Kempczinksi는 다소 완만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CS 자구책 실망

크레디트 스위스(CS)의 경영진이 “급진적”이고 “결단력 있는”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주가가 19% 폭락하는 등 역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CS는 스위스 본국 사업과 글로벌 자산관리(WM)·자산운용에 중점을 둔 사업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 부문은 파트너쉽 모델로 독립해 과거 사명인 퍼스트 보스톤(First Boston)을 되살린 ‘CS 퍼스트 보스턴’으로 재탄생한다. 위험자산 익스포저를 40% 줄이고, 증권화 상품사업(SPG)은 대부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핌코 컨소시엄에 넘긴다.

또한 Saudi National Bank의 지원을 받아 4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규 자본조달에 나서고, 인력을 17% 가량 줄일 예정이다. 유형자본이익률은 2025년 6%를 목표로 했다. 이는 2019년 유사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도이치은행의 올해 목표보다 낮은 수준이다. Autonomous Research의 Stefan Stalmann은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기대했었다”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JP모간의 Kian Abouhossein 역시 IB 부문의 몸집을 더 줄였어야 한다며, CS의 자구책이 도이치은행이나 UBS그룹보다 훨씬 복잡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3분기 순손실만 40억 프랑에 이르면서 올해 연간 손실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상쇄할 전망이다. CS의 시가총액은 5년전 500억 달러에서 이달 들어 100억 달러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美국방부 핵전략…푸틴 핵공격 일축

미 국방부는 국방전략서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2030년대 쯤이면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2개의 핵보유 강대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잠재적 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 동맹국에 대한 재래식 전략적 위협에 대해서도 그 보복조치로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캠페인 당시 미국의 핵무기는 핵공격 억지나 보복 용으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국제 정세가 크게 바뀌면서 미 국방부는 백악관과 협력해 핵전략을 내놓았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핵공격을 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 유럽의 논의에 “힌트”만 흘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