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번엔 기대 이상의 비둘기파적 기조 선회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향후 인상을 시사하는 모든 가이던스를 치워버리고 심지어 인하 가능성마저 열어두면서 미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하고 달러(BBDXY)는 4개월래 저점으로 추락했다. 미국채 2년물 금리는 FOMC 충격에 최대 7bp 빠졌고, 5년-30년 스프레드는 작년 2월래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애플과 보잉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를 덜어주고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장초반 투심을 부추겼다. 페이스북 역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아 시간외 거래서 8% 가량 급등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우지수가 2만5000선을 넘어섰다며 환호했다.
국제유가 (WTI)는 공급 위축 신호에 한때 3%나 올라 배럴당 55달러 부근까지 급등하며 작년 11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미 재무부는 분기 리펀딩 입찰에서 3년만기 이상 장기물을 사상최대인 총 840억 달러 발행한다고 밝혔다.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재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EU측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노딜 시나리오 대비 비상 계획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작년 12월 광공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1.6% 증가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연준, 금리에 ‘인내심’ 채택…비둘기 확실해진 파월
연준은 향후 금리 움직임에 대해 “인내심”을 갖겠다고 밝히고, 대차대조표 축소 경로에 있어서 유연성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지난달 스탠스에서 상당히 선회한 것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열어둔 모습이다. FOMC는 성명서에서 강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을 2% 부근서 지지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향후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적절할지 판단하는데 있어서 인내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점진적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문구와 더불어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대략 균형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또한 “경제와 금융 상황 전개에 비추어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완료하기 위한 세부 사항을 조정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파월 연준의장은 현재 중립금리 추정치 범위에 있다며, 금리 인상 근거가 다소 약해졌고 향후 금리 움직임은 전적으로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차대조표 축소 종료를 위한 적절한 시점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조종 버린 연준…내년부터 금리 인하?
FOMC 성명서 발표 이후 연방기금선물은 2020년 말까지 금리인하 확률를 50%로 반영했다. BMO Capital Markets는 이제 금리나 대차대조표 모두 정책 정상화가 더이상 자동조종에 놓여 있지 않다며, “적극적 비둘기파적 중단”을 통해 연준이 이번 긴축 주기에서 연방기금금리를 2.4%에 멈출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BofA는 “매파가 연준 건물을 떠났다”며 상당기간 동결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하고, 자사의 2차례 금리인상 전망에 확신이 줄었다고 밝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급격한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며, 연준이 2020년 초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늘 FOMC 회의 이후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2분기 인상 역시 매우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4/5월이나 6월 경 한차례 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경기 둔화에 연준은 내년 금리를 75bp 인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협상 지켜보는 FX 트레이더들…위안화 운명은?
미-중 대표단이 무역 갈등을 조율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수요일 회담을 시작하면서 전세계 외환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4주 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예정이다. 달러-역외위안화환율이 수개월래 처음으로 200일 이평선을 하회한 가운데,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위안화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동에서 많은 자세한 내용이 나오진 않겠지만 양 강대국간 휴전 신호는 역외위안화의 랠리를 부추길 수 있다. BBH는 무역 합의시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이 6.6위안 수준으로 하락하고, 반대로 노딜시 6.9위안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문디 ‘EM 달러 리스크 끝났다’
아문디 자산운용은 2018년 위험선호 심리에 큰 타격을 가했던 달러 상승 추세가 끝나 EM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두 개의 거시경제 위협이 줄어들어 이제 과거가 되었다”며, “신흥시장 대부분의 통화에 절상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모간스탠리에서 골드만삭스 그룹에 이르기까지 무역 긴장 완화와 연준의 덜 매파적 스탠스로 개도국이 되살아날 것으로 베팅하는 진영이 늘고 있다.
연준의 긴축 중단 신호에 투자자들이 환호하면서 MSCI EM 통화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올랐고 MSCI EM 주가지수는 4개월래 고점으로 급등했다. 트레이더들은 파월이 신흥시장에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며 EM 자산을 매수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UBS Wealth Management는 현재 거시경제 환경이 달러 약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 ‘노딜 브렉시트 가능…英 국채 사라’
미즈호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제기하며 영국 채권을 살 시기라고 조언했다. 영국 의회가 메이 총리를 브뤼셀로 돌려 보내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재협상하도록 요구했지만 EU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3월 29일 브렉시트 시한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길트채 10년물 금리는 16개월만에 처음으로 1%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파운드의 경우 최근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에 상대적으로 유연성을 보였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두려움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파운드 가치 하락과 수입물가 상승을 예상하며 헤지에 나서고 있다.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은 2020년 중반으로 밀려났다. 미즈호는 메이가 “노딜 시나리오를 무대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길트채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가 10bp로 축소돼 글로벌 금융위기래 가장 플랫한 커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