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중앙은행 빅위크, 美물가비상

(블룸버그) — 관심을 모았던 미국 11월 인플레이션이 1982년래 최고치인 6.8%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이미 매파적 기조로 선회한 연준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7%가 넘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노심초사했던 미국채 시장은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지만, FOMC는 이번주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어쩌면 금리 인상 기대마저 부추길 수 있다. 물가 급등과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라는 이중고 속에 유럽과 영국, 일본 등 20개 중앙은행이 이번주 중대한 통화정책 기로를 선택해야 한다. 자칫 섣불리 긴축을 단행했다가 인플레이션 위협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명되고 오히려 성장 궤도 이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긴축을 뒤로 미룰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고착화되어 결국 나중에 더욱 공격적인 긴축의 칼을 휘둘러야할 수도 있어 그 어느 떄보다 통화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뉴욕증시는 지난 금요일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더 악화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힘입어 S&P 500 지수가 1% 가량 상승해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존슨 영국 총리가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세를 경고하며 부스터 백신 접종 시한을 연말로 앞당기는 등 대응을 강화하는 가운데 파운드는 오늘 이른 아침 달러대비 약세를 보였다. 한편 G-7 재무장관들은 월요일 화상회의를 열어 최근의 인플레이션 급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 물가비상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6.8%로 거의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 전문가 예상치도 6.8%였다. 전월비로는 0.8%로 예상치 0.7%을 약간 상회했지만 10월 0.9%에 비해선 후퇴했다. 휘발유, 주거, 식료품, 차량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가격이 상승했다.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비 4.9%, 전월비 0.5%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특히 휘발유와 차량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Oxford Economics의 수석 미국 금융 이코노미스트인 Kathy Bostjancic는 “연준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 뜨겁고 비탄력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가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 경로를 시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최근 공급망 병목현상이 최악을 지나고 있다는 징후가 있지만 보다 경직적인 주거 비용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현 수준 부근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오미크론 등 바이러스 확산에 봉쇄 조치가 강화되며 또다시 공급망이 타격을 입는다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 금리인상 시나리오

연준이 금리 인상 주기의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벌써부터 그 한계를 못박고 있는 분위기다. 연준이 현재 시장 예상대로 내년 중반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면 미국채 일드커브는 한 세대만에 가장 플랫한 형태로 통화정책 긴축 주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2년-10년간 금리 스프레드는 현재 약 83bp로 선물시장은 내년 6월 55bp를 바라보고 있다. 평평한 일드커브와 장기물 금리 수준 모두 연준이 얼마 못가 인상을 멈추거나 경기 회복이 위태로워져 심지어 방향을 바꿔야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연준의 장기 정책금리 추정치인 2.5%는 물론 심지어 2024년 추정치인 1.8%에도 미치지 못한다. 연준 위원들은 현지시간 수요일 FOMC에서 점도표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MacroPolicy Perspectives의 Julia Coronado는 일드커브가 일종의 경기 선행지표로 연준이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장이 틀릴 수도 있다. 파월 연준의장이 40년래 가장 핫한 인플레이션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가파르거나 수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할 경우 시장은 대대적인 재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내년 빠르게 사라져 연준이 행동에 나서야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낮은 수준의 채권금리가 정당화될 수도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나 장기 금리가 갑작스레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연준이 내년 금리를 연달아 올릴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연준의 추가 긴축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채권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을 너무 적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너무 일찍 금리를 올려 이미 취약한 경제를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믿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내년 중반에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 강조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위 정책결정자들과 지방정부 및 국영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 3일간의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안정적 성장을 택했다고 금요일 신화통신이 전했다. Han Wenxiu 공산당 고위 경제 관료는 내년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안정”이라며, 모든 지역과 기관이 경제 안정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반대 효과가 예상되는 조치를 취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토요일 설명했다. 작년의 경우 13번에 불과했던 “안정”이란 단어를 이번 성명서에선 25번이나 강조했다. 또한 통화정책은 유연하고 적절하게 유지하며 재정정책은 효과적이고 선별적이며 지속가능하게 운용한다고 밝혔다. 주택의 경우 투기의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해 부동산 정책 규제가 곧 완전히 풀릴 것이란 일부 시장의 기대가 너무 앞서나갔음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수요 수축, 공급 충격, 성장 약화 기대라는 3대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리스크 관리와 전반적인 안정, 선별적 폭탄 제거를 주문하고, 지방정부에게 숨겨진 부채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가 디레버리징 기조, 생산성 둔화 지속, 기업규제 및 혁신 역량 제약, 미-중 갈등 지속 등 구조적 요인 등을 감안해 낙관적 경로보다는 중립적 경로에 근접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이 내년초 재정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압박↑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주말 영국 리버풀에서 회동해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접경에 증강 배치한 병력을 철수하고 외교적 채널을 통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엄청난 결과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러시아에게 파괴적인 경제적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며, 또한 미국과 NATO가 우방국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군대를 파병할 생각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왔다. 미 행정부는 아직 어떤 처벌을 가할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필요시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다고 한 미 국무부 관료는 전했다. 그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보복 조치에 많은 나라들의 참여가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터키 환율방어 실패

터키 당국이 이달 들어 벌써 세번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리라화의 자유낙하를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터키중앙은행은 달러당 14리라선이 위협당하자 금요일 “비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이유로 외환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달러-리라 환율이 0.4% 가량 밀리기도 했지만 바로 상승으로 돌아섰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9월말 터키중앙은행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박에 백기를 들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래 38%나 추락했다. 한편 인플레이션은 11월 21%를 상회해 3년래 고점을 경신하며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더욱 악화시켜 투자자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있다. InTouch Capital Markets의 Piotr Matys는 “실질금리가 깊게 마이너스에 빠진 상태에서 당국의 외환 개입은 달러-리라화 환율의 방향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터키중앙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총 400bp 인하해 15%로 낮추었다. 12월 16일로 예정된 정책회의에서도 또다시 인하를 단행해 14%로 끌어내릴 전망이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