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달러 피크? 美 CPI 둔화 기대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유럽중앙은행(ECB)이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연준 따라잡기에 나서고 위험선호가 되살아면서 달러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지난주 신고점을 경신했던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2거래일에 걸쳐 1% 가량 빠졌고, 유로는 ECB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숏커버링 속에 장중 달러 대비 1.6%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비 상승률이 8월 8.1%으로 전월 8.5%에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뉴욕연은 설문조사에서 3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이 8월 2.8%로 7월 3.2%와 6월 3.6%에서 크게 후퇴했다. 1년후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5.7%로 전월 6.2%에서 하락했다.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곳곳을 수복하는 등 대규모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군이 일부 퇴각한 점도 위험선호를 부추겼다.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1.1% 올라 4거래일 연속 반등을 이어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국내 바이오제조를 강화하고 신약과 화학품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의무적 목표를 제안하고 에너지업체의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 등을 담은 패키지를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러시아산 연료 수입 가격상한제는 회원국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달부터 수백 명의 직원을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수익 악화 속에 팬데믹 당시 중단됐던 연례 인력 구조조정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 피크?

145엔선마저 위협받던 달러-엔 환율은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의 구두개입에 지난 금요일 142엔을 하회하기도 했다. 구로다는 6월래 처음으로 기시다 총리와 만난 뒤 “환율 급변동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여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루에 달러당 2-3엔씩 움직이는 것은 매우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은 일요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도하고 일방적인 환율 움직임을 포함해 전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하루 5만명인 입국자 수 상한을 철폐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입국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국경 개방은 엔화의 추락을 막는데 도움이 될 전략 중 하나라고 JP모간이 지적한 바 있다. 유럽 블루베이자산운용은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임박했다며 엔화에 대해 ‘전술적’ 롱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다. 달러-엔 환율이 147.5까지 갈 경우 포지션을 두배로 늘릴 신호라며, BOJ가 일드커브 통제 정책을 변경하거나 종료할 경우 “보다 구조적인 롱 포지션”으로 갈 생각이라고 최고투자책임자(CIO) Mark Dowding은 전했다.

9월 FOMC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목요일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완수할 때까지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세번째 75bp 금리 인상을 더욱 지지하게 되었다며, 연준이 내년에 더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월가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 역시 이달 말 FOMC 회의에서 “상당폭의 추가”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해 75bp 자이언트 스텝을 지지할 생각임을 시사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할 근거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Rick Rieder 최고투자책임자는 9월 FOMC에서 75bp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연준 정책이 아직 비둘기파적으로 돌아설 수 없다고 진단했고, Evercore ISI와 도이치은행 역시 9월 75bp 인상으로 전망을 높였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Sylvain Leduc 조사국장은 금리가 오름에 따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25년 초면 2%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 긴축 경고

ECB가 지난주 경제 성장 전망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록적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50bp에 이어 역사적인 75bp 인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ECB 관료들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추가적인 큰 폭의 긴축을 필요로 한다면 10월 정책회의에서도 75bp 인상을 배제하지 않을 생각이다. 요하임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현지시간 일요일 현재의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12월에 10% 위에서 피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 있다며, 향후 몇번에 걸쳐 금리를 추가로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ECB가 성장 약화와 인플레이션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매파가 주도권을 잡았다며, 10월 75bp, 12월 50bp, 내년 2월 25bp씩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EM 외환보유액

아시아 신흥시장(EM)의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면서 막강한 달러에 맞서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시장 개입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중국을 제외한 EM 아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약 7개월 분 정도의 수입 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감소했다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초만 해도 약 10개월치에 달했고, 2020년 8월엔 최대 16개월 분이 가능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약 9개월, 필리핀 8개월, 한국 7개월, 인도네시아가 6개월 정도에 이른다. Divya Devesh 아세안 및 남아시아 FX 리서치 헤드는 이들 국가의 통화 방어 능력이 앞으로 더욱 제한될 수 있다고 지난주 경고했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주춤한 모습을 보일 경우 이미 최근 수년래 저점을 기록한 아시아 통화들이 더욱 약해질 수도 있다.

만일 이들 중앙은행들의 초점이 수입 인플레이션 차단에서 수출 압박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제고 쪽으로 바뀐다면 시장 개입 역시 달러 매도에서 달러 매수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Devesh는 지적했다. 블룸버그 집계데이터에 따르면 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가 그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EM은 과거 위기때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보다 빠른 경제 성장과 정책 지원,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최근 몇개월 동안 이들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살얼음판 주택시장 

일부 중앙은행들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뜨겁게 달궈졌던 주택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 등 버블이 심했던 시장은 이미 두자릿수대 집값 하락에 직면해 있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전 세계적인 하락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주택가격에 대한 보고서를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 저술한 Hideaki Hirata 교수는 “2023년과 2024년에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된 주택 시장 침체가 예상된다”며, 올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가계에 모두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는 글로벌 경기 하강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아직까지 2008년 금융위기 수준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집값 하락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고 불황을 피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중앙은행에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 대출은 최장 30년 고정금리가 가능해 지난 5년간 변동금리 비중은 평균 7%에 불과하다. 반면 호주와 스페인, 영국, 캐나다는 2020년 신규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가장 높다고 피치가 5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통화 긴축이 과도할 경우 연착륙이 어려워져 집값이 더 빠르게 하락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