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위험에 연준 유동성 조치
세계적 신용 경색 리스크가 제기되자 연준이 일시적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섰다. 뉴욕 연은은 현지시간 월요일 성명서에서 이번주 익일물과 기간물 레포 입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익일물의 경우 월요일부터 3월 12일까지 기존 1000억 달러에서 최소 1500억 달러로 확대하며, 3월 10일과 12일로 예정된 14일물 레포 운영은 기존 200억 달러에서 최소 450억 달러로 늘어난다. 연준이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촉발된 증시와 채권금리 급락에 대응해 긴급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지 일주일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유동성 투입 조치가 나온 것이다. 뉴욕 연은은 지준을 충분히 유지하고 정책 시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머니마켓 압박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레포 운영 규모를 증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행 부문 리스크의 주요 지표인 FRA/OIS 스프레드가 급등해 2011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달러 스왑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미국 시장의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게다가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보여주는 파생상품 중 하나인 Markit CDX North American Investment Grade Index가 한때 40bp 넘게 리만사태 이후 최대폭 급등했다.
유가 붕괴에 기대 인플레↓
유가가 30% 이상 붕괴하자 채권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짖누르는 수요 충격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유가와 증시가 추락하면서 미국 물가채에 내재된 향후 2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BEI는 30년물까지 모든 구간에 걸쳐 하락했고, 10년 만기는 2009년래 처음으로 1%를 하향돌파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공급체인 마비는 결국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겠지만, 당분간은 수요 충격이 핵심이라고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는 지적했다. “현재 디플레이션 세력과 인플레이션 세력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 중앙은행과 그들의 정책 대응에 또다른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현재 우선순위는 수요붕괴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채 3개월과 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월요일 최대 -29bp로 역전을 시도하며 경기 침체 우려를 시사했다.
유럽 경기침체 우려↑
유로존 경제가 코로나19로 기업과 소비 심리가 무너지며 7년만에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향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가장 부유한 지역의 봉쇄를 시도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감염이 늘고 있는 가운데 모간스탠리와 Berenberg는 유로존이 올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경우 중앙은행이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3%에서 0.1%로 하향조정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이 이미 약해진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무장”이 필요하다며, “강력하고 대대적인 조율된 대응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일부 기업의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항공사가 운항을 축소하고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가 유로존 경기 수축을 막을 순 없겠지만 더 타이트한 금융 여건과 수요 충격의 장기화를 피하려면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2020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4%로 낮췄고, 노무라 역시 0.4%로 하향조정했다. Berenberg는 1분기와 2분기 -0.4%로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올해 전체로도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은 -1.2%, 독일은 -0.4% 성장을 전망했다.
BOJ 개입 기대
엔화 강세 행진에 심리적으로 중요한 달러당 100엔선마저 위태로워지면서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달러-엔 환율이 월요일 최대 4.2% 급락해 2016년 10월래 최저치인 101.19엔을 터치하자 일본 당국의 개입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연준 금리 인하에 이어 코로나19 우려에 유가 붕괴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엔화가 급하게 강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노무라증권은 “달러당 100엔선은 BOJ 개입을 지켜봐야할 포인트”라며,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ECB가 이번주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내릴지 여부가 BOJ 결정에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재무성 관료는 최근 시장에 불안한 움직임이 있다며 정부는 지금 재무성과 금융청, BOJ 간의 회의가 필요한지 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호증권은 “외환시장이 단순히 통화정책 방향을 뒤따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엔화 강세 압력을 억제하려면 행동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BOJ 회의는 다음주 연준 FOMC 직후 열린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J가 이번달 마이너스인 정책금리는 그대로 두고 부양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레이더들은 구두개입을 기대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Gaitame.com Research Institute가 전했다.
투자 베테랑들의 진단
구겐하임 파트너스 공동설립자인 Scott Minerd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며, 시장이 마침내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과 지정학적 전이 리스크를 “깨닫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채권이 무너지면서 항공사등 다른 업종까지 전이되고 있으며, 심지어 튼튼한 기업들조차 만기채권 롤오버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채 10년물의 경우 적정가치가 연말 전에 -0.5%에 도달할 수 있으며 -2%까지 “오버슈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는 격동의 시기엔 거대한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회보다 리스크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파멸의 위험을 피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골드만삭스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공포가 시장을 더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지만, 코로나19 위협이 잦아들면 빠르게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경제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며, 2008년 금융위기때와 달리 시스템적 충격은 피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