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BOK 동결? 우크라 비상사태

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도발에 일단 30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등 여러 정부 기관과 은행들의 웹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마비되자, 미국은 러시아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확대해 러시아 천연가스관 수송 사업인 ‘노드스트림2’를 타겟으로 했고, 유럽연합은 23명의 러시아 주요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결집한 19만 명의 러시아 군대와 분리주의 반군 세력 중 80% 정도가 현재 전투 준비 태세로 전면적인 군사 공격이 임박한 듯 보인다고 뉴욕타임즈가 미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격퇴 지원을 요청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러시아 크렘린 궁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장초반 반등을 시도했으나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결국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1.8% 급락해 4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대리전으로 불붙으면서 에너지 등 각종 상품의 가격이 급등해 이미 달궈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부채질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2014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에 나선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는 지정학적 전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다음달 금리 인상 지지를 철회할만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당한 부정적인 서프라이즈가 나타나지 않는 한” 3월 금리 인상은 적절하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BOK) 총재는 오늘 8년 임기의 마지막 금리결정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에 동결할 것으로 블룸버그 설문결과 17명의 이코노미스트 전원이 예상했다. 지난 8월부터 3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불거진데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신중론이 우세할 전망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더 치솟을 경우 후임자는 이르면 4월이라도 추가 긴축을 결심해야 할 수도 있다. 다음은 시장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유가 2분기 110달러 전망

JP모간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브렌트유가 2분기에 평균 배럴당 110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WTI는 107달러를 내다봤다. 두 유종 모두 기존 전망 대비 22달러 높인 셈이다. 다음 분기에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 뒤 연말에 평균 90달러로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추정은 러시아와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놓고 계속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란 핵합의 타결로 이란산 원유가 어느 정도 시장에 풀릴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했다. 브렌트유는 이번주 2014년래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시도하려 했다. 동유럽내 긴장에 더해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서 글로벌 석유 재고가 줄어들 우려가 제기된 영향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치솟자 동맹국들과 공조해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글로벌 물가 압박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공급 우려와 수요 확대 전망에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수천 종류의 제품에 원료로 사용되는 팜유가 신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밀과 대두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201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종 원자재 상품 시장에서 선물이 현물보다 싼 현상(백워데이션)이 속출하자 펀드매니저들이 이를 기회로 가파른 인플레이션 해지에 나서면서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상품 펀드로 몰리고 있다. 백워데이션은 매수자가 즉각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현물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공급 부족을 시사한다. 블룸버그 상품지수를 구성하는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 23개의 선물은 1년 포워드 계약에 비해 6% 가량 높아 적어도 15년래 가장 심한 백워데이션을 보였다.

ECB 스트레스테스트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의 러시아 익스포저와 관련해 스트레스테스트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ECB는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세계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에게 다양한 시나리오 별로 리스크를 점검해 보고하도록 했다.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는 물론 특히 유동성과 대출 현황, 트레이딩 및 통화 포지션 등과 관련된 리스크를 은행들과 함께 분석 중이다. 어떤 경우엔 매일 연락을 취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시 예상되는 파장과 강도 높은 경제 제재 등 모든 시나리오를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ECB 대변인은 은행마다 러시아 익스포저 정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리스크는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JP모간 ‘팬데믹 끝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금융시장이 연초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글로벌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주식에 대한 강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저가 매수를 외쳐왔던 그는 이제 팬데믹이 최악을 지나고 중국 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연준의 긴축을 상쇄해 주식시장 내에서 상당한 로테이션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팬데믹의 완전한 종식”이라며, “봄과 여름에 매우 강한 회복이 기대된다. 오미크론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데다 면역률이 정말로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팬데믹 역사를 보면 대개 2년 정도 3-4차례 파고를 지난 후 다음 10-20년 동안은 잠잠했다며, 현재 코로나19의 끝에 있어 앞으로 10-20년은 안전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국이 통화 및 재정 정책을 동원해 적극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데다 규제 압력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몇달 안에 글로벌 경제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는 개별 이벤트지만 석유와 가스,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관련이 깊어 투자자들에게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몇달 안에 시장 변동성이 후퇴할 전망이라며, 중기적으로 미국에서 에너지, 원자재, 금융주 등 상품 가격 상승 및 경제 리오프닝과 관련된 자산을 추천했다.

기술주 줄이는 美헤지펀드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들이 기술주에서 포지션을 줄이고 있으며, 2011년래 그 어느 때보다 가치주에 치우쳐 있다. 788개 헤지펀드의 13F 공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S&P 500 지수에 편입된 소위 “FAAMG” 종목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롱 포지션이지만, 헤지펀드들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리포지션닝은 올해 시장 움직임에 반영되어, S&P 500 지수가 현지시간 화요일 조정에 진입했고 기술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는 올해 15% 가량 무너졌다. 미국 주식 헤지펀드들은 올해 들어 평균 3% 손실을 기록했다고 골드만은 지적했다. “성장주 밸류에이션의 추락, 헤지펀드 레버리지 감소, 개인투자자의 매도, 주식시장 유동성 악화, 인기 많은 헤지펀드 롱 포지션의 부진 등이 악순환을 만들어냈다”고 진단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