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BOE신뢰흔들, 美금리역전시도

(블룸버그) —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와 감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미국에서 첫 사람간 2차 감염도 확인됐다. 바이러스 공포에서 탈출하는 듯 했던 금융시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진단이 쏟아지면서 다시 요동쳤다. S&P 500 지수는 한때 0.9% 넘게 급락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53%대까지 밀리며 10월래 처음으로 3개월물과 역전되기도 했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52달러가 무너지며 10월래 저점을 경신했고 구리는 12거래일 연속 빠져 수십년래 최장기 추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WHO 권고에 무역이나 여행 제한이 담겨있지 않자 뉴욕장 마감을 앞두고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고 미국채 금리 역시 낙폭을 되돌리는 등 일부 진정 신호가 나타났다.
브렉시트가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란은행(BOE)이 예상보다 덜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취하자 파운드가 한때 달러 대비 0.7% 가까이 급등했다. 금리결정 발표 직전 파운드가 먼저 강스파이크를 연출해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되며 BOE는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2.1%로 예상치 2%를 상회했지만, 주로 무역적자 축소와 주택건설이 이끈 결과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는 실망스러웠다. 아마존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뉴욕장 마감후 거래에서 12% 급등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상원의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볼튼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새로운 증인 채택을 막는데 충분한 표를 확보한 것으로 보여 이르면 현지시간 금요일 무죄평결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 12월 광공업생산은 전년비 4.2% 증가해 예상치 1.0%를 상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7위안선 위협…中당국 개입?

위안화 환율이 다시 심리적 저지선 돌파를 시도했다. 중국 본토 금융시장이 춘제 휴장 기간을 연장한 가운데 달러-역외위안화는 목요일 한때 7위안선을 상회했다. 지난 8월 7위안선이 뚫렸을 당시 글로벌 증시와 EM 통화는 물론 채권시장까지 요동쳤다. 작년의 경우 일각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하를 도모하고 있다는 추측이 일었지만,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데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NatWest는 8월 당시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 당국이 환율을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사태의 경우 PBOC가 유연성을 허용하겠지만 바이러스 충격을 무마하기 위해 환율에 의존할 가능성은 낮다”며, 연말 환율전망을 6.97위안으로 유지했다. 중국 역내 금융시장이 2월 3일 다시 문을 열기 때문에 당장 PBOC로부터 직접적인 신호는 아직 없다. PBOC의 일일 고시환율이 나오기 시작하면 당국의 생각을 판단할만한 단서가 될 수 있다. OCBC는 위안화가 약세 기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일부 자금유출 압력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시적 안정이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 된 후 중국 주식과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모멘텀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estpac Banking은 최근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지지하기 위해 자금 유출을 억제하려 노력해 왔다며, 달러-위안화 환율이 7.15/7.20를 테스트하기 전에 당국 개입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中성장충격? 부양책 기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책당국은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하고 지출을 확대할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중국이 재정적자율을 GDP의 3% 이내로 묶어두는 원칙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쿼리증권은 금리 인하와 지준율 조정 등의 부양책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도시가 폐쇄되면서 지출과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책을 동원한다 해도 적어도 단기적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스타벅스와 유니클로 등 전국적으로 소매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 등 제조업체 역시 임시 생산을 중단했다. 노무라는 이번 충격이 2003년 사스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 성장률이 1분기에 작년말 6%대에서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으며, 2003년 2분기에 2%p 하락했던 것보다 더 크게 후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정책당국이 유동성과 신용 지원을 제공하고 특히 피해가 심각한 영세업체를 중점관리 할 것이라며, “지준율 인하, 금리 인하, 다양한 대출 프로그램과 공개시장운용 등이 모두 가능한 옵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내수가 흔들리면서 정책 완화 효과가 약해져 이같은 부양책으로 경기를 되돌리기엔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ANZ는 바이러스가 1분기 GDP 성장률을 0.9%p 가량 끌어내려 5%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BNP 파리바는 5% 아래를 내다봤고, JP모간은 전망치를 기존 6%에서 5.6%로 낮췄다. 2020년 연간 성장률은 5.93%에서 5.8%로 하향조정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분기 성장률을 4.5%로 분기지표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BOE 동결…사전 유출 의혹

영란은행(BOE) 기준금리 결정 발표를 앞두고 약 15초 전 파운드가 강스파이크를 나타내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파운드는 영란은행이 7:2로 금리를 동결하며 시장의 허를 찌르기 전 1.31달러를 향해 치솟았다. 앞서 많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보다 팽팽한 의견충돌이나 금리 인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BOE 결정 약 1분 전에 거래량 역시 급증했다. BOE는 지난달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트레이더들이 BOE 기자회견의 초고속 오디오 피드에 접근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카니 BOE 총재는 퇴임전 마지막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두명의 위원은 하방리스크를 지적하며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BOE는 존슨 총리의 총선 압승에 브렉시트 관련 대부분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설문조사에서 기업활동이 일부 “꽤 현저하게”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글로벌 금융위기래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인플레이션이 2021년 말에나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책 완화가 조만간 필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카니는 이번 경제전망이 “즉시적이지만 질서정연하게” 올해 말 EU와의 “깊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 전 시장은 8월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했으나, 투자자들은 더 이상 올해 금리 인하를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미국채 일드커브 역전시도

미국채 일드커브 주요 구간이 10월래 처음으로 역전됐다. 작년 투자자들을 괴롭혔던 성장 둔화 공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일각에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띄우는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미국채 3개월물-1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한때 -4bp 부근까지 갔다. 해당 스프레드는 과거 7번의 미국 경기침체 직전 역전이 나타나며 경고등 역할을 해왔다. 작년의 경우 무역전쟁이 절정에 이르며 경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역전된 바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경제를 위협하면서 경기주기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데 있어서 정책 당국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이 이번주 금리를 동결하고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생각임을 시사한 이후 역전폭이 깊어졌다. MKM Partners는 “채권시장이 기본적으로 연준에게 아직까지 충분치 않으며 추가 액션이 필요하고, 더 오래 기다릴수록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한다는 파월의 발언을 믿을만하다고 받아들였다면 BEI가 하락하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다. 아문디는 최근 일드커브 역전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근 움직임은 세계 경제나 미국 경제의 침체 신호라기 보다는 금융시장의 과잉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준의 결정은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당장 추가 부양은 필요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OPEC+ 긴급회의 추진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음달 긴급 OPEC+ 회의를 소집하려 하자 러시아가 반대에 나섰다. 당초 회의는 3월 5-6일 경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OPEC 최대 회원국인 사우디는 아시아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원유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다른 회원국들과 회의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의논했다. 현지시간 목요일 저녁 현재 다양한 일정 조정 장애물로 인해 사우디의 노력이 일시 중단되었다고 일부 대표들이 전했다. 대화 재개 여부는 유가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한 관료는 말했다. WTI는 한때 3% 넘게 급락해 배럴당 51달러대로 내려왔다. 만약 OPEC+가 조기 회의 소집에 합의할 경우 과거 사례를 보면 추가 감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12월에 합의했던 공급 축소를 더 공격적으로 단행할지가 관건이다. OPEC은 2006년 도하와 2008년 비엔나 등 지난 10여 년 동안 긴급 회의를 소집할 때마다 그 직후 유가를 띄우기 위해 원유생산을 줄이곤 했다. 이번 움직임의 경우 러시아가 퇴짜를 놓은 상태다. 23개 산유국 동맹은 지난 3년 동안 거의 대부분 유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급을 줄여왔다. 그러나 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뉴욕에서 약 15% 빠졌다. 러시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감산을 종종 거부해왔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