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브렉시트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쌍둥이 공포”가 이번주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은 보수당 승리가 예상되지만 ‘헝의회’로 끝날 경우 불확실성은 더 이어질 수 있다. 8일자 영국 각신문들에 게재된 여론조사 대부분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중 협상은 12월 15일 예정된 대중 추가 관세 철퇴를 앞두고 양국이 막판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주 예정된 글로벌 통화정책 이벤트 역시 빼곡하다. 연준은 미국 11월 고용 호조 결과에 힘입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위스와 유럽 중앙은행 역시 기존정책 유지가 예상된다.
미 고용 서프라이즈에 금요일 뉴욕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는 한때 1% 넘는 랠리를 펼쳤다. 이날 발표된 독일 10월 산업생산이 전년동월대비 5.3% 감소하는 등 10년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유로는 금요일 한때 11월 5일래 최대폭인 0.6% 가까이 급락했다. 골드만은 유로화가 3개월 안에 1.1달러까지 하락한 후 12개월 안에 1.15달러로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는 6거래일만에 하락했다.
일요일 발표된 중국 11월 수출(달러기준)은 예상과 달리 전년동월비 1.1% 감소했고, 특히 대미 수출이 23%나 급감해 미국과의 무역합의가 절실함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이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한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똑똑한데다 미국을 향해 적대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오늘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외환시장 관련해 투기 등으로 환율 급변동이 발생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한다는 외환정책 기본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고용 서프라이즈
금요일 미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증가는 26만 6000명으로 1월래 최대치를 기록, 예상치 18만명을 상회했다. 전월치는 15만 6000명으로 상향 수정됐다. 제너럴모터스가 40일의 파업을 끝내고 업무 복귀 한 후 나온 첫 정상적 한달간 수치로, 자동차부문 고용이 4만 1300명 증가했다. 이전달의 경우 그만큼 감소했다.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치인 3.5%로 재차 하락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비 3.1% 상승해 예상치 3.0%를 넘어섰다. 민간부문 고용은 25만4000명 늘었다. 이번 지표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고해 소비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지지한다는 연준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연준은 미-중 무역 협상 불확실성 속에 다음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는데 보다 여유를 느낄 것으로 보인다. 임금 상승은 연말 쇼핑을 부추겨 경기 둔화 우려를 덜어줄 수 있다. Amherst Pierpont는 “상당한 서프라이즈”라며,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져 고용 증가세 둔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GM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고용 모멘텀이 강하다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뤄지는 내년말 실업률 전망치를 3.4%에서 3.3%로 하향조정했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11월 미국 고용 증가가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이날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트레이더들이 내년 연준의 25bp 인하 기대를 낮추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86%로 5bp 넘게 올랐고, 달러지수(BBDXY)는 6거래일만에 반등했다.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제는 2021년이 되어서야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 고용지표가 나오기 전만해도 2020년 하반기 인하를 내다봤었다. 연준 인사들은 올해 3차례 인하 이후 당분간 일시 정지 신호를 보냈다. Mischler Financial의 Tony Farren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한달 동안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악화되지 않는 한 “불황 걱정은 완전히 씻겨나간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Farren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향후 1주일래 1.92%에 도달할 것이라며 11월 중순래 최고치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BMO는 고용보고서에 대한 시장 반응이 “향후 10일내 예상되는 각종 주요 리스크 때문에 그리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동안 연준과 ECB가 금리를 결정하며 영국 총선과 12월 15일 미국의 대중관세 발동 시한이 예정되어 있다.
커들로 ‘미-중 농산물 논의’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를 놓고 양국이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시간 금요일 농산물 구매액을 포함해 가장 “까다로운” 일부 쟁점분야를 놓고 양측이 “거의 24시간”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지만, 조금씩 합의를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가장 까다로운 사안 중 일부에 대해 판정, 토론, 분석,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다음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 그가 (최종합의안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 합의에 근접해 있고 진전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아무것도 문서화하지 못했으며, 고위급 직접 면담은 현재 예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달 중순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무역 합의에 있어서 “어떤 임의적 마감시한도 없다”고 커들로는 말했다. “다만 12월 15일은 합의가 끝나지 않을 경우 현행법 상 관세가 회복될 예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날짜”라고 지적했다.
사우디 추가 감산
사우디 아라비아가 OPEC+와의 합의를 뛰어넘어 상당한 추가 감산을 약속해 원유시장을 놀래켰다. 이틀간 진행된 비엔나 회동에서 산유국들은 쿼터를 조정해 최근의 산유량 수준을 공식화하고 회원국 간에 보다 공평한 쿼터 배분을 위해 노력했다. Abdulaziz bin Salman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사우디의 산유량을 블룸버그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속적 기준으로 2014년래 최저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국제유가(WTI)가 금요일 한때 2.4% 넘게 급등했다. Abdulaziz는 또한 IPO에서 1.7조로 정해진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조만간 2조 달러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루 4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계속하겠다”이라고 밝혔다. 이를 합치면 OPEC+의 전체 감산 규모는 하루 210만 배럴에 이른다고 그는 설명했다. 원유시장은 내년초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요 증가가 둔화되는 반면 셰일 등 공급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부분의 OPEC 회원국들이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맞추는데 너무 낮은 수준이다.
외환시장 변동성 꿈틀
이번주 글로벌 통화 변동성이 역사적 저점을 깨고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영국 총선은 물론 연준 및 스위스, 유럽 중앙은행 회의 등이 연달아 예정된 가운데 비록 기존정책 유지가 예상되지만 주요 통화 변동에 대비한 헤지수요가 늘고 있다. 미-중 무역 긴장이 이같은 추세를 돕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빅 이벤트들은 내년 전망을 점치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분명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후 단기 변동성은 연말 연휴에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헤지 비용이 상승할지 판단하려면 중기 변동성을 봐야 한다. 최근 무역 전개상황에 더해 일부 현물 환율에서 박스권을 벗어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변동성 매수 수요가 증가했다. 유로의 헤지 비용이 상승해 1주일물의 경우 6주여래 가장 비싸졌다. 그동안 낮은 변동성을 유지해올 수 있던 이유는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협상과 브렉시트를 지켜보고자 한 관망세 때문이었다.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난다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경제지표 호전에 내년 중앙은행들이 매파적으로 선회할 경우에도 변동성 헤지 수요가 강해질 것이다.
— 서은경, 엄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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