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부채한도 폭탄, 은행위기 봉합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끈질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이번주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반면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통화정책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어 엔화가 달러와 유로 대비 크게 약세를 보였다. 한편 금융당국의 적극 개입으로 강제매각에 들어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새 주인을 찾으면서 미국 지역은행 위기가 조기 봉합되었지만 뉴욕증시는 FOMC 결정을 앞두고 약보합에 마감했다.

옐런 미 재무장관은 부채한도 특별조치가 이르면 6월초 소진될 수 있다며, 의회에게 서둘러 부채한도를 유예하거나 상향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6월초나 어쩌면 6월 1일이면 정부의 모든 지급 의무를 계속해서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수와 지출 흐름이 유동적인 점을 감안할 때 “재무부의 특별조치가 모두 소진되는 실제 시점은 이 추정치보다 몇주 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의회 예산국도 자체 추정을 토대로 “6월 초”쯤 정부 자금이 고갈될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부채한도 폭탄이 발등에 떨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에 5월 9일 회동을 제안했다.
밀켄연구소 컨퍼런스에서 PGIM의 David Hunt는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미국 부채한도 문제 등 추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 Jane Fraser 역시 부채한도와 관련해 현재 상황이 과거 협상과는 다르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신용이 타이트해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겐하임의 Anne Walsh는 올해 중반경 “상당한 경제 둔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모간스탠리는 딜 가뭄속에 이번 분기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지역은행 위기 봉합

JP모간체이스가 결국 규제당국에 압류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JP모간만이 유일하게 가장 깔끔한 방식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로부터 퍼스트 리퍼블릭을 쪼개지 않고 사업 전체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로서 이미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의 몸집은 더욱 커지게 됐다. 퍼스트 리퍼블릭은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큰 은행 실패로, 올해 3월초 이래 대규모 뱅크런에 무너진 네번째 지역은행이다. JP모간 주가는 장중 한때 3.7% 상승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 월요일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이제 거의 끝이다. 이번 딜로 모든게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 은행 시스템은 대단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은행들이 최근 “꽤 양호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대출은 일련의 은행 실패 사태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웰스파고의 Mike Mayo는 이번 딜이 JP모간과 은행산업에 긍정적이라며, “은행위기를 마무리 단계로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한편 FDIC는 최근 은행 실패로 자체 기금이 일부 빠져나가자 예금보험 제도의 재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준 마지막 인상?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수십년래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이제 그 종착점에 다가섬에 따라 연준내 컨센서스 역시 흔들릴 수 있어 파월의 리더십이 시험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주 FOMC에서 추가 25bp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여러 연준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는 반면 연준내 이코노미스트들은 많은 시장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몇달 후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정책 결정과정에서 물가와 실업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경우 보다 많은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KPMG의 Diane Swonk는 이번 FOMC 회의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대한 반감이 그동안 연준이 감당해야만 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가 이번 인상을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낮추는데 충분히 긴축했음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Dreyfus and Mellon의 Vincent Reinhart는 작년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워낙 높아 파월이 연준내 컨센서스를 주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FOMC 구성원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앞으로 파월이 이를 조율하는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BofA의 Ethan Harris는 “경제 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연준은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채권시장이 당장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도록 놔두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엔화 약세

엔화 강세론자들은 일본은행(BOJ) 정책 변경 기대가 6월이나 7월 회의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당분간 엔화 약세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주 연준 FOMC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경우 달러 강세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 BOJ가 지난주 주요 부양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여파에 달러-엔 환율은 뉴욕시간 월요일 한때 0.9% 넘게 올라 137.54엔으로 3월 8일래 고점을 경신했다. 옵션 시장은 7월 말까지 140엔에 도달할 가능성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

유로-엔 환율의 경우 비둘기파적 BOJ와 추가 긴축을 예고한 유럽중앙은행(ECB)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를 반영하며 150엔선을 넘어 2008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는 BOJ의 일드커브 통제(YCC) 변경 예상 시점을 6월에서 다음 BOJ 전망 보고서가 발표되는 7월로 늦췄다. 바클레이즈는 “엔화의 강세 반전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 해외 시장 요인에 따라 움직이며 엔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Sumitomo Mitsui Banking의 Daisuke Uno는 “만일 BOJ가 7월 회의에서 정책을 전혀 수정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엔화 매도 압력이 부상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시장 실망?

월가 대표적 약세론자인 모간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연준이 올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는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이번주 실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주 연준은 작년 3월 이래 10번째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윌슨은 “이번 FOMC 회의에서 보다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경우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서프라이즈를 안겨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월 연준의장 발언 수위에 따라 채권시장 역시 금리 인하 기대를 리프라이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P 500 지수는 은행 혼란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달간 상승했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두려워했던 것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내놓자 투자자들이 안심하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이익 회복 기대를 너무 높였다고 윌슨은 지적했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수석 미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 David Kostin은 이번주가 연준의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긴축주기의 끝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S&P 500 지수가 이미 2000년을 제외하고 과거 긴축주기 종료 시점에서 거래됐던 밸류에이션을 훨씬 넘어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금융시장이 연준의 다음 정책 행보를 예측하기 위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리스크는 간과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의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비 4.6%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고용비용지수 역시 1분기에 1.2%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와 이전치를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반면 ISM 제조업지수가 4월 47.1로 6개월째 위축을 이어가는 등 경제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슈뢰더의 Kellie Wood는 “뭔가 무너지고 연준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올해는 경직적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로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아류(stagflation-lite)”가 예상된다며, 1분기 GDP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환경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성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인플레이션은 3% 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준이 이번주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추가 긴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는 올해 말까지 1-2차례 25bp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단기금리시장이 리프라이싱 리스크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