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시진핑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글로벌 압박 수위를 높이려 애쓰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번주 금요일 대화에 나선다. 지난 11월 이후 미-중 정상간 첫 대화로, 전쟁 발발 전 러시아와 “금지 구역 없는” 친선을 선언했던 시진핑이 어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열려있는 의사소통 라인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부로, 두 정상은 양국간 경쟁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제재 우회를 국가나 단체에 대해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의회는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미 하원은 러시아에 최혜국 대우를 주는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를 종료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 속에 통과시켰다.
중국이 암묵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게 백악관의 생각으로,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전쟁 지원을 할 경우 대가를 각오하라고 여러차례 경고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조치가 자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판셴룽 주우크라이나 중국 대사는 현지시간 월요일 막심 코지츠키 우크라이나 르비브 주지사에게 “중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우호적인 국가”라며 “중국은 절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목요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당연히 판 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완화와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일단 디폴트 모면
러시아 재무부는 현지시간 목요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 14일 달러 채권에 대한 1억1700만 달러의 이자 지급 명령을 은행에 보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JP모간 체이스가 러시아 채권 이자 지급을 위한 자금을 처리해 지급대리기관인 씨티그룹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재무부는 우선 달러 지급을 시도한 후 실패시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일 채권단이 3월 17일부터 30일의 유예기간 내에 달러로 돈을 받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직후인 1918년 이후 첫 외화 디폴트에 직면하게 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더욱 멀어지게 되며 자본조달 비용도 상승이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와 가즈프롬 등 국영기업의 외화 부채는 총 1500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할 정도는 아니지만, 러시아 자금 경색은 다른 신흥시장까지 파장을 미쳐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연준 인하 베팅
연준의 긴축 주기가 시작된지 하루만에 트레이더들은 2024년이면 미국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2024년 12월 만기 유로달러 선물의 내재금리는 2.39%로 2023년 계약보다 28bp 낮은 모습이다. 일련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결국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키거나 심지어 경기 침체를 유발할 리스크를 반영한 셈이다. 파월의 경기 낙관론을 두팔 벌려 환영한 주식 투자자들과 달리 미국채 시장은 5년-10년 금리 스프레드가 2020년 3월래 처음으로 역전되며 성장에 대한 경고음을 보냈다. 3년-10년 구간 역시 2007년래 처음으로 역전을 시도했다.
RBC Global Asset Management의 Andrzej Skiba는 “시장이 경기침체 리스크를 보다 높게 가격에 반영하면서 5년-10년 구간에서 역전이 나타났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있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MUFG의 George Goncalves는 “파월이 낙관적으로 얘기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터프하게 보이길 원하는 것 같다. 또한 결국 정책 실수나 경기 불황으로 끝날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Grant Thornton의 Diane Swonk는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둔화되고 연준 긴축과 유가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침체 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BOE ‘비둘기 서프라이즈’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0.75%로 25bp 올리며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벌써 세 번째 연속 인상으로, 이번 결정에서 존 쿤리프 부총재는 동결 소수 의견을 냈다. BOE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올해 후반 8%를 상당폭 상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추가 긴축에 대해서는 2월 “가능성이 있다(likely)”에서 “적절할 수도 있다(might be)”로 문구를 바꿨고, 물가 급등세가 가계 소득을 훨씬 크게 압박할 것으로 우려했다. 2월 회의에서 제기됐던 50bp 인상 논의는 이제 쏙 들어가고 추가 인상에 대해 주춤하는 모양새다. BOE 정책위원회는 향후 몇달 동안 인플레이션과 성장 리스크 사이에서 보다 섬세한 균형을 찾으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BOE 정책 발표 후 트레이더들은 6월까지 1차례 50bp 인상 베팅을 거둬들였다. 파운드는 달러 대비 약세로 돌아섰고, 길트채 금리는 2년과 3년물이 10bp 넘게 밀렸다. KPMG UK의 Yael Selfin는 “시장이 연내 추가 5번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며 휩쓸렸던 것 같다”며, 자신은 올해 2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릴 경우 더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BOE가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며, 5월 금리 인상 후 하반기에 동결 기조로 쉬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안일 경고 VS 버블 조정 끝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Karen Karniol-Tambour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경제가 계속해서 팽창할 것이라는 “매직 같은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며, 투자자들에게 물가채와 원자재 상품을 투자해 인플레이션 헤지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명목채는 “최악”의 투자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제·금융 상황이 고물가와 지정학적 충격이 맞물렸던 1970년대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JP모간의 Marko Kolanovic은 기술주와 바이오테크, 신흥시장 주식의 대규모 매도세가 거의 끝난듯 보인다며,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크게 빠진 하이베타 종목을 노려야할 때라고 권고했다. “버블 섹터의 조정이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몇주 안에 잦아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