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달러 신고점, 엔저 어디까지?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파월 연준의장의 잭슨홀 발언 후폭풍 속에 달러 초강세 행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선진국 및 이머징마켓 통화 바스켓 대비 미 달러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BBDXY)가 한때 0.9% 급등하며 지난 7월 기록했던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엔 환율은 1998년래 처음으로 140엔선을 돌파했고, JP모간은 당시 고점인 147엔 부근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파운드-달러는 장중 1% 넘게 밀려 2020년 3월래 처음으로 1.15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뉴욕증시는 S&P 500 지수의 경우 장막판 반등에 성공했지만 나스닥 종합지수는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 급락에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미국 8월 ISM 제조업지수가 하락을 내다봤던 시장 예상과 달리 52.8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운데다, 8월 27일 마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3주 연속 감소해 2개월래 최저치인 23만2000명으로 집계돼 타이트한 노동시장을 확인해 주었다. 금요일 나올 미국 8월 고용보고서가 연준의 긴축 기조에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국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년물은 장중 3.55%선을 위협하며 2007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스왑시장은 9월 FOMC에서 75bp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72% 정도로 반영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너무 높다며, 연준이 “2% 목표로 끌어내리기 위해 얼마나 빨리 정책을 움직일지 판단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5.7%로 시장 예상치 6.1%를 하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 신고점…140엔선도 뚫려

일본 재무성 관료의 구두개입에도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짐에 따라 결국 심리적 주요 저항선인 달러당 140엔마저 뚫렸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지적처럼 일본 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설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환율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급격한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요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는 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환율 방어에 있어 아직은 거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일본은행(BOJ)의 초저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태라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 일본이 마지막으로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달러-엔 환율이 146 부근까지 치솟았을 때였다. 이전에는 대개 130엔 부근에서 개입이 나왔다. Gaitame.com Research Institute의 Takuya Kanda는 유로존 CPI 지표가 인플레 억제 어려움을 확인시켜주며 미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달러-엔 환율에 순풍을 불어넣었다며, 온통 엔화 매도 뿐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외환보유고 다변화

러시아 당국은 루블화 급등세를 막기 위해 위안화를 비롯해 올해 최대 700억 달러 상당의 “우방국” 통화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부 보유 자산을 팔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와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특별 ‘전략’ 회의를 열어 일단 이를 지지했다. 해당 소식에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이 한때 0.3%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달러-터키리라는 1% 넘게 밀렸다가 바로 전일 수준을 회복했고, 달러-인도루피 역시 하락 전환을 시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보복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6400억 달러 중 약 절반을 동결하자 달러와 유로화 위주로 구성된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등 경제 정책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려 하고 있다. 수년간 러시아는 유가 변동 충격으로부터 경제를 지키기 위해 지출을 아끼며 수천억 달러의 외환을 저축해왔다. 그러나 서방세계의 제재로 상황이 바뀌면서 “미래 위기에 대비해 유동적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은 극도로 어렵고 편리하지 않다”고 해당 정책 제안서는 판단했다.

테크 투자 펀드들의 시련

월가의 스타 투자자 캐시 우드의 대표 펀드인 80억 달러 규모의 Ark Innovation ETF(ARKK)가 작년 9월래 최대 월간 유출액을 기록했다. 8월 한달 동안, 정확히는 7월 29일에서 8월 30일까지 총 8억300만 달러가 빠져나갔고, 그 중 일간 기준 순유입은 단 6일에 불과했다. ARKK의 자금 유출입 데이터는 하루 늦게 공개된다. 해당 ETF는 올해 들어 60% 손실을 내며 S&P 500 지수 하락폭 18%를 크게 웃돌았다.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제 한계에 달한 듯 보인다. The ETF Store의 Nate Geraci 사장은 “결국 성과가 최고”라며,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강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 신념을 고수한다고 해도 성과가 없다면 돈은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RKK는 지난달 주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급락한 줌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의 주식을 80만주 이상 사들였고, Ginkgo Bioworks Holdings에도 투자했다. 한편 Laurence Tosi의 WestCap Management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2분기에 자사 주요 투자펀드들의 밸류에이션을 5분의 1 가량 상각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주식 저가매수?

저가 매수 세력들이 아직 미국 주식시장을 포기하진 않을 듯 하다. BofA의 셀사이드 지수가 8월 들어 2021년 10월래 처음으로 소폭 올라 주식 강세론자들에게 모처럼 좋은 소식을 안겨줬다. 하지만 8월 26일 파월 연준의장의 매파적 발언 이후 낙관론이 급격히 사그라들어 마냥 축하할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 주식과 퀀트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Savita Subramanian은 투자자노트에서 6월 저점에서 17% 랠리가 펼쳐진 후 심리가 개선된 점은 “강세론자들이 아직 완전히 항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아직 강세장을 얘기할만한 신호가 보이지 않아 올해말 S&P 500 지수 목표치를 3600포인트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씨티그룹은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 이번 주식 급락장에서 저가매수에 뛰어들 마음이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일부 AI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할 때 미국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게 되었다며, 이로 인해 매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 충격에 주가가 한때 12% 넘게 폭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거래일 내내 매일 1% 넘게 후퇴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개별 기업을 제재한데 이어 이제 그 규제 범위를 넓혀 일부 반도체장비의 중국 판매마저 가로막기 시작했다. AMD 역시 정부로부터 비슷한 통지를 받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은 아직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이 발표되지 않았으며 현재 자사의 비즈니스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