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해도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1차례 연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으나, 이제는 10월로 그 시기를 앞당겼다. Aberdeen은 심각한 경기하강으로 연준이 결국 이르면 3월부터 공격적인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미국채 단기물과 선물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에선 올해 대선이 예정된 만큼 연준이 전례없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연준이 정치적 부담을 무시할 정도로 경제나 시장 침체가 워낙 심각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기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도 주식 시장을 무너뜨리거나 글로벌 경제를 불황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요인은 다양하다. 중국의 추가 둔화, 이란-미국 긴장 악화, 미국내 정치 불확실성, 연준의 유동성 지원책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 등이 도사리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시장이 아마도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듯 하며 뭔가 부진이 나타날 경우 이르면 올해 중반에 금리가 인하될 수도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올해 최대 4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한편, 연준이 통화정책틀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위원들은 이미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향한 접근방식을 바꾸고 있다. 3년내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수가 12월 전망에서 7명으로 급증해, 2% 목표를 넘는 물가 압력을 발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시사한다.
BOE와 ECB도 인하?
카니 BOE 총재의 마지막 금리 결정은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다. 3월 베일리에게 총재직을 넘겨줄 카니는 그동안 대부분의 주요 정책 회의 전에 투자자들에게 길을 안내해주곤 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투자자들은 상충적인 지표들을 분석하며 혼자 힘으로 BOE의 결정을 알아내야 한다. 이에 트레이더들이 인하 확률을 거의 60%로 보는 등 BOE 회의를 코 앞에 두고 시장은 카니 역임 기간 중 가장 우왕좌왕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추가 징후로,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통화정책위원회 투표 시나리오를 5개나 제시했다. 대다수는 정책위가 6:3으로 동결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치은행은 BOE가 통화정책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것으로 보았다. 즉, 경제가 부진을 떨치지 못한다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추가 인하를 준비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ECB 금리 인하에 베팅한 어느 트레이더가 3월 만기 유리보 선물을 거의 10만 계약 매수했다. 머니마켓은 연내 ECB 금리 인하 확률을 지난주 거의 제로 수준에서 50%로 높였다.
세계경제 충격
미-중 무역 협정에 안정을 되찾는 듯 했던 세계경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시 취약해졌다. 아직 경제적 충격을 판단하기엔 시기상조지만, 중국이 춘제 연휴를 연장하고 우한을 봉쇄하는 등 강력 대응하면서 이미 소비와 여행은 타격을 받고 있다. 산업생산과 민간 투자 역시 충격이 예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원자재 수출국 등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IHS Markit은 바이러스가 몇주간 더 확산될 경우 단기적으로 아태지역 경제에 상당한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GDP의 약 1.6%를 차지하는 우한은 중국 중부 지역의 물류, 자동차, 철강생산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S&P는 어림잡아 전국적으로 소비 지출이 10% 줄면 전체 GDP성장률은 약 1.2%p 내려갈 것으로 추정했다. 바클레이즈는 소비 심리와 지출이 타격을 받아 1분기 또는 2분기에 GDP를 0.1%~0.2%p 가량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이같은 바이러스 충격이 단기에 그치고 V-자 경기 반등으로 이어지곤 했다며, 아시아의 경우 통화와 재정정책 대응 여력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바이러스 공포가 시장을 계속 끌어내릴 수 있지만, 사태가 정점에 이르면 시장이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급락에 OPEC+ 긴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으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여행과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유가가 이미 지난주 초 이후 10% 가량 급락했다. 전염 규모와 그 영향을 추정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추가 유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OANDA는 중국 바이러스 사태 전개 상황에 따라 WTI가 배럴당 47~50달러, 브렌트유는 5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브렌트유가 55달러를 하회할 경우 OPEC+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유가 지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VI Investment는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두려움에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매도하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으나, 이제 추가 붕괴는 저항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TI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한번 대규모 매도가 나올 수 있으며, 중국과 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2013년 사스 사태보다 글로벌 석유 소비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arclays Capital은 중국의 항공 여객 수송량이 1분기에 절반 가량 줄어들 경우 중국 항공유 수요가 전년비 하루 30만 배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2003년 사스 사태를 돌이켜보면 수요 우려가 과도해보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판 중동평화구상
트럼프가 중동 평화를 위한 상세안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이 이미 거부하며 초안 작성에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 “윈윈”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테러 거부” 등 조건이 충족되면 팔레스타인 국가를 위한 “인접한” 영토를 제공하겠다며, 이번 구상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분단되지 않은 수도”로 남기면서 2국가 해법으로의 “과도기”를 여는 셈이라고 트럼프는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 밖에선 이번 구상이 이미 죽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팔레스타인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데다가 이스라엘이 기존 정착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추진력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독립 국가를 세우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인권 보호와 부패 퇴치, 하마스 및 이슬람 지하드의 활동 중단, 테러리스트 지원 중단, 반이스라엘 선동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본법” 채택을 종용했다. 이번 구상은 지난 3년간 트럼프의 사위인 Jarded Kushner가 기획한 것으로, 팔레스타인이 이미 거부했던 과거 타협안보다 조건이 불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