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로테이션?
가치주로의 로테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서도 저평가된 통화가 내년에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아시아 통화의 선전이 주춤하는 반면 브라질 헤알과 러시아 루블, 터키 리라 등 팬데믹 충격에 급락한 EM 통화들이 백신 덕분에 글로벌 경제가 어느정도 정상으로 되돌아올 경우 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 이달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진정되고 백신 개발이 예상보다 진척을 보이면서 외환 거래가 지난 3월-10월의 모습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달러(BBDXY)는 월요일 2년여래 저점으로 밀렸다가 마킷 미국 PMI가 예상보다 크게 좋아지면서 반등했다. 월가는 대체로 달러에 약세 전망이지만 TD증권의 Mark McCormick은 시장이 모든 악재를 무시하고 호재에만 반응하고 있다며, 연말 달러 강세를 예상했다.
외환시장 계절성
코로나19와 그 충격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외환시장 계절성을 무너뜨리면서 연말 리스크 랠리에 베팅하는 트레이더들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3월 팬데믹 1차 유행 이후 통화의 역사적 패턴이 뒤집어졌다. 위험선호 심리의 바로미터인 호주달러-엔 환율은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오르며 2009년 이래 최장기 월간 상승을 기록했다. 두 분기에 걸쳐 약 14% 올라 이전 10년에 걸쳐 평균 2.5% 하락을 기록했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9월엔 유로가 노르웨이 크로네 대비 5% 넘게 올라 20년만에 최고의 9월을 장식했다. 해당 기간 동안 유로는 9월에 평균 0.1% 하락했다. 달러 역시 변화가 나타났다. 연준이 3월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한 이래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BBDXY)는 그동안의 월간 패턴과 반대로 움직였다. 역대 최고의 3월을 보낸 뒤 사상 최악의 11월로 향하고 있다. 심지어 S&P 500 지수가 7% 급등했던 8월엔 BBDXY가 1.5% 하락하기도 했다. 유로-엔의 경우 올해들어 거의 매달 역사적 패턴을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 대선 결과가 분명해지고 백신 및 치료제가 가시권에 들면서 전형적인 연말 주식 랠리와 유로-엔 상승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유가 랠리
국제유가(WTI)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미국에서 이르면 12월에 시행될 수 있다는 기대에 한때 2.9% 올라 9월초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도 임상시험 결과 높은 예방 효과를 발표했다. WTI 선물 커브의 일부 구간이 금요일 강세 백워데이션에 진입한 뒤 월요일에도 이어지면서 시장의 낙관론을 표출했다. 한편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제다에 있는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하키선수 출신으로 캐나다 헤지펀드 Maple Rock Capital Partners를 설립한 Xavier Majic는 석유 수요가 개선되고 있으나 시추업체들이 투자를 억제하고 있어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분야 순 익스포저를 3월초 4%에서 최근 38%로 창업이래 최대 비중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55달러로 간다면 자신의 헤지펀드 수익률이 평균 150%-2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백악관 대중 강경책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새로운 강경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다우존스가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악용해 교역상대국을 압박할 경우 서방세계가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공동 보복하자는 내용이다. 최근 호주가 코론19 발발 원인에 대해 중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뒤 중국이 호주에 무역보복을 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 미국 고위 관료는 “중국은 터무니없는 경제적 압박으로 다른 나라들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며 “서방이 중국의 굴복적 외교에 의한 경제적 처벌을 함께 흡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 비용을 상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수입을 보이콧할 경우 서방 연합국이 대신 이를 수입하거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中 크레딧 리스크
수년에 걸쳐 돈을 빌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해 오던 중국 기업들은 규제 강화에 2018년과 2019년 기록적인 채권 디폴트를 경험했다. 올해초 팬데믹 발발로 당국이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민간분야 디폴트는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경영난에 빠진 국영기업은 경제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늘어가는 추세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금융 규율을 강조하며 채권 시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은 올해 1~3분기에 851억 위안으로 20% 가량 줄었다. 상반기 팬데믹 관련 조치로 상환 유예와 채권 교환, 조기 상환 취소 등을 통해 적어도 십여개 기업이 자금 압박을 완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기 조치로 시간을 벌 뿐이며, 크레딧 리스크는 여전한 모습이다. 올 하반기에 디폴트가 다시 늘면서 투자자들은 올해도 신기록을 예상하고 있다. 작년 역내 디폴트 규모는 1419억 위안을 넘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 경기 둔화 조짐에 대출을 확대하고 은행 지준율을 인하하고 팬데믹 대응 채권 발행을 승인하는 등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하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부채 버블은 피하기 위해 애써왔다. 이제 리스크 예방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