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CPI 6%대 충격, 긴축발작?

(블룸버그) — 미국 10월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전년비 6%를 훌쩍 넘어서자 지난주 FOMC 이후 긴축 기대를 일부 되돌렸던 머니마켓은 연준의 첫 금리인상 예상 시기를 내년 9월에서 7월로 앞당겼다. 미국채 금리는 30년물 입찰 부진 속에 급등했고, 달러(BBDXY)는 0.9% 넘게 올랐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연준의 판단과 달리 경직적(sticky)으로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연준의 과잉 대응과 그에 따른 긴축발작 위험마저 제기되는 분위기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시장이 일본과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웰스파고는 활발한 소비 수요와 타이트한 고용 시장으로 임금마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까지 6%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James Knightley는 연준이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3개월 정도 빠른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되고, 내년 말까지 25bp 금리 인상이 2차례에서 심지어 3차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간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Michael Feroli는 다음달 FOMC에서 향후 긴축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는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술주가 인플레이션 충격에 가장 취약하다는 우려 속에 나스닥 100 지수가 한때 1.94%나 빠졌고, S&P 500 지수 역시 1% 넘게 밀렸다. 국제유가(WTI)는 미국 원유 재고 증가와 달러 강세 영향에 장중 4% 가까이 급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역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계속 만족한다면 내년 9월이라도 2015년 도입했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있다고 Robert Holzmann ECB 정책위원이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도 물가상승률이 2%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헝다그룹이 3건의 달러채에 대한 밀린 이자를 갚았다고 Clearstream이 밝히면서 일단 디폴트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다우존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CPI 충격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비 6.2%로 시장 예상치 5.9%를 훌쩍 넘어 199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비로는 0.9% 상승했다.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비 4.6%, 전월비 0.6%로 올라섰다.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재개와 관련된 분야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5bp나 뛰었다. 이번 CPI 지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어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리고 지난주 발표했던 채권 매입 축소를 보다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부추길 여지가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11월 6.8%를 넘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꺾는 것이 우선 순위라며, 국가경제위원회에 에너지 가격 안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모든 시장 조작이나 바가지 요금 행위를 없애도록 촉구했다. 동시에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을 모니터링하고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미국 국민들에게 미치는 위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5년 BEI 신고점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채권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급등했다.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 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5년물은 한때 14bp 오른 약 3.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엄청난 소비자 물가 상승 속도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경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보다 가시화되면서 단기 금리가 더 빠르게 올라 미국채 금리 2년-10년 스프레드는 한때 97bp까지 하락했다. InspereX의 David Petrosinelli는 “연준이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곡선이 더 평평해진 것은 사람들이 단기 금리가 단기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결국 연준이 과잉대응에 나서게 될지 궁금해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Rick Rieder는 단기 인플레이션 지표가 백악관을 포함해 ‘인플레이션 파이터’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압박감을 느껴 적어도 보다 빠른 반응 함수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느긋한 연준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 속도를 높여야 할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테이퍼링 속도 조절 역시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가장 비둘기파적인 연준 인사 중 한 명인 데일리는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 인상에 대한 우리의 계산을 바꾸기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지금은 불확실성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아직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실직 상태에 있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30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연준 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데일리는 인플레이션이 높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급 병목 현상과 “상품에 대한 극심한 수요”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City Index의 Fiona Cincotta는 연준이 CPI 6.2% 상승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보다 매파적 성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달러 랠리

미국 10월 CPI 서프라이즈에 미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2년 만기 기준 일본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현지시간 수요일 약 62bp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달러-엔 환율이 한때 1% 넘게 올라 114를 돌파하며 11월 하락분을 거의 되돌렸다. 엔화는 화요일 마감 기준 이달 들어 G-10 통화 중 달러 대비 가장 강세를 연출했으나 갑작스럽게 약세로 돌아섰다. BBH는 달러-엔 환율이 화요일 112.73까지 내려갔지만 2년만기 채권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알람”이 울렸다며, 당분간 114 아래서 머물겠지만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경우 결국 달러 랠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로-달러 환율 역시 1% 가까이 급락하며 심리적 주요 지지선인 1.15선이 무너져 2020년 7월래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내년 탑 트레이드

골드만삭스는 내년 탑 트레이드로 캐나다달러 대비 호주달러 매도를 추천했다. 유가에 대한 강세 전망과 중국에 의존적인 호주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근거로 제시했다. 호주의 금리 인상이 캐나다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작용했다. 기본적으로 내년 글로벌 경제가 강한 수요와 공급 제약의 틀에서 움직이고,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리스크가 주요 화두로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가속화 전망에 따라 미달러 5y5y BEI 매수를 추천했다. 또한 2023년 말 구리 및 브렌트유 선물 계약 매수도 권고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