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축제 분위기…분트 10년물 2% 하회
유로존 경제지표 악화와 인플레이션 둔화로 내년 금리 인하 필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가 3월래 처음으로 2%를 하회해 한때 1.95%로 3월 20일래 최저치로 밀렸다. 코메르츠방크의 금리 리서치 책임자인 Christoph Rieger는 “영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채권시장의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보다 폭넓게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추가됐다고 진단했다. 분트채 시장은 유로존 경제 지표 부진과 인플레이션 둔화에 통화정책 당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견해가 탄력을 얻으면서 10월 말부터 랠리를 펼쳤다.
머니마켓은 내년 유럽중앙은행(ECB)가 총 160bp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25bp씩 적어도 6차례 인하로, 한달여 전만해도 3차례 인하 기대에 불과했었다. Mediolanum International Funds의 채권 책임자인 Charles Diebel은 “시장은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유럽 지표를 고려할 때 ECB가 가장 먼저 인상을 되돌려야 하며, 따라서 중기물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분트채 10년물 금리가 단기적으로 1.9%에 접근하겠지만, 연말 시장 유동성이 줄면서 추가로 더 하락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겔 분데스방크총재는 ECB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에게 신중함을 당부했고, 마틴스 카작스 ECB 위원은 내년 중반 쯤 첫 금리 인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스 크노트 ECB 위원은 인하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Boersen-Zeitung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영국 디스인플레이션 가속…내년 BOE 145bp 인하 베팅
영국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영란은행(BOE)이 조만간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버릴 것이란 베팅이 더욱 강해졌다. 지난 3월만해도 10%가 넘었던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기준 10월 4.6%에서 11월 3.9%로 시장 예상치 4.3%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둔화되었다. 블룸버그 사전 설문조사에서 4.2% 아래를 전망한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영국 길트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13bp 넘게 빠졌고,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BOE)의 내년 금리 인하 베팅을 145bp까지 높였다. 25bp씩 적어도 5차례 인하를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0.8% 밀렸다.
그동안 영국의 생활 물가 위기를 초래했던 식료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2022년 6월래 처음으로 한자리수 대로 내려왔고, BOE가 끈질긴 물가 압력으로 우려해왔던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경우 1월래 최저치로 내려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르면 내년 봄에 2%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며, 6월부터 BOE의 정책 완화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경우 올해 4분기 6.2%에서 내년 4분기 5.4%로, 선진국은 올해말 3.4%에서 내년말 2.2%로 하향 추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하커 연은총재 ‘금리, 당장은 아니지만 내리기 시작해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는 중앙은행이 비록 즉시는 아니지만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 시점이나 내년 몇차례 인하를 예상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빨리 할 필요도 없고, 당장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 뒤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맞섰던 몇몇 연준위원들의 최근 발언보다는 수위가 다소 약한 편이다. 또한 정부의 공식 경제지표가 후행하기 때문에 실제 경제는 훨씬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내년 FOMC 정책 투표권이 없는 그는 11월 초 자신은 금리 동결을 선호한다며, 경제지표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해 우회하는 컨테이너선 100척 넘어…브렌트유 80불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무차별 공격하자 미국이 가능한 군사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홍해를 우회하는 선박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퀴네앤드나겔(Kuehne+Nagel)에 따르면 컨테이너 선박 103척이 세계 상품 교역의 약 12%를 담당하는 홍해-수에즈 운하 수송로를 피해 아프리카 쪽으로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서유럽까지 10일-14일이 더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철도와 항공 등 다른 운송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기업들도 있다.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의 경우 이같은 리스크를 반영해 보험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고 운반선 요금도 덩달아 올랐다. 국제유가 역시 연일 올라 중앙은행들이 이제 막 고삐를 잡았다고 믿는 인플레이션이 자칫 되살아날 수 있다. 일주일 전만해도 72달러대까지 내려갔던 브렌트유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80달러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ANZ Group Holdings의 원자재 상품 스트래티지스트 Daniel Hynes는 홍해의 긴장 고조가 유가에 대한 전망을 아직까지 크게 바꿔놓진 않았지만 자칫 군사적 충돌로 전개될 수 있어 시장이 고려해야 할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몇몇 국가들은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후티 반군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며 보다 신중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러시아와 협력 확대 약속…양국 교역 급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수요일 베이징에서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양국간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중국 관영 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러 교역 규모가 지난달 이미 연간 목표인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며, 양국간 협력의 “강력한 회복탄력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중·러 관계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 인민의 근본적 이익을 바탕으로 양국이 내린 전략적 선택”이라고 시 주석은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세계는 중국에게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중국은 신냉전 구도 속에서 러시아와 보다 밀착하는 분위기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제재조치를 가한 이후 중-러간 교역은 작년 30% 급증한데 이어 올해 27% 늘었다. 미슈스틴은 화요일 베이징에서 양국이 무역 거래에서 달러 결제를 거의 멈췄으며 90% 이상이 위안화나 루블화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