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정례회의 직후 진행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금리 결정은 모두 동결이었다. 투자자들은 조만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 내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에 동참하는데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들에게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고,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발언했다.
유럽과 달리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2024년 통화정책의 대전환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연준이 2024년에 25bp씩 6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 내 예상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월가 IB들 역시 내년 연방기금금리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부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고 바클레이즈 역시 수정된 연준의 점도표와 마찬가지로 내년 3회의 금리 인하를 전망 중이다.
지난 수요일 FOMC 결정 발표 3시간전 SOFR 콜옵션에 대규모로 베팅한 트레이더는 800만 달러 가량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택구입규제 완화를 연장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기위한 정책 움직임을 이어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원유 수요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며 더 급격한 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CB와 BOE, 연준 피봇 가시화에도 금리인하 시기상조 입장
투자자들이 조만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의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동참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수요일 미국 연준 당국자들이 금리 인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신호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보낸 후 유럽의 당국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추가 둔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금융 시장이 어떤 베팅을 하든, 그들은 현재로서는 양적 완화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목요일 정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BOE는 9명의 위원 중 3명이 추가 인상에 찬성하는 등 긴축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오슬로에서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피봇에 대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기대를 거스르고 실제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3년말 기준 통화정책 상태에 대해서는 유럽의 긴축이 끝나가는 것으로 굳어졌지만, 미 연준 당국자들은 2021년에 유로존 당국자들보다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처럼 이번에도 금리 인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ING의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인 Carsten Brzeski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ECB는 어쨌든 연준보다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경기 순환적 하강이 더 많이 나타나 연준이 내년에 실제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은 (미국처럼) 높이 날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트레이더들, 2024년 통화정책 대전환에 올인
월가 트레이더와 연준은 최근 몇 년간 통화정책에 있어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거의 같은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때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를 연준 당국자들이 실현시키려 하고 있으며 통화정책의 대전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수요일 기존 전망보다 2024년 적극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역사적인 긴축 정책이 종료됐다는 점을 지금까지 가장 명확하게 전했다. 이에 따라 목요일 세계적으로 자산가격 전반이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와 브라질의 벤치마크 지수인 Ibovespa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다. 미국채는 단기물 가격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세계 주요 통화는 달러대비 급등했고 회사채 가격도 상승했다.
50 파크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 Adam Sarhan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등 월가에서는 대규모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연준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을 ‘공공의 적 1호’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연준이 2024년에 25bp씩 6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점도표에서 예상한 세 차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월가 IB들 역시 연방기금 금리 전망을 하향 수정 중인데, 골드만 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부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수정된 연준의 점도표와 마찬가지로 내년 3회의 금리 인하를 전망 중이며, JP 모간은 연준의 완화가 6월에 시작될 것으로 완화 시기 전망을 앞당겼다.
비둘기 연준에 베팅한 트레이더, 800만불 넘게 이익
수요일 FOMC 정책결정이 발표되기 단 3시간 전 1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체결된 미국 금리 옵션 거래가 지금은 약 1800만 달러 상당으로 평가액이 불어났다. 총 4만 5천 계약에 달하는 5건의 SOFR 선물 콜옵션 매수 대량거래가 뉴욕시간 수요일 오전 11시 직전 진행됐다. 잠정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행사가의 미결제약정이 4만 3100계약 증가했는데, 이는 기존 포지션 청산이 아니라 새로운 포지션이 구축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해당 콜옵션 매수자는 향후 6개월에 걸쳐 연준의 정책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시장이 가격을 매길때 이익을 보게 된다. 이러한 포지션 베팅의 성과는 불과 3시간 후인 수요일 오후 2시 연준이 새로운 점도표를 발표하면서 실현됐다. 해당 콜옵션은 내년 6월에 만기되며 행사가 96.125인데 이는 SOFR 금리 3.875%에 해당한다. 해당 옵션의 기초자산인 SOFR 선물 가격은 FOMC 이후 수요일 95.105(4.895% 상당)에서 95.355(4.645%), 목요일 미국 거래시간에는 95.440(4.56%)까지 상승했다.
中, 베이징 등에서 주택매입 규제 완화 등 불황대책 강화
중국 당국이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택 구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전례 없는 주택 경기 불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시 주택 당국은 두 번째 주택 구매에 부과하는 대출 요건에서 계약금 비율을 부동산 위치에 따라 40% 또는 50%로 낮췄다고 목요일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이는 주택 규모나 가치에 따라 60% 또는 80%였던 이전 기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또한 첫 주택의 계약금 비율을 이전 35% 또는 40%에서 30%로 낮췄다. 또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비호화 주택에 대한 정의를 완화하여 더 많은 주택이 낮은 모기지 한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CCTV는 상하이가 첫 주택 구매자의 계약금 비율을 30%로 낮추고 2주택 구매자의 경우 이 비율을 50%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또한 소위 비호화 주택의 정의를 변경하여 더 많은 주택이 낮은 모기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상하이시의 변경 사항은 금요일에 시행된다.
이번 규제 완화는 관련 산업과 함께 중국 경제의 약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최근의 노력이다. 시진핑 주석 등 행정부는 부동산 부문의 하락세가 성장을 저해하고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IEA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급격한 둔화 가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4분기 석유 수요 증가 속도에 대한 전망을 낮췄다. 주요국의 경제활동 약화에 따라 세계 원유 수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IEA는 목요일 월간 보고서에서, 10월~12월에 전망되는 원유 소비 증가량을 하루 40만 배럴 가량 낮췄고 내년에도 증가속도가 대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 브라질, 가이아나에서의 원유 증산분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동맹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에 의한 감산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IEA가 밝혔다.
IEA는 “석유 수요 둔화를 보여주는 증거가 늘고 있다”며 “수요 증가 모멘텀의 상실이 한층 분명한데 이는 거시 경제 환경의 악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이후 소비회복에 힘입어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이대로라면 하루 230만 배럴이 증가해 평균 1억 170만 배럴로 역대 최고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세가 일단락 되고 보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로의 교체 진행으로 내년의 원유 수요 증가세는 대략 50% 줄어든 하루 110만 배럴로 예상된다고 IEA는 밝혔다.
— 엄재현(서울) 기자 jeom2@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