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디폴트 패닉 경고, 컨틴전시 플랜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현지시간 화요일 오후 또다시 마주 앉았다. 앞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간밤 실무진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든이 수요일 해외 순방에 나서야 할지 묻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위한 해결책에 집중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은 (바이든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보여준다”고 돌려말했다. 결국 바이든은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을 단축해 G-7 정상회담 참석 후 일요일에 귀국한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매카시는 바이든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부채한도 협상이 합의로부터 여전히 멀다고 말했지만 이번 주말까지 합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미국이 디폴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Seema Shah는 “미의회가 부채한도 상향 합의에 실패해 이미 일부 시장이 왜곡되기 시작했다”며, “양측 모두 사안의 중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디폴트는 불가능하겠지만 재무부가 말한 6월 1일 시한이 다가올수록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미국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심지어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들이 부채한도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뉴욕증시는 마감 직전 낙폭을 확대했다. 제약회사 화이자가 시젠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1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3.9%를 넘어 은행 혼란이 불거졌던 3월초 이래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디폴트 패닉 경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조속한 부채한도 상향을 촉구했다. 현지시간 화요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와의 회동을 앞두고 옐런은 “벼랑끝 전술에 따른 타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6월초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의 보유를 점점 더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적 교착상태로 이미 미국 납세자들의 부채 부담이 높아졌다며, “의회가 행동하지 않는 매일마다 우리는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옐런은 미국 정부가 디폴트로 갈 경우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토대에 균열이 생겨 여러 금융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적 패닉이 마진콜과 자금인출, 헐값매각 등을 초래할 수 있고, 2007-2009년 대침체와 같은 심각한 경기하강이 찾아올 수 있다는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추정도 인용했다. 또한 사회보장에 의존하는 국민들과 참전용사에 대한 지원이 끊기고, 항공과 국방, 국경보안, 법집행 등 필수적 정부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컨틴전시 플랜

월가 은행들은 미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내부 비즈니스 및 고객,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대형은행 임원들은 워싱턴 정계는 물론 공개 석상에서도 부채한도를 당장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회사들은 이미 디폴트 발생시 컨틴전시 플랜을 짜기 위해 트레이딩과 기업뱅킹, 소비자뱅킹 부문 책임자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고객들에게 자문을 하는 등 비상 체제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관련 헤지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의 자본시장 책임자인 Rob Toomey는 “부채한도를 넘길 경우 동맥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집단적 생각을 하도록 하고 싶다”며,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시장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면 JP모간 최고경영자는 ‘전시상황실(war room)’을 꾸렸다며, “계약과 담보, 청산소, 고객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고객들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난주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금융업계 수장들은 정기적으로 규제당국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최근 몇주 사이에 부채한도에 대해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일부 은행 고위 임원들은 재무부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자문들에게 디폴트 발생시 비즈니스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미국의 신뢰도가 흔들려 비용이 증가하고 전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소매판매

미국의 4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0.4% 증가해 시장 예상치 0.8%를 하회했지만 소비자들이 낮은 실업률과 꾸준한 임금 상승에 기대어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역풍을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치는 -1.0%에서 -0.7%로 상향 수정됐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지난달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소매판매 보고서에서 유일한 서비스 분야인 식당과 주점의 매출은 0.6% 증가했다. 소매판매 수치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았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 Tim Quinlan Shannon Seery는 “핵심은 소비자들이 아직 지출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팬데믹 초기엔 잉여 저축이 소비를 뒷받침한 반면 현재는 견조한 고용시장과 꾸준한 실질임금 상승이 소비를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4월 소매판매가 완만한 반등을 보였다며, 식당과 주점의 매출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출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질 소매판매는 정체되어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올해 후반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대체로 지출에 있어 보다 신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4월 제조업생산은 전월비 1% 증가했다.

연준 추가 인상 vs 6월 중단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정책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해 추가 금리 인상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올해 FOMC에서 통화정책 투표권이 없는 메스터는 “현재 내가 가진 데이터를 토대로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나는 연방기금금리가 다음 움직임이 인상과 인하의 확률이 동등한 수준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더블린 연설에서 답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이겼다는 확신이 더 있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생각이라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연준위원들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총재는 금리 인상에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지켜보고 피드백을 수집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올해 말까지 3%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6월 13-14일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JP모간 ‘지역은행 추가 인수 가능성 낮다’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은 지역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현지시간 화요일 연례 회의에서 한 주주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은행업계가 안정을 되찾고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JP모간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큰 은행 실패로 무너지자 이달초 이를 전격 인수했다. 이미 앞서 실리콘밸리은행 등 지역은행 세 곳이 문을 닫았다. 월가 대형은행 CEO 중 유일하게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수장직을 지켜온 다이먼은 지난주 “우리는 이 은행 위기를 끝내야만 한다”며, 규제당국이 “계속 놀라지 않으려면” 소형 은행들의 재정 상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국 및 월가 동료들과 공조해 이번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대형은행들의 경우 소형은행들을 괴롭히고 있는 자산 건전성 문제와 뱅크런으로부터 대체로 안전한 모습이다. JP모간의 경우 고객들이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몰리면서 예금이 1분기에 급격히 늘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