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리스크
블룸버그 뉴스가 이달 전세계 펀드매니저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물가 급등에 놀란 중앙은행들의 성급한 정책 전환이 내년 글로벌 증시의 최대 하방 리스크로 지적됐다. 하지만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보다 견조한 경제 팽창이 내년 주식을 이끌 주요 재료라고 답한 응답자는 40%가 넘었다. 가치주가 올해 급등했던 성장주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도 늘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Katie Koch는 “2021년은 회복(recovery)의 해였고 2022년은 복원력(resilience)의 해가 될 것”이라며, 공급망의 리쇼어링(국내복귀) 투자, 비즈니스 디지털화, 의료 혁신, 보다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기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미국 소형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데다가 차세대 혁신과 파괴에 대한 익스포저를 제공한다며, 가장 좋은 투자기회 중 하나로 손꼽았다.
최근 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역시 매파적 중앙은행이 2018년 5월래 처음으로 최대 테일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재유행이었다. Barclays Private Bank의 Julien Lafargue는 “최대 리스크 중 하나는 통화 여건의 과잉 긴축”이라며 비상 조치를 해제할 조건은 이제 충족되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가 특히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을 견디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경우 연 3%를 계속해서 상회할 경우 문제가 시작된다고 대부분이 지적했다. 다만 5분의 1 정도는 인플레이션이 5%를 넘지 않는 한 증시가 궤도를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국제유가와 주가
오미크론 변이가 경기 회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아직 추정하긴 어렵지만, 현재 석유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특히 주식 투자자들에게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브렌트유 선물 1개월과 3개월물 간의 스프레드가 5월래 최소 수준으로 좁혀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해당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위 콘탱고 상태가 될 경우 공급 과잉 신호로 해석되곤 한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2.5% 가량 급락해 배럴당 70달러 부근으로 후퇴했다.
유가 움직임은 운송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끼치는 충격을 가장 잘 설명한다. 유가는 주식시장과도 관계가 깊다. 유가와 S&P 500 지수간 40일 상관관계는 코로나 1차 유행이 미국 남부로 퍼지면서 여름 휴가 시즌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던 2020년 8월 이래 가장 강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반등하고 있으며 내년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로 제트 연료 수요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 다만 IEA는 백신 부스터샷이 확대됨에 따라 오미크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 하락 신호
모간스탠리자산운용에서 시장 리서치와 전략을 총괄하는 다니엘 스켈리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위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려 한다며, 이는 경제 성장 둔화로 주가 멀티플(밸류에이션 배수) 하락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화요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멀티플 수축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미드사이클 전환이 정점에 이를 때 멀티플이 10%~15% 가량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S&P 500 지수에 대한 내년말 목표치는 4400포인트로 유지했다. 13일 종가 대비 5% 가량 낮은 수준이다.
“포지션닝이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다 빨리 움직이는 일부 기관투자자의 경우 최근 포지션닝을 가볍게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 시기에 헬스케어와 같은 종목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워낙 저평가된 상태인데다 많은 성장주와 달리 아직 혁신과 성장의 잠재력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필수소비재도 추천했다. 또한 적당한 가격이라면 성장주도 멀리하지 않는다며, 최근 마스터카드, T-모바일 등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대체자산에도 일부 투자하고 듀레이션이 짧은 크레딧과 우량 크레딧도 사들였다고 말했다.
英 인플레 우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란은행(BOE)과 재무부가 힘을 합쳐 영국의 장기 경제 성장 전망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 급등세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 봄이면 5.5%에 도달해 BOE가 물가 안정 목표로 정한 2%의 두 배를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방역 규제로 인해 성장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위험이 있지만 2-3년 후엔 리스크가 성장률 하락으로 바뀔 수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할 수 있지만 확산세가 심각해질 경우 심리와 수요에 타격을 입혀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당국은 2020년-2021년에 제공했던 예외적 지원책을 가능한 이른 기회에 거둬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오미크론 출현과 방역 규제 강화로 BOE가 이번주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견조한 고용지표 등을 감안할 때 인상 시기를 오래 미루기 어려워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ECB는 2023년과 2024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월가 보너스 대잔치
골드만삭스가 투자은행(IB) 부문의 보너스 풀을 50% 가량 인상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JP모간 체이스 역시 40%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월가에서 다른 금융기관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B 사업은 활발한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등에 힘입어 상당한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작년말의 경우 팬데믹발 호황이 곧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보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마저 시장 활황이 이어지자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보너스 대잔치를 결심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