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금융위기 악몽재현, 美감염?

(블룸버그) —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못지 않은 폭락장을 부추기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4.4% 추락해 2011년 8월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난 금요일 이후 10% 넘게 빠지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래 최악의 주간 성적이 예상된다. MSCI All-Country World Index는 10월래 최저치로 추락했고, Stoxx Europe 600 지수 역시 조정에 들어갔다. 극도의 위험회피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10bp 가까이 빠져 1.24%까지 밀리며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머니마켓이 연내 연준 금리 인하폭 전망을 전일 66bp에서 약 75bp로 높인 가운데 달러 랠리가 주춤하면서 엔화가 0.7% 가량 강세를 연출했다. 독일 부양책 기대와 캐리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에 유로는 한때 1.2% 급등해 2018년 5월래 최대폭 상승했고, 유로 변동성은 8거래일 연속 올라 2000년 이래 최장기 랠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올해 미국 기업의 실적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에 기본 시나리오를 수정해 올해 EPS 전망치를 기존 174달러에서 전년과 같은 165달러로 낮추었다. 1분기 중국 경제활동의 심각한 후퇴와 미국 경제 둔화, 공급체인 차질, 불확실성 확대 등을 지적하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로 하락할 경우 S&P 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29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과 HP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코로나19 영향에 실적 전망을 낮추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경제 정상화가 60-70%로 개선되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연준이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며 총수요가 급감할 수 있어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질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다음주부터 봄 방학이 끝날 때까지 전국 초중고교의 임시 휴업을 요청한 가운데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가 나온 후 8400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 보건당국은 보다 신속한 진단을 위해 개선 조치를 취하고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4월 워싱턴 연례회의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1월 광공업생산은 시장에서 전년동월대비 0.1% 증가를 예상했으나 2.4% 감소로 나타났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오늘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감을 유지해야겠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한국은 재정·통화정책 측면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환시장에서 투기 등으로 일방향 쏠림 확대시 단호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위기 베팅하는 채권시장

미국채 단기물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급락하고 있다. 간밤 2년물 미국채 금리는 한때 1.03%까지 밀렸고, 이번주 들어 28bp 가량 하락했다. 2008년 10월 당시 해당 금리는 주간기준 51bp 추락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투자자들이 이번주 안전자산인 미국채로 몰리면서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사상최저를 경신했다. 단기물의 경우 연준이 바이러스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늘고 있음을 반영한다. 코로나19에 글로벌 공급체인이 흔들리고 일부 주요국에서 소비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Minimax Capital은 미국채가 “일시적 크레딧 이슈가 아닌 진정한 경기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주 연방기금 선물은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월 21일만해도 2차례를 전망했고, 연초에는 1차례만 예상했었다. 장기물의 경우 트레이더들은 투자자들이 이익실현에 나서 채권 랠리가 멈출 수준을 찾고 있다. 10년물의 경우 1.25%, 30년물은 1.75%로 여겨졌는데, 둘다 하향돌파를 시도했다. 연준 기준금리가 3월 50bp 인하로 올중반 제로금리 하한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는 유로달러 콜 스프레드 포지션에 수요가 크게 몰리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고민

투자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인내심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고 수개월 안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에 베팅을 높이고 있다. 머니마켓은 이제 연준이 4월부터 올해 3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7월 인하를 점치고 있다. 영란은행 역시 8월 인하가 예상된다. ECB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른 중앙은행보다 불리하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당장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라며, 바이러스 충격을 판단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역시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판단하거나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처럼 정책 여유가 있는 중앙은행들 조차 통화정책 대응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경제의 공급 측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스케은행은 통화부양책의 경우 바이러스 충격에 대처하는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일터로 나가지 못하고 공급체인이 마비되고 이탈리아 여행이 중단되었다. 이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Cornerstone Macro는 중앙은행들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고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3월에 금리를 내리진 않겠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2009년 이래 최악

BofA는 코로나19 충격에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래 최악의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009년래 최저 수준인 2.8%로 낮췄다.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의 경우 5.2% 성장에 그쳐 1990년 이래 최악의 성적이 예상된다. 미국 역시 암울하다. 2% 성장이면 사실상 글로벌 경기불황이다. BofA는 세계경제가 당초 투자자들이 베팅했던 V자형 반등보다는 U자형 궤도로 움직일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리스크는 여전히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번 전망은 많은 주요 도시가 기본적으로 셧다운되는 글로벌 전염병 대유행 시나리오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2%로, 유로존은 0.5%로 낮췄다. 또한 ECB가 6월 기준금리를 10b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금융시장 충격을 토대로 미국 올 상반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3%로 낮추고, 연준이 11월 미대선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될 경우 연준이 더 일찍 움직일 수도 있다.

OPEC+ 시장안정 의지…WTI 30불?

OPEC+가 다음주 석유시장 안정을 위한 합의 도달에 “새로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들 국가들간에 모든 레벨에서 모든 의사소통 채널이 이와 관련해 가동되고 있다”며, OPEC+ 산유국들이 “현재 시장의 과잉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행동”에 합의할 결심이 섰다고 전했다. 사우디를 방문 중인 바르킨도는 3월 5일-6일 비엔나에서 열릴 회의를 조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OPEC+ 회동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예정대로 진행될 계획이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5.9%까지 추락했으나 바르킨도 발언이 전해지며 낙폭을 일부 반납했다. WTI는 올해 들어 20% 넘게 빠졌다. 사우디는 수요 위축에 3월 중국 원유 공급분을 하루 50만 배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OPEC+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감산에 나설지 주목되는 가운데 스탠다드차타드는 OPEC+ 감산 합의 실패시 유가가 30달러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英, EU에 무역협상 압박

존슨 영국 총리는 캐나다식 무역협정이 가능하지 않다면 6월 유럽연합(EU)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파운드가 달러 대비 한때 0.3% 넘게 하락했다. 현지시간 목요일 발표된 브렉시트 다음 단계에 대한 영국 정부의 협상 권한은 EU가 화요일 발표했던 내용과 많은 면에서 가깝다. 주요 차이점은 EU 규정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있다. 즉 무역협정 구성과 조업권 등이 쟁점이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우리는 EU와의 가능한 최상의 무역 관계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주권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목요일 하원에서 말했다. 영국은 협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6월까지 무역협정의 대략적인 윤곽을 정하자며 매우 빡빡한 일정을 제시했다. 그런 다음 12월 31일 무역합의 없이 EU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준비에만 집중할지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영국이 주권을 강조하면서 EU와의 합의 성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캐나다식 무역협정은 재화의 98%에 관세를 없앴지만 EU 단일시장에 합류하거나 EU의 규정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 역시 허용하지 않아도 된다. EU는 영국의 규모와 근접성을 감안할 때 캐나다식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이같은 조건이 무역협상에서 반드시 장애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